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세계적인 거장 요엘 레비와 함께 제2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이 오롯이 자신들의 역량으로만 객석을 장악하기 위해 협연자 없이 관현악곡으로만 구성된 야심찬 무대를 통해 러시아 교향악의 정수를 선사한다.
5월 24일 오후 7시 고양아람누리 아란음악당 하이든홀 무대에 오르는 '2014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2' 차이콥스키 vs 라흐마니노프 는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과 풍부한 사운드로 잘 알려진 차이콥스키(1840∼1893)와 러시아의 색채와 정서를 담은 다수의 명곡들을 작곡한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지난 1월, 요엘 레비가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지휘하며 상임지휘자로서의 임기를 시작한 뒤 KBS교향악단은 쇼스타코비치,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등 쟁쟁한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올해의 주요 시즌 프로그램으로 연주하고 있다.
견고하면서도 따뜻한 현 사운드로 대표되는 왕년의 'KBS사운드'가 아직 100% 되살아났다고 볼 수 없지만, 4개월이 지난 요엘 레비의 리더십은 오케스트라 전체를 압도하며 KBS교향악단만의 전통을 새롭게 다듬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마지막 작품이자 그의 실력이 집대성된 걸작으로 ‘백조의 노래’로 지칭되는 ‘교향적 무곡’을 들을 수 있다.
1940년 작곡되어 1941년 거장 지휘자 유진 올먼디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초연한 이 곡은 오케스트라의 눈부신 색채와 섬세한 감각, 생동감 있는 리듬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목은 무곡으로 되어있지만, 춤을 추기 위해 만들어 졌다기보다는 무곡의 형식을 빌려온 곡이다.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곡자 본인이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전 세계 발레음악의 대명사인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모음곡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로,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차이콥스키의 표제음악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로 교향시적 구성이 돋보이는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은친구인 작곡가 밀리 발라키레프로부터 의뢰를 받아 1869년에 작곡됐다.
이 곡은 조화로운 구성뿐만 아니라 차이콥스키 특유의 멜로디 기법과 하모니가 잘 살아있는 점이 돋보인다. 20여분 정도 길이의 곡으로, 길지 않은 연주시간 동안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체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차이콥스키의 ‘슬라브 행진곡’은 19세기 말경 세르비아와 터키의 분쟁 당시, 같은 슬라브 민족에 속하는 세르비아를 돕기 위해 러시아에서 진행한 자선음악회를 위해 탄생됐다.
귀에 잘 들어오는 선명한 선율선, 화려하고 폭발적인 관현악법, 극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 등 이 곡이 지닌 많은 매력 때문에,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는 이례적으로 초연 이후에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한편 ‘2014 아람누리 심포닉 시리즈’는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7월 26일에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지난 3년간의 신뢰와 믿음으로 최상의 연주를 들려줄 지휘자 최희준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와 뛰어난 예술성으로 존재감을 더해가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의 무대를 준비 중이다.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는 하이든(1732∼1809)부터 쇼스타코비치(1906∼1975)까지 14명의 작곡가를 중심으로 200여년 교향악의 발전사를 다루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지난 2011년 시작돼 오는 2017년까지 이어진다.
매년 공연에 임하는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의 수준높은 연주와 일부 인기작에 치중되지 않은 폭넓은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2015년에는 국민악파의 선두주자 드보르자크와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