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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 -16]일주일 내리 잠못자면 이런 증세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잠들려 해도 눈만 멀뚱멀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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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1호 박현준⁄ 2011.09.26 13:49:30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1년차 전공의는 어느 과든지 전문의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군대를 다녀와 전공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우리 학년이 졸업할 때는 미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막히는 시대였으므로 군 제대 후 국내에서 전공의를 하는 의사들이 많았다. 내가 1년차일 때 군대를 다녀와서 함께 소아과를 했던 우리 동기 4명은 가급적이면 집에 안 가고 함께 당직을 하는 날도 많았다. 군대를 안 가고 졸업 직후 바로 전공의를 시작했던 우리 동기들이 4년차였으므로 우리는 더 조심스러웠다. 전공의 과정은 군대의 계급 서열보다 더 무서웠다. 당시 우리 과는 안 그랬지만 대개는 1년차 전공의가 회진을 위해 오후 5시경 회진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도 4년차 전공의는 병실에 내려오는 시간이 제멋대로였다. 어떤 친구는 밤 11시나 12시에 내려와서 회진을 도는 등 정말 못된 전공의도 있었다. 일반인들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나 소위 폼도 잡고 1년차들을 길들인다는 인식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1년차가 환자를 위한 모든 일을 다 했고, 2년차만 돼도 일선에서 일하는 법이 없었다. 7월이 되면서 점차 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1년차 5명 중 1명이 폐결핵으로 집에서 당분간 쉬게 됐다. 그런데 우리 과 교수가 무의촌 담당 교수가 되면서 또 1명이 무의촌 진료로 빠졌다. 그리고 며칠 뒤 원인 불명의 고열로 다시 1명이 입원했고 이어서 심한 복통으로 또 1명이 입원해 나 혼자 남게 됐다. 당시 교수들이 일곱 분이 있었는데 반드시 1년차가 회진을 담당해야만 했다. 지금 같으면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지만 당시만 해도 혼자 남은 내가 밤에는 응급실 환자, 낮엔 입원 환자를 혼자 다 봐야 했다. 일주일 동안 한 잠도 못 잤는데 왜 잠은 안 올까? 수면제 맞고 안경을 깨뜨리면서 졸도하듯 잠든 뒤 24시간이 지나 깨어보니, 이럴 수가… 아침에 회진을 도는데 교수들이 나를 기다리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루를 꼬박 새고 나니까 다음날 오후에는 졸음이 밀려 왔다. 이런 현상은 다음날까지 계속됐다. 3일째가 되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그리고 5일째 아침에 환자 설명을 하는데 나의 발표는 “바리움으로 환자 장을 꼬이게 했습니다”였다. 의도와는 달리 말이 거꾸로 나오는 현상이다. 주위 의료진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6일째가 되자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다. 식사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교수 한 분과 회진을 도는데 환자에게 교수가 설명을 해주는 도중에 서서 잠을 자다가 들고 있던 차트를 떨어뜨렸다. 놀란 그 교수가 “무슨 일이냐”며 물은 뒤 진상을 알고는 올라가서 자게 했는데 누워도 머리만 띵할 뿐 잠이 오지 않았다. 입학 동기인 2년차가 수면제 주사를 놓아줬는데 반도 들어가기 전에 책상에 얼굴을 부딪쳐 안경을 깨뜨린 채로 그대로 잠이 들더라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니 머리가 깨지는 듯 아팠다. 창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밑이 축축해서 바닥을 보니 온통 젖어 있었다. 다음날 저녁이었고 오줌을 침대에 싸면서 24시간이 넘게 잠을 잔 것이었다. 범인을 수사할 때 잠을 안 재우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고문인가를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그나마 정신없이 일을 하면서 7일간 꼬박 새웠는데도 그 정도인데 움직이지 못하게 세워놓고 밤을 새우게 한다면 아마도 누구나 차라리 죽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밤을 꿀맛 같이 보내고 다음날 나른한 상태에서 정신은 맑아졌다. 그런데 지난 7일간 내가 한 일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겁이 났다. 내가 환자를 보는데 무슨 실수한 것을 없을까?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이런 경험이 훗날 전공의 시스템을 바꾸는 데 큰 계기가 됐다.

만성 피로증후군이라지만 실은… 만성 피로증후군이란 심한 피로감과 근육통 증세들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이다. 여기서 증후군이라는 의미는 질환의 원인을 포함한 병의 실체를 잘 모른다는 의미이다. 정확히는 주로 피로감을 호소하며 여러 가지 증세가 수반되는 증세의 조합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도 많고 어려운 일도 많으며, 무엇 하나 쉽게 이뤄지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질환의 증세로는 피로감과 근육통 이외에 숙면을 못 이루고 두통과 여러 관절통, 집중력 감퇴 그리고 감기에 걸린 듯한 느낌, 소화 장애 등을 들 수 있다. 항상 피곤하고 잠을 잘 못 자며 온몸이 아픈 것 같다고 해 검사를 하면 대개 큰 이상이 없고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피로증후군이군요”라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최근에 이런 분들을 여러 차례 상담했다. 50대 여성, 60대 남성 등 대개 50, 60대로 이들은 거의 매일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만성 피로증후군 클리닉이 있는데, 원인 없이 위 같은 증세가 생기는 사람들에게는 건강검진을 한 뒤 신체 검진을 한다. 원인을 살펴보면 대개 신체의 디자인이 잘못돼 근육통을 겪으며, 이중 현대인의 90% 이상이 머리와 어깨의 정렬 이상으로 목 근육에 이상이 와서 머리에 연관통이나 방사통이 생겨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냥 ‘이유없이 몸이 피곤하다’고 생각하고 진단 내리기 전에, 자세나 체형이 잘못돼 그렇지는 않은지 생각하고 점검해 봐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면역력도 감소되기 때문에 항상 감기 기운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으며, 심하면 우울증까지 온다. 허리나 목에 통증을 느껴 나를 찾았던 사람들은 신체 디자인 운동을 하면서 몇 개월이 지나니까 통증이 사라지고, 통증이 없어지니 기분도 좋고 잠도 잘 온다고들 말한다. 통증이 사라진 것도 한 몫을 했겠지만 규칙적인 운동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 잠을 잘 오게 하는 호르몬이 분비됐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계속 움직여 줘야 한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이에 필요한 에너지를 쓰게 되며 우리 생활에 활력을 주는 호르몬의 분비를 유지시켜 줘야 한다. 질병을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오래 살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한다면 신체를 검사하고 이를 교정하고 강화하는 운동은 우리의 인생을 힘차고 활기차게 하는, 그러나 현대인이 소홀히 생각하기 쉬운 부분이다. 질병이냐 건강이냐 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20세기 후반까지 지배했다. 그러나 이제는 평생 동안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 즉 건강수명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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