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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큐레이터 다이어리]‘미대생이 큐레이터에게 궁금해 하는 질문 베스트 4’ (上)

좋은 성품의 작가는 작품의 에너지도 그만큼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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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4호 신민 진화랑 실장⁄ 2014.06.26 08:50:3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미술대학교 재학생 중 특히 졸업반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특강을 해오면서 그들이 지금 겪는 고민과 궁금증을 확연히 알게 됐다.

필자 역시 그 시기가 있었고, 그 마음을 누구보다 헤아릴 수 있는 사람으로서 부족한 식견이지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만나보지 못한 수많은 미대생들에게도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심껏 답변을 정리해본다.


1. 작가 혹은 큐레이터가 되려면 대학원 진학을 해야 할까요? 대학원을 갈 경우 유학을 가는 쪽이 더 좋은 선택일까요?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작가나 큐레이터의 길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부류의 작가가 될 것인지 먼저 기준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미술계의 국가대표라 할 수 있는 비엔날레급 작가를 꿈꿀 것인지, 해외 아트페어에서 흥행하는 작가 또는 국내갤러리 위주로 활동하는 작가, 다양한 행사의 프로젝트에 참여, 협업하는 일에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가 될 것인지 방향을 정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학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는데요. 지금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회상을 해보면 학부에서 하게 되는 작업의 양이나 탐구의 정도는 이제 걸음마를 띈 것에 불과하다고 느낍니다. 예술 행위의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표현이 의미가 있을지 졸업시기에 비로소 진정한 혼돈에 접어듭니다.

자신이 열정은 있으나 감각은 부족한지, 감각은 뛰어나지만 철학은 없는지 점검해보고 가야 할 길을 모색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 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대학원은 능동적인 자기만의 공부 시간을 의무화 시켜서 좀 더 치열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고 싶어요. 교수님은 해답을 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분들이 오랜 작업과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론을 시의 적절하게 참고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것이죠.  

큐레이터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해외작가의 전시를 유치하는 갤러리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 작품판매만을 위주로 하는 갤러리가 적성에 맞을지, 국공립 혹은 사립미술관이라면 기획 분야일지 홍보나 행정 분야인지, 대안공간 혹은 공모전 기획을 하는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쪽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기획력보다는 외국어능력이 더 요구될 수도 있고, 자격증보다는 실무경력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사람의 심리를 순간 꿰뚫는 순발력이나 흥정의 기술이 더 필요할 수도 있죠.

자신이 원하는 위치를 어디에 설정하는 가에 따라 개발해야 할 부분이 달라지므로 대학원 공부 여부뿐만 아니라 어떤 특성을 가진 대학원으로 진학할지 혹은 해외유학이 필요한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는 곳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받을 정도, 미술시장에서도 이름이 거론되는 정도,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될 정도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학부이상으로 무언가 깊이 연구해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유학은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상상력, 표현력은 영감의 원천이 다양할수록 확장됩니다. 큐레이터의 기획력도 같은 맥락이죠. 타성에 젖는 위험을 경계하려면 한계를 넘어서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작가의 유학 시절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드라마입니다. 저녁에는 한인 타운 고기 집에서 갈비를 자르며 재료비를 벌고, 안 되는 영어로 과제를 준비하느라 밤새는 일이 허다했던 시간들, 그 시절 여행길에서 주웠던 돌 하나가 향후 20년 동안 작업세계의 주 소재로 등장하게 된 사연 등. 어느 때보다도 배고프고 힘든 시절이었기에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정신과 절실함에 인내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자체가 앞으로 어떤 것도 이겨나갈 수 있는 자기 존중 의지를 만들고 삶의 영감이 될지 모릅니다.”    

▲신민 큐레이터가 미대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2. 작가들은 어떤 경로로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게 되나요? 큐레이터가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죠?

“미술관련 매체들을 꾸준히 리서치 하면서 아직 다른 갤러리에 소속되지 않고 성장가능성이 보이는 작가를 직접 섭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에 연식이 쌓이다보면 작가, 평론가, 기자 등 미술관계자의 인프라가 늘어나면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 그분들과의 교류과정에서 우연히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것은 몇 주에 불과하지만 작가와 큐레이터는 준비과정과 후 관리 기간을 합치면 꽤 긴 시간 여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한 작가와 오래 함께 일하는 것이 갤러리의 신뢰도와 자부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작품과 성품의 내공이 어느 정도 증명된 상태에서 일하는 것이 비교적 좋은 관계로 유지되는 확률이 높습니다.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후 기대감이 생기면 작업실을 방문해서 실물과 자료를 꼼꼼히 교차해보면서 인터뷰를 합니다. 이를 통해 갤러리의 성향과 잘 맞는 작업이라 판단되면 전시가 성사됩니다.

아주 희소한 주제를 다루거나, 독특한 재료나 기법을 선보이는 작업, 특기할만한 이력은 눈에 띌 만한 홍보 내용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합니다. 동시대 미술세계에서 잘 그리기만 해서는 존재감이 드러나기 힘듭니다. 작품의 개념 혹은 스토리텔링이 될 만한 무엇을 겸비했는가에 행보가 좌우됩니다.

신진 작가의 경우는 자신을 알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 즉 노출이 관건입니다. 공모전 당선이나 레지던시 입주 작가가 좋은 등용문이라 생각합니다. 공식적으로 신뢰할만하면서 기록으로 남겨진다는 것은 이상적인 노출의 사례입니다.

좋은 작가의 기준에 훌륭한 작품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잘 그린 작품, 좋은 작품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만큼 가장 중요한 요건이자 경쟁력은 성품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성품의 작가는 작품의 에너지도 그만큼 좋을 수밖에 없고 함께 일할 때에도 좋은 시너지가 만들어집니다.” (다음 호에 계속)

- 신민 진화랑 실장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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