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이재현 회장이 25일 검찰의 소환을 앞두고 관련 업계가 문화산업 분야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영화계는 봉준호 감독과 세계를 대표하는 명 배우들의 만남, 그리고 독창적인 이야기로 2013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설국열차'의 8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봉 소식만으로도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달구며 영화 팬들을 들썩이게 만든 '설국열차'는 CJ가 없었다면 탄생이 힘들었을 영화라는 것이 영화계 전반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영화로는 4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해운대', '베를린'과 같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비가 보통 100억 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4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앞서 CJ E&M은 영화 제작비의 일부만 투자해 국내 판권을 갖고, 나머지는 제작사가 해외에서 충당하려는 계획이었으나 해외 투자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설국열차' 제작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CJ가 제작비 전부를 책임지기로 결정된 것이다. '설국열차'는 북미 지역을 비롯, 전세계 대부분 국가에 선판매 되며 사전 판매액으로 제작비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회수했으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크리에이티브와 영화 수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CJ가 아니었으면 이런 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내 영화 산업의 성장에는 CJ의 지속적인 투자와 글로벌을 향한 사업이 도움 됐다는 의견을 모은다. 1995년 영화로 문화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CJ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지난 6월 20일 한국영화 배급사에 수익 55% 지급하는 상영부율 조정을 업계 최초로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CJ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명실상부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CJ그룹 사업 전략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식품 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물류·신유통으로 분류되는 CJ의 4대 사업군에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는 CJ가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는 CJ의 결정에 따라 문화콘텐츠 산업이 받을 타격이 가장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류 전도사로 글로벌 사업 등 문화 사업 전방위 참여..., 총 투자액 2조 5천억 넘어 CJ는 2011년 온미디어를 합병하면서 18개의 채널에 다양한 전문성을 부각하며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2012년에만 전체 방송 콘텐츠 제작 및 수입에 3850억 원을 투자했다. 2011년보다 무려 720억 원을 늘린 금액이다. 드라마 제작 비용만도 800억 원을 웃돈다.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미디어&콘텐츠의 제작에서부터 유통 등 전 과정을 갖추게 된 CJ E&M은 2012년 시즌4까지 방영된 '슈퍼스타K'가 케이블방송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 문화 전반에 오디션 열풍을 선도했다. 또한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깨고 지상파 드라마 이상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3년에도 59억 원에 달하는 제작지를 들여 제작한 tvN 드라마 '나인'이 호평을 받은데 이어 하반기에는 제작비만 1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초대형 드라마 '빠스켓볼' 편성을 확정하는 등 공중파 드라마를 넘어서는 활발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1999년 ‘Mnet 영상음악대상’으로 시작해 2009년부터 아시아 최고의 음악 시상식으로 거듭난 MAMA((Mnet Asian Music Awards)는 2009년 아시아 주요 10개국에 생중계, 글로벌 시상식으로서 첫 발을 디뎠으며, 2010년 마카오, 2011년 싱가포르, 2012년 홍콩에서 개최하며 전세계 음악팬들이 즐기는 세계적인 시상식으로 확대됐다. 2012년 홍콩 HKCEC에서 열린 ‘2012 MAMA’는 전세계 16개국 생중계, 69개국에서 녹화 중계되며 총 85개국, 23억 명의 시청자들을 만났으며, 글로벌 엠넷닷컴을 비롯 20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며 한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K-POP을 넘어 전세계 음악 팬들과 음악 애호가,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는 최대의 음악축제 ‘아시아의 그래미 어워즈’로 자리매한 MAMA에 CJ는 매해 수십억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한국영화관객 1억 명을 돌파하며 신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한 한국영화시장에서 CJ의 위치는 더욱 돋보인다. 해마다 14~16편의 영화에 투자를 하며 업계 1위로 한국영화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CJ E&M 영화사업부분은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대신, 무모할지 모르지만 과감하고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통해 한국영화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다. 2천 년대 중반 영화 거품이 꺼지며 제작비 투자가 2008년 이래 급격히 감소하여 영화 산업이 위축될 위기에 처했으나 CJ는 오히려 투자를 확대, 우리나라 전체 영화제작 투자비의 30% 정도를 책임지며 시장을 키워나갔다. 90년대 중반 삼성, 대우와 같은 대기업이 문화콘텐츠 사업에 잠시 뛰어들기도 했지만, 외환위기를 맞이해 철수한 전례가 있던 터라 이와 같은 결정은 업계의 찬사를 받았다. 작년 1232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은 ‘광해, 왕이 된 남자’, 신인감독과 함께 한 ‘늑대소년’, 100억대 대작으로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베를린’, ‘타워’ 등이 모두 이러한 도전의 산물이다. 