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멀리(far) 그리고 똑바로(sure)다. 그렇다면 일반 골퍼들에게도 이게 목표여야 될까? 만약 주말 골퍼들이나 평범한 아마추어 골퍼들이 실제로 이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면 즐거워야 할 골프가 너무나 피곤해 질 수 있다. 골프를 하다보면 우리는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그저 운동 삼아 재미있게 즐기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하나는 스코어에 집착하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골프를 할 때는 먼저 동반자들이 이들 중 어떤 성향의 골퍼인지를 잘 파악해야 된다. 그러나 각자의 습성이 다른 탓에, 그것도 서너 명이나 되는 동반자들의 성향을 대번에 알기란 쉽지가 않다. 서로 자주 어울려 치는 동반자들이야 크게 별 문제가 없지만, 접대성 골프를 하거나 생경한 이들과 함께 할 때면 이런 각자의 라운딩 습성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인생사에서 서로 편하게 살 수 있다. 만약 자신이 한 타 한 타 스코어를 중요시하는 골프를 한다면, 오히려 설렁설렁 치는 동반자를 만났을 때면 거북할 따름이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필자도 그런 경험을 했다. 동반자의 불쾌한 언행이 있었다. 그것을 탓할 명분이 없고 그럴 가치도 없어 별반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18홀의 라운드가 즐겁지는 않았다. 갓 풋내기 의사 시절이었다. 주임교수님의 진료실 한 귀퉁이에 ‘귀수불심(鬼手佛心)’이란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 뜻을 몰라 교수님께 여쭤보니 ‘외과 의사는 말이야’하면서 ‘귀신같은 손놀림과 부처의 마음을 닮으라는 뜻’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글귀의 의미가 외과의사에게는 아주 적절한 가르침이었다. 그런데 이 말이 골프에도 아주 잘 어울린다.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마스터스가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열리고, 세상에서 골프를 제일 잘 치는 선수를 뽑아 그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면서 마스터라 칭한다. 언제부턴지 그 말의 의미가 적절한지를 생각해 봤다. ‘구성’ 바비 존스가 처음 오거스타를 건설하고, 마스터스를 창설해 매년 대회를 치루고 있지만, 분명 바비 존스 시대의 마스터와 지금의 마스터는 그 의미가 약간 변질돼 보인다. 그 시절 아마추어였던 바비 존스에게는 경기력보다는 명예가 더 소중했다. 그가 꿈꾸던 골프 마스터는 기량도 최고라야 되지만 인품이 더 중요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겨뤄 최고를 뽑는 대회였고, 마스터의 정직성과 인품이 배어있는 대회였다. 그래서 대회를 통해 배출된 당시의 마스터들은 명예를 더 소중히 여겼던 것이다. 지금도 마스터스는 상업성을 배제하고 스폰서 없이 운영하면서 바비의 뜻을 따르고는 있다. 하지만 마스터가 프로의 전유물이 돼 버린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 됐다. 그렇다면 ‘과연 아마추어들 중엔 골프의 마스터가 없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일반인 골프에서의 마스터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하고 가끔 생각해 본다. 골프의 기량이 월등한 자가 마스터라기에는 왠지 부족한 것 같다. 골프의 기량도 출중해야지만, 더불어 그의 내면의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설의 골퍼들은 대부분 기량 뿐 아니라 인품도 남달랐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마추어에서도 이런 사람이라면 마스터라 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이것에 적절한 말이 바로 ‘귀수불심’이다. 비록 골프가 생업은 아니지만 프로같이 연습을 하지 않아도 귀신같이 골프 잘치고 인품은 부처님을 닮은 자. 그가 골프에서 마스터라고 생각해 봤다. 일반인 골프에서 기량은 어쩔 수 없다 치고 마음만이라도 제대로 동반자에게 베푼다면…. 부처님처럼 혹여 사리라도 생길지…. - 강명식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푸른요양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