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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도시 화가' 송지연, 바람이 전하는 풍경소리를 그려내

첩첩이 쌓인 서울의 빛으로 은은하게 퍼지는 소리를 표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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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2014.02.17 21:53:48

▲송지연, '그곳을바라보다-H.D.위에서'. 131x193.9cm, acrylic on linen, 2013.

(CNB=왕진오 기자) 매일 접하는 낯익은 자신의 거리를 바라보며, 기억의 저편에 남아있는 '나'를 찾기 위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스스로에게 존재의 의미를 물어보는 따듯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송지연(33)작가가 어느 사찰의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은은하게 퍼지는 감성을 도시 이미지에 그대로 옮겨 놓는다.

동틀 무렵 울리는 종소리가 들리는 교회의 모습, 바쁜 일상을 준비하기 직전의 도시의 아스라한 새벽, 해가 저물 때의 아련한 느낌, 햇볕이 따가운 오후 나절의 도시의 일상 등 딱딱한 직육면체로 이뤄진 도시에 삶의 입김을 불어넣어 잔잔한 풍경소리를 전하는 공간을 2월 18일 서울 강남구 박영덕갤러리에 마련한다.

▲송지연, '새벽종이울리다'. 100x100cm, acrylic on linen, 2013.

송 작가의 작품 속 서울 풍경은 그녀가 항상 지나다니는 길 그리고 과거에도 익숙하게 지나다녔던 거리의 모습이다.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친 거리는 회색빛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숲을 이루기도 하지만, 그녀의 기분에 따라, 그날 그때의 삶의 맥박 수에 따라 새로운 색채가 덮인 공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대도시의 헝클어진 도로 위로 서로 엉켜서 지나가는 자동차, 언덕 위에 세상을 구원하려는 듯 우뚝 솟아있는 교회의 종탑, 언제인가 걸었을 것 같은 언덕위의 골목길 그리고 투명한 시냇물에 비춰진 나뭇가지 등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송지연 작가에게 다른 대상보다, 유독 도시를 그리는 이유를 물었다. "낯익은 서울 거리는 제 경험에 따라 무언가 특별함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붓을 들면 기억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붓이 도시 풍경을 그리는 것 같고, 완성된 형상을 구상하지 않고 그리기 시작하면서 색깔을 덧칠합니다. 마치 기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라고 답한다.

그녀에게 도시 풍경은 그냥 자연이다, 건조하고 평범한 생활의 공간이지만,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의 뇌리에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으로 남아 있지 않다. 풍경이 주는 느낌은 바라보는 주체의 몫이다.

▲송지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송 작가는 자신의 주관적인 감성을 그림에 듬뿍 담아낸다. 그래서 그녀가 그리는 도시 풍경은 서정적이며 온화하다. 삶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시에서 자란 제가 그 어느 풍경보다도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인 도시이지만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보지 않아요. 저에게 도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지요. 제가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도시는 저와 함께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송지연의 그림은 '느리게 그리는 그림'이다. 다른 작가들처럼 순서와 도식을 정해놓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 붓을 잡고 즉흥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찾는 과정을 걷게 된다. 머릿속 기억의 흔적을 하나 하나 화면으로 불러내는 자연스러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송지연, '흩날리다'. 60x120cm, acrylic on linen, 2013.


송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다시 보기'와 감상자의 기억과 접속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가가서 봐야 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또 봐야 한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속의 감성으로 느리게 호흡을 해야 하는 그런 그림인 것이다.

해질녘 도심의 풍경을 따스하면서도 층층이 올린 물감으로 시간의 흔적을 입히는 송지연 작가의 개인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박영덕갤러리에서 2월 28일까지 진행된다. ☎ 02-544-8481.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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