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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근의 중국부자 이야기 ⑤]380억짜리 술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명나라 성화제 시기에 제작된 술잔 최고가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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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5호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2014.04.21 13:30:46

380억 원이나 되는 술잔에 술을 마실 사람은 누구일까. 4월8일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명나라 성화제(成和帝 1464∼1487)시기에 제작된 술잔이 중국 도자기로는 사상 최고가인 2억8100만 홍콩달러(380억 원)에 낙찰되었다. 두채(斗彩) 양식으로 만들어진 찻잔은 수탉과 암탉 한 쌍이 병아리들을 돌보는 모습이 그려져 일명 ‘닭 잔’으로 불렸다.

이 술잔의 지름은 8㎝에 불과하다. 앙증맞으면서도 명나라의 높은 예술성을 보여준 결정판이라는 평가다. 중국의 황제들도 이 술잔을 매우 사랑했기에 응찰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낙찰 영광의 주인공은 전화경매로 응찰한 류이첸(劉益謙)이었다. 그는 택시기사로 출발하여 16억달러(1조7000억 원) 상당의 부를 거머쥔 금융재벌이다. 상하이에 미술관 2곳을 소유하고 있다.

중국 고대 도자기를 비롯한 중국서화 그리고 현대 미술품 등을 수집하는 것이 최근 중국부자들의 대표적인 트렌드이다. 류이첸은 2010년대 중국부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부자들은 그 누구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평균 매월 6, 9일에서 9일 간의 출장을 떠난다. 바쁘고도 바쁜 삶이다. 이 때문에 중국부자들은 허기진 삶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하고자 하는 열망이 매우 뜨겁다. 그 뜨거운 열망은 수집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했다.

중국의 1000만 위안 이상 부자들이 열광하는 대표적인 수집품은 예술품을 비롯해 시계, 주류, 자동차 등이다. 2013년 중국 1000만 부호의 수집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시계와 자동차의 소장비율은 하양추세였으나 중국서화, 술, 도자기, 당대 예술과 사합원 그리고 랴오양팡(老洋房) 수집은 증가했다. 둘째, 수집에 쓰는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중국 미술품 경매 시장은 2008년 204억 위안(약 3조6000억 원)에서 2012년 616억위안(약 11조 원) 규모로 커졌다.

셋째, 부호 가운데 60%가 습관적으로 수집했다. 특히 여성에 비해 남성이 수집에 더 열정을 쏟았는데, 그 비율이 65%에 달했다. 넷째, 대략 2007년부터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수집기간은 평균 4년을 넘는다.

중국부자들은 예술품에 막대한 돈을 왜 지불할까? 돈을 주체하지 못해서 예술품을 산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부자들은 돈의 가치가 없는 데에 단 1위안이라도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 중국부자들이 예술품 수집에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아트 테크다. 중국부자들이 가장 크게 돈을 버는 방법은 부동산과 주식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정부의 부동산투기 규제강화와 침체 그리고 증시불황 여파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중국부자들은 대체투자처를 찾았는데, 그게 바로 고대서화, 도자기, 현대미술품 등이었다. 장시간 보유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보관형 재물’인 골동품 및 예술품에 깊은 관심을 쏟는 것이다. 지난해 후룬리포트가 발표한 ‘중국천만부호브랜드경향보고서’에 따르면, 예술품을 선택한 부자는 2012년 14.6%에서 2013년 20.9%로 상승했다.

둘째, 품격유지와 기업이미지 개선이다. 1980년대 개혁개방이후 갑자기 엄청난 돈을 번 중국부자들은 각종 명품, 최고급 차, 해외여행 등을 통해 한껏 과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예술품 수집을 통해 문화를 추구하고 개인품위를 제고시키기 시작했다. 부자라도 다 똑같은 부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졸부의 굴레에서 벗어나 품격을 갖춘 진정한 부자라는 인식이 필요했다.

특히 고급 예술품 수집은 기업 이미지를 수립하는데 좋은 선전효과를 가져오는 행운도 매우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 미술시장은 2012년 경매 총액이 51억 달러(약 5조5000억원)로 2008년 15억 달러보다 3배 이상 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국제 미술시장에서 항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경매 낙찰자들도 대부분 중국부자들이다.


중국부자들이 예술품수집에 열광하는 4가지 이유

셋째, 중화주의의 부활이다. 2000년대 들어와 매년 10% 경제성장이라는 엄청난 호황으로 부자들이 급증하면서 중국 밖으로 빠져나간 미술품을 재구매하겠다는 애국주의적 컬렉트 열기가 몇 년 전부터 거세게 불고 있다. 2000년대에 와서 중국정부가 중화문명의 부흥을 꿈꾸며 문화재 관리와 보호에 힘을 기울였다. 더욱이 1950년 중국 건국과 10년 동안의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중국정부는 반봉건이라는 시대적인 명제를 관철시키고자 수많은 예술품을 부수고 불태운 탓에 옛 문물이 사라져가면서 그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넷째, 재산의 해외유출이다. 중국 부자들은 미술 작품을 이용해 거대한 자산을 조세피난처 같은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경제매체 CNN머니는 중국 부자들이 조각, 서예 등 미술 미술품을 악용해 돈세탁을 한다고 언급하면서, 현재 중국 미술품 산업에 유통되는 돈은 약 150억 달러(약 16조1470억 원)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중국 부호들이 미술품을 돈세탁의 선호 수단으로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이 투명하지 않고 국경을 넘어 다닐 때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조차 진짜와 위조품을 쉽게 구별하기 힘들다. 또 대부분 거래할 때 현금을 이용해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중국부자들의 예술품 수집은 이제 그들의 품격이면서 중요한 삶의 트렌드다. 그리고 그 품격과 삶의 트렌드는 중국 미술시장의 호황이라는 새로운 경제시장을 만들었다. 2013년 중국부자들이 찾는 예술품은 고대서화가 첫 번째로 32%를 차지하며, 그 다음으로는 도자기와 당대예술이 꼽혔다. 후룬리포트의 2013년 중국천만부호브랜드경향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부자의 60%가 직접 구매를, 24%의 부호는 경매회사를 통해, 14%는 위탁대리를 통해 각각 구매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경매회사로 가장 선호하는 곳은 중국쟈떠(中國嘉德)로 나타났다.

중국부자들의 예술품 수집의 열기는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소더비와 크리스티같은 세계적 경매소에서는 중국 큰손들의 입김이 부쩍 커졌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지난해 중국 최고의 갑부인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이 300억 원의 거금을 들여 피카소 그림을 사들인 것이다. 30차례의 호가 끝에 낙찰된 이 그림은 당초 예상 경매가 900만∼1200만 달러였지만, 두 배가 넘는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았다.

중국부자의 예술품 수집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부동산과 주식의 추락이 이어지고 7%이하의 경제성장으로 딱히 투자할 품목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수록 예술품을 수집하고자 하는 대상이 신흥부자와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되어 더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송행근 = 중국문화학자로 전북중국문화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하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국시가의 이해’ 등 10여권의 저서가 있다. ‘송행근의 요절복통 중국’과 ‘송행근의 차이나리뷰’ 등 다양한 중국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정리 =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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