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이철호 복지 칼럼]음식문화 역사인식이 선진국 만든다

  •  

cnbnews 제349호 박현준⁄ 2013.10.21 13:43:19

수년 전 전남 강진 산중턱에 있는 다산초당을 돌아보면서 역사의 깊은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산이 정적들의 모함으로 이곳에서 18년간 고독한 유배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목민심서를 비롯한 그의 유명한 저서들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오늘날 다산 정약용을 아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 시대에 바쁘게 살면서 권세를 부렸던 모든 사람들은 잊혀져 모르지만 실패자로 낙인찍힌 유배자가 후세에 길이 남아 명성을 떨치는 것을 보면서 오늘날 정치권력에 아부하고 대학의 보직을 얻기 위해 학자이기를 포기하는 우리들에게 역사가 주는 교훈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일생은 백년을 다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들이 이어진 인류의 역사는 수만 년을 이어와 우리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면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 장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의미를 남겨야 하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내겐 항상 떠오르는 소명이 있다. 그것은 잘못 전해진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아 후대에 물려주는 일이다. 반 만 년 전 동북아의 선진민족으로 출발했던 우리민족이 지난 천 년 동안 중국에 밀리고 일본에 짓밟혀 왜곡된 역사를 강요당했고 결국 세계에 우리의 존재를 인정받지도 못하는 식민 지배를 겪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다행히 지난 천 년 대가 끝나는 무렵에 세계가 한류를 인식할 만큼 민족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제 새로운 천 년을 우리의 시대로 만들려면 그래서 다시 우리가 세계의 선진국이 되려면 지난 천 년 간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바로 잡아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인류사회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식량을 획득하고 장만하는데 사용하였다. 인류문화의 초기단계에서는 음식문화가 인류문화의 기저를 이루었으므로 식량의 획득 방법과 가공기술이 국력과 문화수준을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우리의 선조들이 초기 국가형성기인 기원전 3000년경에 동북아의 강대한 민족으로 성장하여 한때 중국 내륙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콩을 식량으로 사용하여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만주와 한반도에 살던 동이족이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콩을 식용으로 사용한 사람들이며 발효기술을 남보다 먼저 발전시켜 간장, 된장 제조법을 개발한 민족이라는 증거를 고고학적 유물이나 고전에 쓰여진 자료에서 발견할 수 있으나 세계는 이것을 중국이나 일본의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기꼬망회사는 1999년도에 기꼬망국제식문화연구소를 설립하고 2000년부터 Food Culture라는 영문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이 잡지 1호와 2호에 로이이치 이이노 교수가 ‘간장의 역사’를 문헌 고증을 통해 비교적 자세히 연구하여 연재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면 간장의 기원은 중국이고 12∼13세기에 일본이 개량 발전시킨 것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우리 것에 대한 자료를 우리가 연구하여 발표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연구 발표된 것이라도 빨리 세계에 알리고 이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수행되어야 하겠다. 콩의 기원에서부터 가공기술에 관한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적 자료와 생물학, 식품학 분야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우리 음식문화의 원류를 파악하고 그 기초를 학술적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음식문화사적 접근을 통해서 우리 역사의 천 년 간 오류를 바로잡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좀 더 차분히 앉아 다산처럼 학문의 늪 속에 빠져 있는 학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