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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섭 대기자가 만난 사람 - 정세균 국정원개혁특위 위원장]“국정원 일탈, 궁극적으론 대통령 책임”

“국정원개혁특위 1차는 통제기반 마련…2차에선 조직 변화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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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2호 심원섭 기자⁄ 2014.01.20 13:50:34

▲사진 = 이성호 기자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은 국회도 있고, 총리도 있고, 대통령도 있고, 국무회의도 있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아무 것도 견제기능이 없이 대통령한테만 보고한다. 따라서 유일한 보고자이자 상관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과거에 국정원의 일탈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은 무조건 대통령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인 정세균 국정원개혁특위 위원장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1월16일 CNB저널과 단독인터뷰에서 내뱉은 일성이다.

이어 정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정원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집중화된 권력을 가진 기관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국정원을 개혁을 하지 못하면 정말 희망이 없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을 것이어서 이 불씨를 살리는 것이 내 책무라고 생각 한다”며 국정원개혁특위 위원장으로서 사활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국민들에게 새해를 맞이한 인사 한 말씀해 달라.

“2014년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경구비마’(輕裘肥馬)의 풍요를 누리시길 기원해 본다. 경구비마는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말로 ‘가벼운 가죽 옷을 입고 살찐 말을 탄다’는 뜻으로 청마의 해를 맞아 우리 살림살이가 보다 윤택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인사다.

그런데 경제가 너무 어려운 시기라 걱정이 많다. 국민들께서 어려운 때일수록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잘 극복해 나가실 것으로 믿는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삶을 평안하고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다.”

-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가 2단계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단계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국정원 개혁특위는 2단계로 역할이 주어졌다. 1단계는 과거에 대한 성찰, 반성 차원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나 정치관여, 그 일탈행위를 어떻게 하면 막을 것인가 하는 국정원의 정치관여 금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1일, 국가정보원법 등 7개 법률안을 개정하여 국정원의 정치개입, 선거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2단계는 국정원 개혁특위 활동 시한인 2월 말까지 1단계 활동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국정원의 대테러 대응능력, 해외 및 대북 정보능력에 관한 사항 등을 다루게 된다.

국정원의 본질적 개혁과 관련하여 많은 분들이 제기하시는 수사권 이관 등의 근본적인 과제도 2단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국정원 개혁특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에게 두려움을 주는 국정원이 아니라 국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국정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안보현실과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춰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이나 국외 정보력은 강화시키되 국내 정치에 대한 개입을 금지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적지 않은 쟁점들이 도사리고 있어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그동안 국정원 개혁을 위한 시도와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 때마다 미완의 개혁에 그쳐왔다. 저는 이번이 국정원 개혁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위해 필요한 존재이기는 하나 결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이자 명령이다. 국정원 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관하여 여야 간에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리당략을 뛰어 넘어 함께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벌어진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나 그리고 정보위 전임화·IO 규제 등도 적지 않은 이견이 대두되고 있는데…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촉발된 심리전 문제와 IO문제가 최대 난제였다. 이번에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국정원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정치 관여를 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또 이 개정안을 특위에서 통과시킬 때 앞으로 국정원이 국정홍보를 하는 정책 부서를 두지 않기로 국정원장이 확약 했다. 그러므로 심리전단은 없는 것이다. 앞으로 강화된 정보위에서 이것을 확실하게 견제하고, 감시하고, 따져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또 IO문제는 특위에서 국정원 직원의 부당한 정보수집행위를 할 수 없도록 앞으로 국정원이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 등 민간을 대상으로 파견이나 상시출입 등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절차와 방식은 국정원 내규로 정한 뒤 특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다만 내규를 100% 국정원에 위임한 것이 아니다. 국정원 셀프개혁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아니고, 당연히 입법 취지에 맞는 내규가 만들어지도록 특위가 견제하고 감시할 것이다.

그리고 합당한 내규가 만들어질 때만 그것을 수용할 것이다. 따라서 IO의 일탈행위는 근절될 수 있다고 본다.”

- 지난 1일 처리된 국정원 개혁법안의 의미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회에 의한 통제기반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겨우 레일이 깔렸을 뿐이다. 레일을 타고 못 타고는 정보위원들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

또한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정치개입을 할 경우 처벌 형량을 높이고 공소시효도 10년으로 연장했다. 정권이 2번 바뀌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권 줄서기는 엄두도 못 내게 무겁게 처벌 규정을 만든 것이고, 이제는 예전처럼 정권이 바뀌면 대충 넘어갈 수 없다는 의미다.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부당명령거부권 등도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선거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라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이번 개혁입법은 국정원 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 지난 해 12월 9일 특위 위원장을 맡은 뒤 대단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가.

“이번이 국정원 개혁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성과만 낼 수 있다면 정치인 정세균은 안보여도 좋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일 할 때는 아주 조심조심 해야 한다. 마도 끼지 않고, 중간에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주의한다. 그런 정성을 들이는 차원에서 혹시라도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또 너무 강하게 드라이브 하는 것이 국정원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뭉치게 하거나, 또 그 세력들의 저항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면 안 되겠다 해서 굉장히 신중하게 자제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심원섭 기자와 대담 중인 정세균 의원(오른쪽). 사진 = 이성호 기자


- ‘양특(특검과 특위)’ 중 특검은 물 건너갔다고 보는가.

