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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 ‘가면의 고백’]SNS시대 고백의 진실은?

꾸며진 사건과 들여다보기 키워드 통해 간극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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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7호 왕진오 기자⁄ 2014.07.17 08:45:50

▲황연주, ‘장소감 연구’ 설치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사실 고백의 본질은 불가능입니다. 누구도 자신의 진짜 얼굴을 차마 내놓지 못합니다. 다만 살까지 파고든 가면만이 고백을 할 수는 있는 것이지요.”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가면의 고백’에 나와 있는 말이다. 이 말이 7월 10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미술관(관장 김성희)에서 진행하는 ‘가면의 고백’전의 의미를 한 마디로 정리해주고 있다. 

현대인은 마치 노출증 환자처럼 수많은 SNS상에서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공개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과연 진실된 것일까? 말투와 내용이 일기의 형식을 빌려 오고, 마치 자신이 경험한 일인 것으로 미사어구가 동원되지만 결국은 철저히 타인의 눈을 의식한 포장된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남에게 고백하기 위한 자신의 삶은 꾸며진 거짓이다. 이를 통해 이득을 창출하고, 누군가를 파멸로 몰고 가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국내외 젊은 작가 23인의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고백의 의미가 비밀과 숨겨진 무언가를 내뱉는 것이라면, 미디어 시대의 고백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함을 일깨워준다.

▲전시참여작가 김아영이 CCTV에 담긴 죽음의 추격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전시는 스토리텔링처럼 미디어 시대의 고백은 진실한 내면은 감춰두고, 매끈하게 정돈된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프롤로그로 구성된다. 가짜 사건을 고백하는 자, 관음적인 의도의 고백을 엿보는 자 그리고 미디어 상에서의 고백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진실된 고백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더해지고 수정되는, 증식하는 고발임을 보여주는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가짜 사건(Pseudo event)은 다니엘 부어스틴(Daniel J. Boorstein)이 만든 용어로, 꾸며진 가짜사건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가짜사건은 완전한 허구의 사건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에 바탕을 두었으나 의도적으로 편집 혹은 조작된 사건을 의미한다.

SNS 속 자신의 일상은 실제 모습은 가려둔 채 가면을 쓴 연극적 모습으로 보인다. 꾸며진 일상의 모습은 비참하고 부조리한 자신의 삶을 과장하거나, 반대로 긍정적 모습만을 극대화시켜 보여주기도 한다. 진실 속 일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으나, 마스크를 쓰고 보여주는 개인의 고백은 찬란하기만 하다.

▲정정주, ‘응시의 도시’. 설치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국내외 젊은 작가 23인의 ‘고백’

전시 참여 작가 김아영은 신문에 기사화된 사건을 재구성해 사진으로 기록한 작품을 선보인다. 기사에 나온 끔직한 폭동, 살인 등의 사건은 그 잔혹성과 무관하게 육하원칙에 따른 사실을 나열한다.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사회에 대한 불안이나 근심도 아니며, 희생자에 대한 애도도 아니다.

이 건조한 진실은 작가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된다. 작가에 의해 재구성된 범죄 현장은 이제 원래의 진실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사건으로 관객들에게 노출되는 것이다.

고백을 엿보는 자로 명명된 전시장은 엿보기 좋아하는 사람, 호색가, 혹은 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Peeping Tom’을 설명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 존중을 최고로 강조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엿보는 틈이 되어 있는 듯하다. 나의 삶을 드러내기에 안달이 나있는 것만큼 남의 삶을 훔쳐보기에도 열광한다. 남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페이스북 같은 개인 블로그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분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프라이버시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적 영역에 대한 개념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확립되었는데, 19세기 이래로 사적영역에 대한 보장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정문경, ‘Yfoog’ 설치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남의 사생활을 엿보고 궁금해 하는 것은 매우 미개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미디어시대 SNS를 통한 개인의 사적영역의 공적화는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사생활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던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사적 영역이 중요해지는 만큼 개인은 고립되고 외로워지는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어 위로받으며 공감 받고 싶어진다. 이러한 심리가 공개된 고백을 늘어나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조나현 학예연구사는 “미디어 상에서의 고백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진실된 고백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더해지고 수정되는 증식하는 고백이다“고 설명한다.

이번 ‘가면의 고백’전은 ‘꾸며진 사건’과 ‘들여다보기’라는 키워드를 통해 나의 일상을 노출하고 싶은 심리와 타인의 삶을 공유하고 싶은 두 마음이 어떻게 교차되는지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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