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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엄마를 부탁해’ 두 번째 무대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닫는 엄마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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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5호 이우인⁄ 2010.11.08 14:01:01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을 것 같고, 엄마의 꿈은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해바라기였을 것 같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손숙 분)도 남편과 자식에게 그런 아내, 엄마로 비친다. 남편과 자식의 인생에 맞춰진 인생을 사는 사람이 엄마라고.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장녀(허수경-김여진 분)의 다급한 외침으로 시작되는 이 연극은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큰 존재를 느끼는 자식과 남편(박웅 분)의 기억 속 엄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지아비의 얼굴도 못 보고 친정에서 쫓기듯이 시집온 엄마는 시동생에게 의지하면서 고모의 혹독한 시집살이와 남편의 무관심을 견딘다. 시동생이 죽은 뒤에는 오로지 자식을 위해 한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남편은 남편대로 속을 썩이고, 엄마의 자리는 자식들의 세월 속에서 점점 줄어든다. 엄마는 남편과 자식에게 걱정을 끼칠 수 없어 힘들고 슬프고 아파도 속으로만 삭인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150만 독자들을 울린 신경숙의 베스트셀러를 무대로 옮겨 지난 1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10월 30일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그 두 번째 무대를 열고 있는 이 연극은 심재찬이 연출을 맡고, 연극배우 손숙이 엄마 박소녀를 연기했다. 방송인 허수경과 배우 김여진이 장녀 역할로 더블캐스팅 됐으며, 연극계의 초석 박웅이 무심한 남편을 연기했다. 방송에서도 활약 중인 김세동이 장남, 이동근이 차남으로 분했다.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신인상을 받은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차녀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초연 때보다 훨씬 넓어진 객석을 앞에 두고 펼치는 두 번째 무대는 쓸데없는 무대 장치나 무대 전환 등을 모조리 삭제했다. 장소의 변화는 단조로운 조명으로 효과를 줬다. 대신 엄마의 이야기, 가족의 후회 등에 초점을 맞췄다. 장녀의 내레이션은 이야기 흐름을 더 분명하게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장남과 차남, 차녀, 아버지의 독백으로 엄마의 존재를 초연 때보다 더 크게 부각시켰다. 공연은 중간 휴식 없이 2시간 동안 이어지지만 시간은 시계를 볼 틈 없이 빨리 흐른다. 극 중 엄마를 생각하면서 흘리는 배우들의 눈물, 자식을 위해 자신의 인생과 사랑을 회상하면서 간간이 보이는 엄마의 쓸쓸한 표정을 보면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깨졌으면 좋겠다”는 신경숙 작가의 말처럼 연극을 보고 있으면 엄마도 엄마가 아닌 인생이 있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어.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사람이었어.’(장녀의 대사),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지는 사람이 엄마란다.’ (엄마 박소녀의 대사)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엄마한테 말할 거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차녀의 대사)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들은 나와 내 엄마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가슴을 후벼 파는 대사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행동이 나중에 엄마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죄로 남게 될지를 암시한다. ‘엄마를 부탁해’는 12월 31일까지 극장용에서 계속된다. 티켓은 R석 6만 원, S석 5만 원, A석 4만 원. 문의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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