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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세습의 한반도…죄송하지만, 이게 우리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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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5호 최영태⁄ 2010.11.08 14:34:23

최영태 편집국장 이제 2010년대입니다. 시대의 화두가 여럿 있지만 한국에선 역시 ‘세습’인 것 같습니다. 2대 세습과 3대 세습은 아주 다르다는군요. 2대만 해도 ‘공동 창업주’의 성격이 일부 있어 세습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지만, 3대까지 가면 태어나면서부터 귀족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다지요. 요즘 한반도에서 세습이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땅의 부모들 머리에는 “물려주자”는 생각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습이 자식에게 복을 주는 일일까요? 선진국에는 세습에 대한 룰 또는 상식이 정착돼 있다고 합니다. 대기업일수록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세습은 거의 없다고 하죠. 그런 예를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의 전 법무팀장)는 자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소개합니다. 예컨대 스웨덴에도 삼성그룹처럼 스웨덴 경제의 30%를 장악한 발렌베리 가문이 있고, 이미 5대째 세습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세습의 방식은 한국과 아주 크게 다르다지요. 후계자가 되려면 1. 부모의 도움 없이 대학을 자기 힘으로 졸업하고 2. 해외 유학을 마치고 3. 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하는 게 우선 기본조건이랍니다. 후계 경쟁이 치열해 자살자가 나올 정도라네요. 독일의 명품 가전업체 밀레도 이미 창업 110년이 지났는데, 여기도 후계 선정 과정이 장난이 아니랍니다. 라인하르트 진칸 회장의 경우 △군대를 다녀왔고 △4년간 BMW라는 남의 회사에서 일해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래서 2개 헤드헌터 업체로부터 ‘최고 인재’란 추천장을 받았으며 △아버지 회사에 밑바닥부터 입사해 승진해 올라갔고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외부 인사를 포함한 6인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사장 자리에 올랐다고 합니다. 세습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할 영국 왕실에선 왕자들이 군복무를 하죠? 군복무를 ‘혜택을 누리는 자로서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보기 때문이랍니다. 한국에선? 군대 보내는 아버지는 대게 힘없고 돈없어 가난뱅이 뿐이라, ‘빈민개병제’라고들 하죠. 3세의 문제는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양보를 모르고, 인간사를 모르고, 쭉~ 귀족으로 살았기 때문에 기득권이 조금만 흔들려도 참지 못한답니다. 결국 3대 세습을 하는 아버지는 아들을 ‘한심한 인간’으로 살라고 부추기는 격이죠.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같은 미국의 거부들이 공화당이 추진하는 상속세 폐지를 한사코 반대한 바탕에는 이런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한국 거부들은 법은 어겨도 상속세를 곧이곧대로 내면 큰일 나는 줄 압니다. 일본에는 ‘가업’이라는 좋은 개념이 있어, 피를 물려받지 않아도 세습을 할 수 있다고 하지요. 예컨대 다나카 사장의 사업을 꼭 다나카 성의 아들만 물려받는 게 아니라, 직원 중에서 아주 뛰어난 자가 있으면 성을 다나카로 갈면서 물려받는다는 게 가업의 개념이죠. 우리에게는 이런 전통도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이게 우리 수준입니다. 아직도 고통을 더 많이 받아야 세습이란 괴물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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