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공수래공수거’라 했으니 과욕은 금물이란다. 부와 권력에 마구 들이대다가 결국 불행의 늪에 빠진다...는 뭐 그러한 심오한 이야기인 ‘Come empty, return empty’는 아니지만, ‘공수레공수거’ 역시 엄연한 인생사라 할 수 있다. 제목을 잘 보시라. ‘공수레...’다. 경기도 모 골프장 인근에 사는 한 노인이 무단으로 침입해 숲이나 연못에 빠진 ‘분실구’들을 마구 수거해 가기에, 질서도 지키고 공에 맞는 불상사도 걱정돼서 못하게 했다. 한데 그 노인은 말을 듣지 않고 나중에는 아예 수레를 끌고 와서 공을 수거해 가는 바, 결국 골프장 측은 절도죄로 신고를 했단다. 골프공 도둑을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얼굴에 삶의 찌든 주름살 딤플이 골프공 이상으로 퍼져 있는 이 노인이 한 번만 봐달라며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고 가련한 마음에 중얼대길 ‘아! 인생은 공수레공수거이구나!’라고 했을 수도 있다. 주인이 의도한 방향이 아닌 곳으로 날아가 사라져버린 골프공이 연간 무려 7억 개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니 어떤 골프장에서건 금방 리어카로 한 두 수레쯤은 수거할 골프공들이 즐비하다. 삼선짜장 한 그릇 값과 거의 같은 골프공이 눈에 잘 띄지 않아 분실로 처리되니 아깝고도 또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골프공은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소모품에 다름 아니다. 간혹 일부 골퍼들이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을 일으켜서 겉은 누르뎅뎅하게 뜨고, 탄성은 이미 잃어버린 ‘죽은 공’을 변변한 인공호흡도 시키지 않고 다시 일을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OB선을 넘었거나 나무나 바위에 심한 충돌을 일으킨 골프공은 재기용 하지 않는다. 집나간 마누라를 밉다고 내치거나 부상을 입은 병사를 전투에 투입하지 않는 이치와 비슷하다. 나도 100년에(?) 한 번 정도는 숲으로 공을 날린다. 사라진 공의 생사여부를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벌벌 떨면서 샀던 고가품이란 탓도 있지만 점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숲속에서 들었다. 사람의 목소리만큼 명료한 음성으로 골프공이 외치는 소리를 분명히 내가 들었단 말이다. 더러는 잠을 자고 몇은 새 주인의 간택을 기다리던 공들이 내게 두런댔다. T “작가님~! 어찌 저를 지나치려 하십니까? 저는 미쿡서 건너온 따이뚤...거시기입니다. 한쿡 사람들, 아직도 뭐든 미제를 찾지 않습니까요?” 하긴 한때 숲에서 이걸 발견한 사람이 “심봤다~!”를 외친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다른 것이 내 바지가랑이를 잡는다. S “나 쑤리이크수니는 사람이 아니무니다. 그렇다고 골프공이 아닌 것도 아니무니다. 독도를 그냥 줄 테니까 나를 써주시기 바라므니다” 예끼! 애초에 우리 땅을 너희가 감히 운운해! 우선 고 버르장머리가 싫도다. 바로 이때 때깔도 고운 공 하나가 멀리서도 영롱한 빛을 발한다. V “접니다. 이름부터 볼...로 시작하는 제작사의 가장 잘 뛰는 일꾼 마그마!” 반가웠다. 그대가 정녕 이일희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그 공이란 말인가! V “네 여태까지의 골프공은 외국 유명브랜드라는 것만 내세워 판을 쳤었죠. 그런데 모든 산업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얼마나 짱입니까? 최근 제가 공정하고 정밀한 테스트에서 방향성과 거리 면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한 거, 작가님은 잘 아시죠?” 그렇다. 말 나온 김에 지나치게 날아가 로스트 볼이 되었으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은 저 똑똑한 볼빅의 마그마 볼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련다. 이 볼은 최대 거리인 평균 257.6야드를 날았다. 타이틀리스트 프로V-1X는 243.1야드에 그쳐 무려 12야드 이상 거리가 더 난 것. 이런데도 예뻐해 주지 않으면 이상한 것 아닐까? 거기에 구분하기 편하고 찾기 쉬운 모양은 덤이다. 나는 그동안 오직 V사의 이 볼만을 쓰면서도 사실 눈치가 보여 제대로 칭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볼빅비어천가를 맘껏 읊어도 되는 것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 세계무대를 휩쓸었고 객관적 평가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여기저기서 소문과 칭송이 공개적으로 자자하기에 그렇다. 인생이 ‘공수래공수거’이건, ‘공수레공수거’이건 골프가 있어 더욱 즐거우니, 늘 엄청난 임팩트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공을 더욱 사랑할 일이다. -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골프작가/언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