“특위가 할 일이 있고, 특검이 할 일이 따로 있다. 특검은 잘못을 가려내는 일이고, 특위는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많은 국민들이 대선 때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일탈행위에 강한 거부감과 비판의식을 갖고 있다. 이것을 어떤 형태로든 매듭지어야 한다. 갈등 사안은 빨리 끝내야 나라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대한민국은 1년 동안 국정원 때문에 정지 돼 있었다. 특히 청와대가 발 벗고 나서서 검찰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의혹이 드러났다.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특검뿐이다.”

-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지난 3일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을 쉽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느 민주국가에도 우리나라 국정원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통제받지 않는 기관이 없다. 남북 분단과 대치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1961년 중앙정보부로 탄생했을 때부터 부정적 역사로 점철됐고, 2012년에는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기관인지, 정권을 위해 일하는 기관인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과도한 권한이 원인 중 하나다.

국정원에 새로운 권한을 주면 그만큼 잘못된 권한은 돌려받아야 한다. 현재 국정원은 너무 비대하고 힘이 세다. 그런데 지금의 국정원에 새로운 권한을 쥐여 주면 올바르게 쓸 수 있을지 아직은 솔직히 믿음이 가질 않는다. 국민들의 눈높이가 가장 중요하다.”

- 6·4 지방선거가 불과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정을 평가하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잘못된 정책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선거가 유일하다.

지난 대선에서 사실상 여야가 합의한 경제민주화나 복지 공약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대부분 폐기하거나 축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었다. 정권의 독주라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야만 국정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은데.

“제가 당 대표로 선거를 치렀던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언론에서는 선거일 전날까지 민주당후보들이 열세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이길 수 있었던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민주당에 대해 국민들의 질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직도 회초리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앞으로는 잘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제시한다면 국민들이 다시 민주당의 진심을 받아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 무난하게 창당될 것으로 보는가.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혐오가 빚어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것은 일종의 반사이익이다. 그러나 정당을 창당하고, 후보자를 내고, 그 후보자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반사이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기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아직은 신당이 추구하는 새정치의 실체를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 호남권이나 수도권에서 민주당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가.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기득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 있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새누리당의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의식 또한 만만치 않다. 민주당에서 좋은 후보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공정한 룰과 절차를 마련하여 기회를 제공한다면 호남 민심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 특히 안철수 의원 측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반드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데 그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그리고 그런 현상이 가시화됐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직 시장으로서 시정을 잘 운영해 왔고 시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박원순 개인을 지지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박원순 정책을 지지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낸다면 과연 박 시장과 확실히 다른 정책을 가진 후보자를 낼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안철수 의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정책을 보면 민주당과 정책적 차이를 거의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만약 같은 정책, 비슷한 정책을 놓고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신당의 후보가 경쟁하면 누가 당선될 수 있다고 보나? 정책이 전혀 다른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렇게 된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인가? 그런 어부지리를 준다면 그게 서울시민의 책임인가? 정당의 책임인가? 단순히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남도지사 안희정, 강원도지사 최문순, 인천시장 송영길은 어찌할 것인가? 그들은 단지 민주당의 후보가 아니라 민주진보진영의 자산이다.”

- 소위 얘기하는 ‘안철수 새정치’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아직 새정치의 콘텐츠가 분명하게 나오지 않아 잘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그간의 맥락으로만 본다면 새정치는 주로 기존 정치권의 비효율성이나 낭비적 요소를 지적하는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는 기업적 생산성의 관점에서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영역은 아니다. 정치는 정의나 공평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영역이다. 불평등한 사회구조 하에서 약자의 권리를 찾아가도록 하는데 있어 효율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 대의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아주 비효율적인 일도 해야 하는 것이 정치다.”

-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은 ‘결과로서의 통일’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다.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간의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통일을 향해 갈 것이냐, 아니면 군사력을 동원해 흡수통일로 갈 것이냐, 또한 적대적인 압박으로 북한의 정권붕괴를 기다릴 것이냐 등의 과정이 통일 문제의 본질이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대박’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즉 작은 노력이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새해 포부와 앞으로의 계획은?

“정치란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조화롭게 풀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를 추구하는 혁명가가 아니라 최선이 아닌 차선, 때론 최악을 피해 차악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정치를 중시하는 정치가의 길을 정직하게 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서울 종로구 지역구민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

“지난 한 해 동안 종로구민께 약속드린 대로 ‘종로 초선’의 열정과 5선 국회의원으로서의 노련함으로 종로구의 발전을 위해 뛰어왔다. 금년에도 지역구민과 함께 종로의 새로운 변화, 행복한 변화를 일구어 갈 것이다. 작은 것을 크게 보고 작은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소통의 정치, 품격 있는 정치로 주민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할 것이다. 지역구민 모두도 힘차게 도약하는 푸른 말의 기상처럼 더 높이 비상하는 한 해 되시기를 바란다.”

- 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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