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의식용 궤불전시인 '무량수불, 극락에서 만나다-한미산 흥국사 괘불'전이 국립중앙박물관 2층 서화관 불교회화실에서 5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진행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6년 청곡사 괘불 공개 이후 석탄일에 맞추어 진행되는 여덟 번째 자리이다.
한미산 '흥국사 궤불'은 펼쳤을 때 높이가 6m가 넘는 크기의 불화로, 큰 화면 안에는 극락세계의 부처, 무량수물과 관음·세지보살, 가섭·아난존자, 그리고 문수·보현보살의 일곱존상을 그리고 있다.
무량수불의 손은 길게 내밀어 극락에 왕생할 자를 맞이하고 있고, 주변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오색구름을 만들어 낸다. 불화의 하단에 써 있는 화기(畵記)는 누가 어떤 연유로 불화를 조성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발원자는 명성황후의 상궁으로 있다가 훗날 계비의 지위에 오른 순비(純妃) 엄씨였다. 순비는 조선 제26대 왕인 고종황제와 황태자 내외, 아들 영친오아과 자신의 안녕을 위해 이 불화를 경기도 고양군 흥국사에 봉안했으며, 극락에서 무량수불을 만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녀는 왕가의 안녕과 아들 영친왕의 평안을 위해 30년에 달하는 만일(萬日)의 기간 동안 무량수불, 곧 아미타불을 생각하고 염불하는 만일염불회를 흥국사에서 시작했다.
순비의 청을 받고 당시 건봉사에서 능엄경과 화엄경을 통달했다는 해송스님이 초청되어 왔고 매일 1만 번씩 '나무 아미타불'을 합송하는 만일기도회가 흥국사에서 열렸다.
괘불의 제작은 근대의 대표적인 불화승 경선당(慶船堂) 응석이 맡아했다. 그는 주로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70여 점의 불화를 그렸으며, 왕실발원 불화를 여러 차례 제작할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화사였다. 음영법 등 서양화의 요소를 가미해 불화조성을 한 몇몇 화승과는 달리 새로운 요소를 지양하고 전통적인 방법을 계승하며 그의 화업을 쌓았다.
이번 전시는 한 점의 괘불이 들려주는 간절한 염원의 마음을 함께 느껴보고 지금과 가까운 시기인 근·현대기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