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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혼자놀기-밥먹기의 진수를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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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1호 최영태⁄ 2010.10.11 15:10:04

석양이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해변. 양식당에서 50대 남자가 ‘디너’를 드신다. 주위에는 온통 놀러온 가족들, 연인들이 대화를 나누며 희희락락 식사 중이다. 한국에서라면 이런 상황에서 혼자 밥먹는 사람은 거의 궁지에 몰린 꼴이 되기 쉽다. 그러나 이 백인 남자는 그렇지 않다. 한 시간이 넘도록 천천히 음식을 즐긴다. 그의 느긋함에 오히려 옆 식탁의 한인 가족이 불편할 정도다. 서울 대학가의 한 식당. 유학 온 중국 여학생이 혼자 들어와 밥을 시킨다. 갑자기 한잔 생각이 난 이 여학생은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다 마신 그녀는 모자란 듯 싶어 또 한 병을 시켰다. 그러자 급기야 주인 아줌마가 옆자리에 와서 앉는다. “학생,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여학생은 대답한다. “아니요? 전 그저 배고파 밥먹고, 목말라 술 마시는데요. 왜요?” 위는 KBS TV의 ‘미녀들의 수다’에 나온 일화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밥은 원래 혼자 먹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안 그렇다. 혼자 밥을 먹으면 ‘이상한 사람, 성격파탄자,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사실 여럿이 함께 밥을 먹고 그 중 한 사람이 밥값을 쏘는 한국 풍습은 좋다. 미국에서 열댓 명 정도가 함께 점심을 먹은 뒤 각자 계산을 하느라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특히 미국에선 음식값이 10달러면 여기다 각 지역마다 다른 부가세를 붙여 ‘11달러27센트’ 등으로 센트 단위까지 받으므로, 열댓 명이 각자 자기 밥값을 계산하려면 계산대 앞에 장사진을 이루게 된다. 문제는 ‘여럿이 밥을 먹는 게 좋다’는 정도에서 그쳐야 하는데, 한국인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며 죄악시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사진작가는 잡지에 ‘혼자 사진 찍으러 산에 가는 재미’에 대해 글을 썼다. 그는 촬영 등산은 반드시 혼자 가며, 이는 혼자 가야 완전한 자유 아래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와 함께 가면 어서 올라오라는 둥, 여기 풍경이 너무 좋은데 너는 왜 거기서 찍냐는 둥 온갖 태클이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사진작가는 덧붙였다. “그렇다고 내가 외톨이는 아니다. 나는 아주 잘 노는 남자고 친구도 많다”고. 이런 거다. 혼자 잘 노는 사람이 친구도 많고, 또 사교성 좋은 사람이 혼자서도 잘 노는 법이다. 각자 자신의 인생을 잘 즐기는 사람이 모여야 대화도 재미있고 모임도 흥겨워지는 법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한국인들은 여럿이 모이면 더 재미가 없다. 전체 분위기를 맞추려 애들을 쓰지만 도대체 ‘전체 분위기’에 신경들만 쓸 뿐 자기 목소리, 자기 주제가 없는 탓이다. 러시아의 공산주의자 레온 트로츠키는 이렇게 말했단다. “개인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곳에서는 진정한 공동체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고. 그래서일까. 혼자 밥 먹는 것도 죄악시하는 한국에선 공무원까지 포함해 전 국민이 제 이익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공동체 정신은 실종됐다는 한탄이 나오는 게? 혼자서 좀 잘 놀아보자. 혼자 놀기, 혼자 밥 먹기의 진수를 좀 보여주면서들 살자. 다른 사람에게 참견들 좀 그만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들 좀 덜하고. 그래야 지연-학연에 기대지 않고 제 각자 자기 발로 서서 혼자서 재밌게, 모이면 더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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