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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예술가-과학자가 협업한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 프로젝트 ‘Dynamic Structure & Fluid’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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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9호 안창현 기자⁄ 2014.03.10 13:09:29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실 전시 전경 사진 = 아르코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낯선 다면체 모양의 작품이 우선 관객의 눈길을 끈다. 작품 제목은 ‘플라토닉 괘(Platonic Solids)’. 제목에서 얼핏 드러나는 것처럼 고대 로마의 철학자 플라톤의 철학과 동양의 역경이 맺는 관계에 주목해 이를 현대적인 미디어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 좀 더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플라톤은 5개의 정다면체를 설명하면서 8면체를 제외한 4, 6, 12, 20면체를 각각 불, 흙, 하늘, 물을 상징한다는 4원소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품은 플라톤의 다면체를 적용해 형광조명의 발광으로 나타나는 정다면체의 형태와 바닥의 거울을 통해 반사되는 이미지의 조합으로 역경의 ‘상괘’와 ‘하괘’를 이루게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우주의 생성 원리와 순환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고 한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그 의미와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에서 3월 6일부터 5월 9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Dynamic Structure& Fluid’는 이렇게 낯설고 설명이 필요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가 예술가와 과학자가 협업해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점을 미리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전시는 예술과 과학의 ‘협업’과 ‘융복합’을 키워드로 미디어아트 영역의 프로젝트를 지속해 온 뉴미디어아트연구회의 김경미 대표와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홍성욱 교수의 제안으로 아르코미술관 학예팀이 함께 참여한 협력 전시로 진행됐다.

올해부터 아르코미술관은 ‘융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가지고 시각예술 중심의 융복합 창작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예술과 인접 분야 간의 심층적인 결합과 협업을 장려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아르코미술관의 방향을 이번 전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Dynamic Structure & Fluid’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의 핵심에는 과학이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대상을 바라보는 과학적 관점이 전면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김영희, 김태희, 박미예, 이상민, 전상언, 이강성&고병량, 노드. 클래스 등 국내 미디어아티스트의 작업 7점은 모두 최신의 과학 이론들에 영감을 받거나 직접적으로 과학적 원리가 적용된 작품들이다.


추상적인 과학이론에서 구체적인 예술작품으로

일반 관객들이 이름만 들어서는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피노나치 수열(Fibonacci Number)’,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 ‘들로네의 삼각분할(Delaunay Triangulation)’ 등에서 ‘유체역학(Fluid Mechanics)’이나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첨단의 이론물리학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까지 작가가 영감을 얻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영향을 준 과학 이론들은 관객들의 접근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난해한 과학이론들이 예술적인 작업에 적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왜 예술가들과 협업하게 되었을까?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홍성욱 서울대학교 교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과학의 영역과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예술의 영역이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과학적 업적을 쌓은 학자들의 경우를 봐도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함께 예술적이고 직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고 말한다.

과학의 영역이 이성적 능력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뛰어난 상상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예술 또한 창작자들에게 상상력과 감성적 능력만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6월까지 홍성욱 교수는 ‘Images, Artistic and Scientific’이란 주제로 한국 고등과학원에서 초학제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곳의 연구 세미나에 김경미 대표가 미디어 아티스트의 자격으로 함께 참여한 것이다.

▲Dynamic Structure & Fluid’전을 기획한 홍성욱(서울대학교 교수), 김경미(뉴미디어아트연구회). 사진 = 안창현 기자


이를 계기로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러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수리과학이나 이론물리학 분야의 다양한 과학자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을 진행한 결과물이 이번 전시에서 일반 관객들에게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그러니까,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에 보이는 결과물로서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가 이루어지게 된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뉴미디어아트연구회의 김경미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설명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기 마련이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작가로서 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끼게 된 한계 때문에 미학이나 미술이론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예술이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과학이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이에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 예술과 과학은 모두 대상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하고 있다.”

결국 이번 전시는 기존 분과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 창조적인 인간 활동으로서 예술과 과학을 인식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는데 어떤 근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학제 간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장에서는 과학에서 구조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기하학 형태인 ‘다면체’와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등 비정형 사각 형태를 모티프로 한 인터랙티브, 사운드, 아키텍처 설치작품 4점이 선보인다. 앞서 언급한 전상언의 ‘플라토닉 괘’와 함께 김영희의 ‘비늘’, 박미예의 ‘들로네의 삼각분할’, 이강성과 고병량의 ‘기억의 흐름’이다.

‘비늘’은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배치한 다면체가 관객들의 입김으로 인해 닫히거나 열리는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이고, ‘들로네의 삼각분할’은 3차원으로 들로네의 삼각분할을 표현한 6×4m의 대형 설치작품이다. 이강성과 고병량의 ‘기억의 흐름’은 관객이 책장을 넘기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영상이 벽면에 투사되면서 입체적으로 설계된 음향이 흘러나오는 사운드 설치작업이다.

제1전시장의 작품들이 ‘구조’의 관점에서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모색한 작업들이라면, 제2전시장에서는 ‘차원’과 ‘흐름’의 관점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제2전시장은 관객들의 관람 동선을 고려해 작품이 배치되어 있는데, 노드.클래스의 ‘차원위상변환장치’나 이상민의 ‘숨겨진 공간’, 김태희의 ‘프롬나드’ 3점을 볼 수 있다.


결국 예술과 과학이 공유하는 질문들

‘차원위상변환장치’라는 SF적인 제목을 단 노드.클래스의 작업은 길이 6m, 폭 3m의 긴 복도형 공간에서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기하학적인 드로잉과 이미지가 벽면에 투사되면서 관객이 그 안에서 독특한 시공간적 느낌을 경험하게 한다. ‘숨겨진 공간’은 작가가 초끈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건축적 조각 작품이고, ‘프롬나드’는 바닷가를 산책하듯 작품 사이를 거닐면서 바닥의 플루이드 영상과 천정에서 나는 사운드의 흐름을 조우시킨 작품이다.

어쩌면 관객들에게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의 외적 형태가 그렇게까지 낯설거나 새롭다고 느껴지진 않을지 모른다. 동시대의 현대미술이 보여주는 작품의 형태들과 크게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물로서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 과정에 주목한다면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수리과학이나 물리학 영역의 이론과 그 추상적인 세계를 예술의 조형적인 세계로 구현하여 관객이 공간 속에서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은 과학자들에게 단순히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기술적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란 영역이 자신의 작업과 공유하는 질문들을 발견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해 작업하는 예술가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솔방울’의 형태를 피보나치 수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21세기인 오늘의 예술가들에게 솔방울을 캔버스에 그리는 것만이 예술은 아닐 것이다. 과학자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해 다른 관점에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으로 그려진 솔방울의 형태나 피보나치 수열을 통해 표현된 솔방울의 형태는 모두 동일하게 우리 주변의 솔방울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와 과학자의 학제적 협업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이번 전시인 만큼 전시 기간 중 참여한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학술 컨퍼런스 ‘제3의 문화: 예술과 과학의 만남’도 열리고, 학생과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Structure & Fluid STEAM Workshop’ 등의 부대행사로 마련된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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