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의 골든 시즌인 6월엔 장미가 어울린다.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와 벌써부터 땀에 젖는 플레이를 해야만 하고, 입장객이 줄어 골프장 경영수지가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티타임 얻기가 쉽지가 않다. 파스텔톤의 우거진 초목들과 초록빛 잔디들이 페어웨이에서 볼을 힘 있게 받쳐주게 되므로 골퍼들은 최고의 샷을 구사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인 것이다. “60타 대를 치는 골퍼는 국가를 먹여 살리고, 70타 대를 치는 골퍼는 가정을 먹여 살리고, 80타 대를 치는 골퍼는 친구들을 먹여 살리고, 90타 대를 치는 골퍼는 골프장을 먹여 살리고, 100타 대를 치는 골퍼는 골프공 회사를 먹여 살린다”라는 골프 유머는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내기골프를 좋아하는 골프 문화를 가진 나라도 드물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우리가 라운드 때마다 만나는 내기의 유형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뽑기라고 하는 것은 일명 ‘라스베거스’라는 것인데, 서양식 카드 4장으로 같은 종류를 뽑은 골퍼끼리 점수를 합산해서 편을 갈라서 승자를 정하는 방식이 있으며 이를 응용한 여러 방식도 있다. 스킨스게임을 리모델링한 일명 ‘조폭스킨스’라는 도박게임이 있다. 버디를 잡은 플레이어가 그 홀까지 진행되고 있던 모든 상금을 싹쓸이해서 가져가는 황당무계한 방식이다. 원래는 정상적인 스킨스게임을 북한식 용어처럼 빼먹기라고 하는데 상금을 적당히 거두어서 만들어놓고 매 홀마다 승자가 가져가는 방법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내기골프를 통해서 매 홀마다 자신의 멘탈을 강화시켜 집중력 유지에 기여를 하기도 한다. 이는 당연히 매 스윙마다 신경 써서 경기에 임하게 되고 동반자의 스윙까지 주의 깊게 분석하는 것들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교환교수로, 미주 한국일보에 데일리 칼럼을 연재하면서 한국 교포들과 라운딩 할 기회가 제법 있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내기근성이 미국 땅이라고 시들 리가 없었다. LA의 모 골프장에서 한국인들끼리 내기골프 중에 권총을 든 강도가 나타나서 현금을 모조리 털린 일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건이기도 하다. ‘어니스트 존’이라는 방법은 정직한 사나이 존이라는 뜻으로 친선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그날 각자의 목표 스코어를 잘 판단해서 신고한다. 90타를 신고한 사람이 95타로 마쳤다면 5타 초과로 1점당 약정한 참가금을 낸다. 반대로 신고한 90타보다 5타 적은 85타를 치게 되면 1점당 약정한 금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정직한 자진납세자에게 유리한 게임 방식이라 하겠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 꼭 필요한 내기라면 필자는 ‘OECD 캐디피 방식’이란 것을 권하고 싶다. 이 방법에는 상금은 없고 OB나 해저드, 벙커, 더블보기 이상 3퍼트 이상 등의 규정을 정하고, 작은 액수의 벌금을 정해서 게임을 하다보면 동반자들이 결국 비슷하게 벌금을 내게 되고 이를 캐디피로 계산하게 되면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이 즐거운 라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건국대학교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