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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촌이 땅 사 배아파’에서 ‘너 좋으니 나도 좋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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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0호 최영태⁄ 2010.10.04 14:29:57

최영태 편집국장 이번 주 ‘박혜성의 남자여자 이야기’에 명언이 나옵니다. 섹스 이야기입니다. ‘흔히 섹스에서 나만 좋으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이고, 상대가 좋아야 나도 좋다. 그러니 이기적인 사람은 평생 섹스의 참맛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섹스 이야기죠. 최근 나온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란 책에서 역사학자 임지현 교수(한양대)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좋아져야만 나도 좋아진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 말은 이런 겁니다.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고들 하는데, 잘못 생각하는 대표적인 예라는 거죠. 사촌이 땅을 사면 상대적으로 내가 위축될 수는 있지만, 어쨌든 사촌이 부자가 되면 당장 내게 돈은 안 떨어져도 손해가 될 확률보다는 이익이 될 확률이 높아지니 좋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네가 좋아야 내가 좋다’는 사고방식은 요즘 유행하는 진화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겐 세상을 둘로 나눠 보는 아주 기본적인 버릇이 있다고 합니다. 천당-지옥, 우리 편-너네 편 등으로 끝없이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입니다. 서로 먹고 먹히는 늑대와 토끼도 비슷한 관계로 보기 쉽습니다. 늑대가 아주 뛰어나 토끼를 너무너무 잘 잡으면 늑대가 아주 잘 살 것 같죠? 그런데 실제로 동물학자-진화학자들이 조사해 보면 그렇지 않답니다. 토끼를 너무 잘 잡는 늑대는 결국 토끼를 멸종시키고, 이어 먹을 토끼가 없어지니 그 다음은 자신이 멸종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공정한 사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한 말이 무성하지만, 결국 이 화두도 늑대와 토끼의 비유나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잡아먹고, 노동자를 가난뱅이로 만드는 사회에서는 ‘토끼’가 먼저 멸종하고 이어 ‘살찐 늑대’도 곧 멸종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어 나오는 이야기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배층의 사회적 책임감)입니다. 유럽의 경우 너무 잘난 늑대가 거의 모든 토끼를 잡아먹어본 경험(자본주의 초기의 착취)을 거치면서 너무 잘난 늑대의 폐해를 잘 알고, 그래서 사회지배층이 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미국의 명문대 출신 ‘귀족 자제들’이 안 가도 되는 군대를 상당히 높은 비율로 자진입대 하기도 하고, 빌 게이츠나 오프라 윈프리 같은 거부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게 다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나오는 행동이랍니다. 한국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벌써 나왔습니다. “정치과잉이었던 유교가 현대사회에서 정치지향으로만 남았고, 군자의 덕목이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약화되거나 없어졌다”(박홍규)거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어진 것은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층이 굳이 최소한의 자기희생을 하지 않아도 자기 재산과 특권을 빼앗길 위험이 없을 만큼 정교하게 법과 제도가 안착됐기 때문”(박민영) 등등입니다. ‘지킬 게 없기에’ 한국에는 진정한 보수가 없고, 지배층이 한국을 ‘어차피 떠날 땅(미국 가서 살면 되니까)’으로 생각하니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국의 지배층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너가 좋아야 나도 좋다는 진실을. 토끼를 적당히 살 찌워야 나의 만수무강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미국 가서 살아봐야 미국의 ‘You’들은 이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미국 사는 재미는 한국 사는 재미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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