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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출신’ 꼬리표 어떻게 지울까

한나라 “합리적이라 환영”…“더욱 선명투쟁 할 것” 예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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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1호 심원섭⁄ 2010.10.11 14:47:37

한나라당 지도부는 손 대표 당선 뒤 “여야 간 상생의 정치가 펼쳐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의 힘을 빼기 위한 ‘전략적 띄우기’ 성격이 강해, 실제 화합의 정치가 구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는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스펙트럼이 넓은 포용력 있는 정치인”이라고 극찬했다. 안 대표는 “내가 (손 대표의) 도지사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해드린 경험도 있기 때문에 서로 충분한 이해의 폭을 갖고 있다”며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손 대표는 우리 한나라당에서 14년간 함께 호흡했던 분으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고 협조가 잘될 것”이라며 좀더 직설적으로 손 대표의 한나라당 경력을 거론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의식하며 선명한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손 대표에 대한 ‘전략적 칭찬’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 출신으로 민주당에 기반이 없는 손 대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민주당원들의 의심을 떨치기 위해 정세균 전 대표보다 더 강력한 대여 공세를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손 대표의 합리성을 극찬한 것은 대여 공세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가 7일 취임 인사차 여야 대표를 차례로 예방하는 가운데 안상수 대표와는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향후 여야 간 불꽃 튀는 경쟁을 예고했다. 안 대표는 “축하드린다. 사실 난 조직이 약하다고 해서 2등할 줄 알았는데 당선돼 반가웠다. 내 지역구와 같은 경기도 사람이고 합리적이어서 여야가 상생의 정치로 가지 않겠는가 해서 반가웠다”고 축하 인사로 운을 뗐다. 이어 안 대표는 손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특권-반칙-반서민 정책에 맞서겠다”고 한 것을 의식한 듯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겁나게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좀 헷갈린다”며 은근히 각을 세웠다. 그러자 손 대표는 “역시 민심이 무섭다. 당내 조직기반 없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고 정권교체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너무 강한 게 아니라 그게 국민의 목소리”라고 응수했다. 이에 안 대표는 “합리적인 분이니까 상생의 정치를 펴는 게 어떻겠느냐”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손 대표는 “상생이란 것이 자칫 ‘짝짜꿍이 되자’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며 날을 거두지 않았다. 이어 손 대표는 “안 대표는 강직한 분인 만큼 어떤 위치에 있든 간에 국회가 국회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야당이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도록 당이 청와대나 정부의 잘못을 견제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 대표는 “야당도 과거처럼 너무 발목 잡거나 정쟁 위주로 하는 것은 지탄의 대상이 되는 만큼 정책 경쟁을 통해 국민의 삶을 높이자”고 ‘반격’했다. 곧바로 손 대표는 ‘배추 값 파동’을 거론하며 “친서민 정책이라고 하지만 서민 생활을 미리 내다봤으면 최소한의 대책은 나왔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쓴소리를 이어갔다. 손 대표는 안 대표의 정례회동 제안에도 “정치가 국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원내 기능에 당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손학규 지지도 올라가자 한나라당 “긴장” 그러자 한나라당 내에서 ‘손학규 경계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정권 탈환’을 앞세워 당권을 거머쥔 손 대표가 차기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르며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중진인 허태열 의원은 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손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그 자체가 파워”라며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차기대선에서) 1대1 대결구도를 형성하면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여당 내 이 같은 기류는 손 대표의 지지율 급등에 따른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동서리서치가 지난 5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손 대표는 지난 2007년 17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박 전 대표(31.5%)에 이어 11.8%로 2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당직자도 “손 대표가 상승세를 탈 경우 손 대표와 이미지가 겹치는 한나라당 소속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추락하고 손 대표와 박 전 대표가 양자 대결구도를 형성할 공산이 크다”며 “결국 여야가 51대 49 구도 하에 '중도 끌어안기'를 통해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4일 당 대표로서의 첫 공식 행사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현충원 묘역 방문과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았다. 이어 6일에는 ‘뿌리 찾기’ 행보로서 당의 심장부인 광주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행선지를 잡았다. 민주당의 맥을 잇는 상징적 공간을 잇달아 찾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정통성 논란을 털어내고 야권의 적통임을 부각시킴으로써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무현 묘소 참배하며 노무현계에 손 내밀어 손 대표는 이날 새 지도부와 함께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센트럴관광호텔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순신 장군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어진다)라고 했는데 특히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면서 “광주는 민주-진보 세력의 정신적 고향이요 어머니”라며 호남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어 손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봉하재단 관계자에게 “더 들어가도 됩니까”라고 묻더니 노 전 대통령 묘소로 다가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손으로 돌 위에 새겨진 ‘노무현’ 이름 석 자를 쓰다듬었다. 바로 뒤에 서 있던 정동영 최고위원은 ‘부엉이바위’ 쪽으로 시선을 잠시 돌렸고, 넉 달 전 대표 자격으로 이곳에서 6·2 지방선거 승리보고를 했던 정세균 최고위원은 그들과 섞이지 않은 채 2m 더 떨어져 이를 지켜봤다. 사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구여권으로 합류한 손 대표는 당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보따리장수’라고 비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당시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새 지도부의 예방을 받았을 때도 손 대표를 ‘낙과(落果, 떨어진 과일)’로 지칭하면서 “다른 과일을 갖고 제사를 지내면 조상의 기분이 좋겠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 손 대표가 껄끄러운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지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참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을 때 국가 원수였던 노무현 대통령께 인간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결례를 범했다.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손 대표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던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정권교체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업적인 파주 LCD단지를 거론하면서 “경기도지사로 있으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LCD단지를 허가해 달라고 조르고 떼를 썼다”며 “노 대통령이 준공식 연설 중 내게 ‘손 지사님, 이제 만족하십니까’라고 했고 나는 벌떡 일어나 90도로 인사했다. 노 전 대통령과 손학규의 관계는 그것이 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한나라당에 있던 시절 노 전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무능한 좌파’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수염을 기른 채 봉하마을에 와서 조문했지만 ‘상주’ 대열엔 끼지 못했다. 따라서 이날 손 대표의 사과는 야권의 한 축을 이룬 ‘친노무현계’와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당 안팎에서 해석됐다. 친노 그룹은 이번 전대 과정에서 정세균 전 대표에게 집단적 지지를 보냈지만, 손 대표로서는 당내 화합과 야권 통합을 위해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손 대표 진영의 좌장 역할을 한 것도 친노 그룹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미국에 체류 중인 아들 건호씨 부부와 추석 명절을 쉬기 위해 지난달 18일 출국한 상태여서 손 대표와의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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