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도 스승이나 부모의 훈계를 무척이나 싫어했던 것 같다. 대신에 ‘자경문(自警文)’이라 하여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글을 쓰고 이를 실천하려 애썼다. 그런데 요즘에도 ‘자경문’을 써서 간직하면서 그걸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자경문’에 대해서라면 율곡 이이 선생의 것을 최고로 친다. 율곡이 어머니(신사임당)를 여읜 뒤 상심한 채로 금강산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자기수양의 조문을 삼고자 지은 글이다. 율곡의 자경문을 보면서 생각이 스쳤다. 우리 골퍼들도 여기에 맞춰 각자에게 맞는 ‘골프 자경문’을 써서 늘 캐디백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읽어보면 어떨까. 1. 입지(立志) 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야 한다. 성인을 본보기로 삼아서, 조금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은 끝난 것이 아니다.(골프→싱글(로우 핸디캐퍼)을 목표로 한다. 프로를 본보기로 삼아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골프도 끝난 것이 아니다.) 2. 과언(寡言)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다. 제때가 된 뒤에 말을 한다면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골프→해저드를 넘긴다고 함부로 공헌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물에 빠지면 더 쪽팔린다. 넘긴 다음에 으스대도 충분하다.) 3. 정심(定心) 오래도록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던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들이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골프→오래 굳어진 잘못된 스윙이나 매너가 어찌 금방 고쳐지겠는가. 그러나 누군가가 뭐라 평가해주면 맘을 굳게 먹고 고쳐보도록 하자.) 4. 근독(謹獨)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도 유념하면 일체의 나쁜 것들이 자연히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골프→혼자 있을 때도 잘된 이미지 스윙을 할 것이지, 동반자의 돈이나 딸 생각만 해서는 골프가 늘지 않을 것이다.) 5. 독서(讀書) 글 읽는 까닭은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일을 할 때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골프→연습장이나 코스에 나가지 않을 때는 정갈한 자세로 김재화가 쓴 ‘골프가 안 되는 108가지 이유’ 등을 읽고 라운드 때 이를 응용해 보자.) 6. 소제욕심(掃除慾心) 내게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은 더욱 살펴야 할 일이다.(골프→몰래 볼을 터치하거나 백돌이를 등쳐 돈이나 따려는 마음은 버려야 할 일이다.) 7. 진성(盡誠) 내 가슴 속에서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마음이 서로 다투게 해서는 안 된다.(골프→퍼팅라인도 한 가지로 통일하고, 고구마(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클럽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를 칠 것인가, 롱 아이언을 쓸 것인가도 빨리 정해야 한다.) 8. 정의지심(正義之心)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더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골프→친구가 더블파를 치는 홀에서는 일부러라도 버디를 하지 않는다.) 9. 감화(感化) 누가 나에게 악행을 가하면, 나는 자신을 깊이 반성하며 그를 감화시킨다.(골프→내게 구찌겐세이(떠들며 방해하기)를 해오면 나도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그러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10. 수면(睡眠) 밤에 잠을 잘 때 아니면 함부로 누워서 안 되고 기대어도 안 된다.(골프→졸린다고 카트위에 누워서도 안 되고, 스윙 때가 아니면 몸을 이리저리 흔들지 말고 똑바로 걷는다.) 11. 용공지효(用功之效) 공부는 늦춰서도, 급하게 해서도 안 되며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만약 그 효과를 빨리 얻고자 한다면 이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골프→60살 넘어서나, 그렇다고 연습장 단 이틀 나가고 머리를 올린다는 것도 그렇다. 또한 한 달 만에 싱글이 되겠다는 것은 골프를 모독하는 마음이다.) -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골프작가/언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