올해는 앞서 언급한 ‘설국열차’외에도 감기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다루고 있는 재난 블록버스터 ‘감기’, 아시아 로케의 첩보액션 영화 ‘스파이’, 1월에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한 ‘베를린’ 등 연 1~2편 정도에 그쳤던 100억 원대의 대작 영화를 3~4편으로 늘리며 더욱 과감한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의 산업화와 글로벌화는 CJ가 사업에 뛰어든 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인정하며 방송, 음악, 공연, 영화 등 전 문화 사업에서 CJ가 투자하지 않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1995년 제일제당 내 ‘멀티미디어사업부’에서 출발해서 지금 문화산업에서 가장 큰 경영 성과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기까지 18년이라는 세월 동안 CJ가 투자한 금액은 2조 5천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투자, 국내 굴지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이라는 위용에도 불구 현재까지 누적 손실액은 1천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95년 영화에서 시작, 국내 최고 종합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 엄청난 누적 손실에도 불구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 CJ의 의지는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 문화는 그것이 창조되고 수용되어 모든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귀한 문화재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재를 털어 호암 미술관을 건립할 정도로 문화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이병철 선대 회장에게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가르침과 교훈을 받았고 CJ는 이 정신을 이어받아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즉, 목전의 수익에 연연하기보다 문화콘텐츠의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최고경영자의 소명의식이 오늘날의 CJ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제일제당은 식품을 중심의 기업으로, 삼성으로 분리해 나오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제일제당이 그 동안 국민들의 입을 즐겁게 해왔다면, 앞으론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비즈니스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던 즈음 드림웍스가 해외파트너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제일제당은 각고의 노력 끝에 드림웍스 지분의 30%인 3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주주로 참여하게 된다. 일본 기업의 할리우드 진출이 활발하던 시절이라 드림웍스가 한국의 제일제당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당시 세계의 주목을 끄는 굉장한 뉴스였다. 드림웍스와의 투자 협상을 논하는 중요한 자리에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 피자를 먹으며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카젠버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재현 회장의 일화는 아직까지 회자된다. 제일제당은 1995년 2월 드림웍스 투자를 결정 한 뒤, 같은 해 8월 제일제당 안에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1998년에는 홍콩의 골든하베스트, 호주의 빌리지 로드쇼와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 11’을 오픈하며 영화 산업의 일대 전환기를 불러온다. CJ는 CGV를 본격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영화 관객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었고, 이는 한국 영화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영화 전문가들은 “CJ가 영화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영화 제작비와 예산이 철저하게 관리되며 제작비 운영과 수익 분배가 투명해진 것과 내수에만 그치던 국내 영화시장이 해외에 세일즈가 시작되고 해외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등 글로벌 판로가 열린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CJ는 영화에 이어 90년대 후반 케이블방송 사업에도 진출한다. 1997년 음악전문 방송채널인 Mnet을 인수하면서 미디어와 음악제작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2002년 CJ미디어를 설립한데 이어 2010년에는 온미디어를 인수해 현재 18개의 전문채널들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3월에는 흩어져있던 CJ 미디어와 온미디어(방송), CJ 엔터테인먼트(영화, 공연), 엠넷 미디어(음악), CJ 인터넷(게임)을 모아 CJ E&M을 출범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난다. 문화 콘텐츠 분야의 투자와 지속적인 사업 확장이 모두 최고경영자의 강인한 의지에서 진행되었던 만큼 이번 사건을 겪으며,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CJ 그룹 관계자는 “오랫동안 K-Culture의 세계화를 위해 준비하고 달려왔는데 불미스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어 무척 당혹스럽다”며,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은 그 동안 한국 문화산업 업계와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해 오신 만큼, 앞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안테나를 세우고 예의주시 하고 있다. 한 외주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지금 방송가는 CJ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CJ E&M은 한해 20개가 넘는 드라마를 만들며 수백억을 투자하고 있다. 100~200억만 규모를 줄이더라도 외주 제작사 몇 개가 휘청거릴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는 CJ 만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맥을 가진 기업이 없다. CJ 가 손을 놓고 있다면 영세한 연예기획사들이 자생적으로 해외콘서트나 진출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문화 산업 업계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가 빨리 정상화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