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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公)자 들어간 사람들의 정신나간 행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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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2호 최영태⁄ 2010.10.18 14:19:46

최영태 편집국장 공(公)자 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뜨겁다. 외교부 등의 정부 부처에서는 고위 공무원들이 제 자식을 특채하기 위해 온갖 부정을 저질렀다고 난리다. 또 公자 들어가는 기업들에서 직원들에게 펑펑 돈 잔치를 했다고 국감장에서 연일 고발이 이어졌다. 수조 원 대의 빚에 시달리는 공기업이 직원들에게는 몇 백만 원씩의 설날-추석 선물비를 지급했다. 또 다른 공기업에서는 연봉 1억이 넘는 직원들에게 초등학교 자녀를 과외시키라고 과외비를 대주고, 이자도 안 받고 몇 천만 원씩 대출을 해 줬단다. 또 산재 판정을 하는 공단에서는 일반 근로자들에 대한 재해 판정은 해마다 야박하게 하면서, 공단 직원들에 대해서는 운동회 때 팔씨름을 하다 다쳐도 산재, 등산하다 발이 삐끗해도 산재 판정을 내려줬다고 한다. 자기 직원에 대한 산재 인정률이 일반 근로자에 대한 인정률보다 4배나 높다니 정말 할 말이 없다. 한국에서 ‘公자 들어가는 사람 또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자니 다른 나라의 공인(公人)들 모습이 떠오른다. 일본 열도의 거의 맨 끝에 있는 미야자키라는 곳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정말 시골인 만큼 그곳 사람들은 순박했다. 그런데 딱 한 사람, 30대 후반의 한 과장은 달랐다. 그는 현지인 중 유일하게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다. 또한 직급은 과장에 불과했지만 나이 많고 직급 높은 공무원들이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식당에서 우연히 그와 마주 앉았다. ‘어느 대학 출신인지’를 확인해야만 하는 한국 사람답게 “어느 대학 나왔냐”고 물었고, 그는 영어로 “도쿄 유니버시티”라고 대답했다. 속으로 ‘도쿄에 있는 별 볼일 없는 대학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밥알을 씹으며 생각하니 ‘도쿄 유니버시티’는 바로 동경대학 아닌가! 일본의 서울대학교라는. 그래서 그에게 “아니, 왜 최고 명문대를 나온 당신이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물었고, 그는 “사명감”이라고 대답했다. 자기 동기들은 모두 도쿄에서 잘 나가는 직장생활을 하지만 누군가는 고향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고향으로 돌아왔고, 자신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시장부터 시민까지 모두가 자기를 도와준다는 대답이었다. 순간, 밀려오는 감동. 아, 이 나라가 잘 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구나. 동경대 출신 젊은 공무원에게 지역 사람들이 협력하는 이유는 그가 ‘봉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월급은 적더라도 봉사하는, 영어 그대로 공복(公僕, servant)이기 때문에 그가 지역 행정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요즘 한국처럼, 그 동경대 출신 공무원이 ‘가장 월급을 많이 받고,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보장받고, 자기 자식에게도 대를 이어 이 좋은 공무원 자리를 물려줄 수 있고, 아이들 과외비까지 공짜로 받고, 손 끝 하나라도 다치면 바로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면’? 그렇다면 과연 지역민들은 그를 존경할까? 그를 도와줄까? 公자 들어가는 사람이 최고 연봉을, 최고 복지를 독차지하는 나라는 그래서 비정상이다. ‘정상적인’ 나라에 가면 공무원들은 대개 “월급은 적지만, 보람으로, 또는 월급 이외의 여러 혜택 때문에 다닌다”고 말한다. 이게 공복의 바른 모습이다. 그래야 사회가 돌아간다. 공무원 하나만 봐도 한국은 비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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