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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골프장 갑(甲)질이 대중화 적(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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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7-378호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4.05.07 11:20:54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4대 기조의 하나로 ‘국민행복’을 내세웠으나, 전체 인구의 약 10%인 400여만 명의 골퍼들은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또 국민의 10%가 즐기는 스포츠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특별 중과세하는 나라는 세계를 통틀어도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 같다.

그런데 불가피한 세수확보를 놓치기 아까워하는 정부보다도, 골퍼들에게 더욱 상처를 주는 것은 여전히 갑(甲)질을 계속하고 있는 골프장의 행태다. 모든 문제를 정부의 과한 세금 때문이라고 떠넘기면서도 골퍼들에게는 을도 아닌, 그저 봉으로만 대하는 악덕 골프장들이야 말로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와 같은 얄미운 존재인 것이다.

이들은 골프장 영업 수지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평지 골프장에서도 벤츠를 렌트하는 것보다 비싼 골프카를 의무적으로 타게 한다. 또 회원 간 라운드에도 10여만 원의 캐디피를 꼭 지출하도록 하는 게 골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려고 한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골퍼들을 더 화나게 하는 이유는 이렇게 비싼 요금을 받으면서도, 가장 치졸한 서비스를 서슴지 않는 행태에 있다.

얼마 전에 동료 골프칼럼니스트들과 남춘천의 ‘ㄷ’골프장에서 모임을 가졌다. 1년 전 방문했을 때 잔디와 그린 상태가 매우 불량해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1번 홀 그린은 누더기처럼 기워져 있었고, 평생 처음 본 가장 느린 그린은 필자를 경악시켰다. 다음 홀 티박스에는 1평도 안 되는 인조매트가 설치돼 있었다. 겨울이라 티가 땅에 박히지 않는다면 모를까, 골프 시즌이 시작됐는데도 엉성한 인조매트 위에서 티샷을 하게 만드는 심보는 과연 무엇인지 분노와 의구심이 동시에 생겼다.

계속 이어지는 실망거리들을 보면서 캐디에게 꼭 상부에 보고해서 시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캐디의 입에서 튀어나온 어처구니없는 답변은 “그래서 저희가 그린피를 깎아드리고 있어요”라는 것이었다. 함께 라운드했던 KGA 분과위원장은 “안내판 정도는 설치해서 출발 전에 최소한 사과의 메시지는 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엔 2년 전 방문했던 대부도 ‘ㅇ’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좋은 경관과 레이아웃의 링크스코스였지만, 마치 시장 속에 있는 것 같이 부산한 게 안타까웠다. 그 당시 이런 수준으로 세계 대회를 치른다는 얘기를 듣고, 아마도 좋은 소리 듣기는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던 기억이 나는 곳이다.

난이도가 있는 어느 파4홀에서 그곳 회원인 친구의 볼이 그린 옆 깊은 벙커에 빠졌다. 벙커 샷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바로 옆에서 벙커를 고르는 차가 윙윙거리고 움직이자, 집중하지 못하던 친구가 샷을 실수했고 그로 인한 분노와 조급한 마음으로 실수를 거듭하더니 핀까지 20야드 떨어진 가드 벙커에서 무려 6타를 더 치고 더블파를 했다. 친구는 회원권을 구입하고 엄청난 손해를 입었는데, 이런 대접까지 받으니 더욱 화가 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이 두 골프장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물론 외국에서도 플레이 중에 핀을 바꾸는 작업이 있고 작업차량이 움직일 때도 있으나, 어떤 경우라도 그들은 골퍼들이 플레이에 지장이 없도록 옆으로 비켜서서 조용히 기다려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이렇게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도 저급한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많은 골퍼들이 결국엔 골프를 외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골프가 비싸기도 하지만 더럽고 치사해서 안 친다고 선언하는 골퍼들이 요즈음에는 많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아예 골프를 접는 데에도 부실한 서비스에 큰돈을 쓸 수 없다는 의식이 깔려 있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골프장의 갑(甲)질 같은 그릇된 서비스 행태가 바로 골프 대중화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KGA 생활체육분과위원)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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