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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왕열]무릉도원은 있다

자연과 동화되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무릉도원’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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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6호 심철민 충무갤러리 전시기획팀장⁄ 2014.04.28 13:57:44

▲왕열 작가


서양의 유토피아란 토마스 모어가 그리스어의 ‘없는(ou)’, ‘장소(topos)’라는 두 말을 결합해 만든 용어이다. 도연명도 이상향으로 도원경을 그리며 인간이 찾을 수 없는 곳이라는 곳을 무릉도원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현대인들의 마음의 안식처인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시대, 많은 작가들이 나름의 유토피아를 구현해냈는데, 그것은 항상 못마땅한 ‘이 세계’와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배고픔이 지배하던 시절의 유토피아는 먹을 것이 지천에 넘쳐나는 곳이었고, 기계문명에 염증을 느낀 자가 그려내는 유토피아는 자연의 섭리가 지배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렇게 구현되어 제시된 유토피아들은 허구에 불과하다. 유토피아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담기 위해서는 그리는 대상의 형상보다 화가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이는 자기수련과 상통하는 내용이며, 베토벤이 귀가 먼 일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손에 익을 대로 익은 기교를 빌어 내면 깊숙한 곳의 음악을 펼쳐내어 이를 예술적인 경지로 승화시킨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신무릉도원-명상, 97x162cm


청색과 홍색의 조화로움으로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 감각을 통한 재해석으로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왕열 작가의 작품이 5월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에서 ‘스르르 무릉도원에 놀다’라는 타이틀로 세상과의 만남을 가진다.

왕열 작가의 가장 기본적인 모티브는 자연에 있다. 그 원인은 어린 시절 산수가 좋은 시골에서 자라면서 자연과 동화되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자신의 작품의 원천이 된 것이다. 특히 사실적인 자연의 묘사보다는 가슴속에 있는 자연을 배경으로 새와 말들이 사색하고 여행하는 공간의 배경은 유년기에 느꼈던 자연풍경들이다.

▲신무릉도원-명상, 140x140cm


1980년대 중반기부터 1990년대 초반기까지는 당시 수묵화운동을 통해 ‘겨울나기’ 연작을 시도한 작가는 도시의 모퉁이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발묵과 파묵의 효과를 이용한 수묵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했다.

2000년대 초기 분활화면을 이용해 이중 중층구조로 화면을 구성하고, 서로 다른 내용의 이미지를 겹쳐지게 표현을 하게 된다. 구체적 형상이 있는 화면과 추상화면을 나란히 배치하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조화 된 작품이 등장하게 된다. 2000년대 중반기에 들어서 전통 재료인 한지나 먹을 이용하지 않고 천과 아크릴 채색을 이용한 새로운 ‘신-산수풍경’을 표현하게 된다.

▲신무릉도원-명상, 50x72.7cm


“나의 작품 세계는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그림의 표현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표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였습니다. 동양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전통 동양정신의 개념을 오늘날 시대에 맞추어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고, 이를 작품 세계의 근본으로 삼고자 했던 것입니다”

왕열 작품 세계의 변화는 크게 전통적으로 표현 방법인 종이, 붓, 먹을 이용해 자연을 보이는 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영감이나 어릴 적 추억을 통해서 재구성한 ‘겨울나기’연작, 그리고 상징과 은유, 알레고리를 이용한 ‘새’연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새’ 연작은 복잡하게 살아가는 우리 삶의 현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전의 ‘돌’연작 작업에서 부수적인 소재로 등장하던 ‘새’가 작업의 중심 소재소러 인간의 마음과 생활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신무릉도원-명상, 45.5x53cm


자연과 산수를 묘사, 정신과 사유를 강조

‘새’를 학, 비둘기, 갈매기, 기러기 등의 확연한 형상으로 나타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은유화하여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새들은 가족이며, 부부이고, 연인이기도 한 다양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말의 형태를 변형시켜 화면에 등장시키는 작업을 선보인다. 말은 명상하고 휴식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래 말은 일을 해야 하고 뛰어야 하지만 그 본질이 반전되어 평온을 주는 말로 변해 있다.

이번 전시 ‘신-무릉도원에 놀다’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풍경과 같은 부류로 이해하기 쉽지만 그것은 외연적인 것이고, 내면에는 새와 자연을 통해 도시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독과 동행 그리고 행복 등 다양한 삶의 은유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새’는 사람을 상징화시켜 의인화한 것이며, 그 배경의 자연들은 도시풍경이다. 새는 외롭게 혼자 있기도 하고, 여러 마리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며, 새와 말 그리고 파초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실존적인 모습이자, 자유로운 여행과 조용한 침묵속의 휴식을 즐기며 이상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다.

작가는 자연과 산수를 묘사하면서 형태나 조형성에 앞서 정신과 사유를 우선에 두고 있다. 아득히 멀리선 무릉도원의 자연과 이를 관조하는 자아, 그리고 관람객의 관계적 설정은 옛 문인들이 그리던 산수화의 전형적인 심상이 드러난다.

▲신무릉도원-명상, 135x135cm


인간의 삶이 내재하고 있는 곤궁과 실존적 고통들을 직시하는 한편 이를 낙관적 자세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학교생활의 연구년을 통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동양사상의 여백, 기운생동, 일격, 스밈과 번짐, 시적인 요소 등 조형근거를 가지고 연구한 작품들이다. 올 하반기 다시 학교에 돌아가 학생들과 수업하며 창작과 창작품에 대한 포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왕열 교수는 자신의 사고와 사회 환경이 적합하게 융화될 수 있는 독일지역에서의 작품 공개를 위해 작품 창작에 매진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 심철민 충무갤러리 전시기획팀장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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