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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 다시 보는 백남준]굿모닝 오웰, 굿모닝 백남준

창조의 아이콘 재조명, 전위예술 기리는 전시와 행사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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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8호 왕진오 기자⁄ 2014.07.24 11:23:41

▲백남준아트센터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 전시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빅브라더는 당신을 보고 있지 않아요. 다만 텔레비전이 우리의 생각을 삼켜버리죠.” 프랑스 가수 사포가 알렉산더 칼더의 대형조각이 전시된 퐁피두센터 지하 광장에서 ‘봉주르 무슈 오웰’을 부른다. 이 장면은 1984년 1월 1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인공위성을 통해 미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에 생중계된 화면의 한 장면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은 일전에 1984년은 전 지구적인 상호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음을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답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기술문명, 특히 미디어가 전체주의의 도구로서 개인의 삶을 감시·통제하는 것으로 사용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TV와 위성을 통해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시에 백남준의 총지휘 하에 동시대의 예술가와 대중 스타들이 함께 만나 피드백을 이루고 전위예술과 대중예술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진 ‘위성 예술제’였다.

전위예술가 존 케이지·조셉 보이스, 무용가 머스커닝햄, 팝가수 톰슨 트윈스, 60여 명의 섹소폰연주자그룹인 어반색소 등 100여 명이 펼친TV 퍼포먼스로 당시 2500만 여명이 시청했다.

▲1968년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포스터, 1978년,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비디오 클래스, ‘비디오 비너스’, 백남준 피아노 연주, 누드 모델 자니스 거이(사진, Ivo Dekovic 이보 데코빅).


전위종합예술의 극치라는 평을 받은 텔레비전 쇼의 방영이 된지 30년이 되는 2014년 미술계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의 벽을 허문 전위예술가 백남준의 탄생일인 7월 20일을 전후해 그를 기억하고 재조명하는 전시와 행사들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우선 백남준 문화재단(이사장 황병기)은 ‘나의 예술적 고향: 라인란트의 백남준’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에서 7월 10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한다. 뒤셀도르프 국립미술아카데미 교수시절 친필자료, 신문자료, 서신, 사진, 동영상 등과 함께 활동했던 이들과 제자들이 소중히 간직해 온 최초 공개되는 60여 점의 자료들이 선보인다.

1967년 샬롯 무어만이 누드 상태로 첼로 연주를 시도하다 뉴욕 경찰에 체포된 사건으로 유명한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를 1968년 뒤셀도르프 미술대학 리들라움에서 공연한 영상도 볼 수 있다.

눈으로 읽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인 2014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30’을 발간한다. 당시 방송됐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 타임라인과 장면분석 그리고 방송 큐시트 그리고 방송 직후 백남준의 서신 등이 담겼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나의 예술적 고향:라인란트의 백남준’ 전시 전경. 사진 = 백남준문화재단


글로벌 소통수단, 미디어의 진화

또한 독일 저명 만화 전기 작가 빌리 블뢰스 작품을 번역 출간한 ‘전자예술의 전사 백남준’(Electric Warrior NamJune Paik)의 한국어판도 내놓는다. 올 12월에는 영화진흥공사 제작지원으로 백남준 프럭서스 퍼포먼스 15분 분량의 3D단편 영화도 제작된다.

경기도 기흥구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만우)에서는 쌍방향 위성 생중계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는 방식이면서, 동시에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우연성과 즉흥성에 열려 있는 소통 방식에 주목해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전을 7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진행한다.

백남준의 도전정신과 스펙터클한 실험, 미디어아트의 오늘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30년 전 전시를 오늘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큐시트와 스크립트 등이 소개된다. 백남준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방송사고와 실제 생중계에서 발생한 통신상의 사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이용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백남준이 이용했던 위성보다 더 강한 통제와 더 넓은 자유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백남준은 위성을 통한 ‘자유의 증대’가 기대와는 달리 ‘강한 자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효율적인 거래를 위한 개인정보, 편리한 소통을 위한 이메일, 간결해진 출입국 관리 시스템은 더욱 강한 감시와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쉽게 전환된다.

이 전시는 과거의 미래였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면서, 예술이 매스미디어와 글로벌 네트워킹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킬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는 작가 16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백남준아트센터에 전시된 ‘굿모닝 미스터 오웰’ 영상과 방송 큐시트. 사진 = 왕진오 기자


이들은 디스토피아 대 유토피아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현재 상황을 재단하기 보다는, 조지 오웰이 비관적 미래를 그리면서도 그의 소설을 통해 지키려 했던 인간성과 백남준이 매스미디어의 긍정적 사용을 역설하면서도 패러디와 날카로운 시선의 작품들을 통해 일깨우려 했던 비판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백남준 탄생 82주년, 세계를 무대로 기념비적 쇼를 벌였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재조명하는 것은 일방향적인 매스미디어가 가질 수 있는 독재와 언론 조작의 위험성을 감소시킬 가능성을 예측한 쌍방향 위성 중계를 통해 문화적 선입견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의 30년 전 작품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그가 1986년 34년 만에 귀국하며 세상을 향해 외친 어록 “원래 예술이란 게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에서도 고등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거든요“와 ”만약 현대예술이 고등 사기라면, 비디오는 5차원의 사기인 것이다“는 폭탄선언이 현 시대 미술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가 아닐지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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