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사람들의 삶의 공간, 도시 생활문화에 관한 관심을 갖고 2007년부터 서울 아현동을 시작으로 매 해 도시민속조사를 진행해오고 있는 가운데, '거주공간의 성립과 도시화 과정'에 주목한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도시민속조사보고서 '모래위에 세운 터전, 속초시 청호동', '최숙정 할머니의 살림살이' 두 권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바이마을’로 유명한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은 속초시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마을로 6․25전쟁의 피난민들이 정착하며 생긴 마을이다.
초창기 정착시기가 1951년 경 이므로 마을이 만들어진 지는 이제 갓 60년을 넘은 셈이다. 60년 동안 청호동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당초 어업이 마을 전체의 생업이었지만, 현재는 다변화된 생업활동으로 어업의 위상이 많이 약해졌고, 속초 시내의 팽창과 청초호의 매립·개발로 인해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겪고 있기도 하다.
청호동 도시민속조사의 결과물로 정리된 본 보고서에는 피난 정착민들을 통해 형성된 마을의 성립 및 변화 과정의 정리와 함께 마을 정착 주민들의 가족사(史)를 포함하여 세대의 흐름 속에서 보이는 생활문화의 변화를 조명하고자 했다.
더불어 마을의 정착 초기와 대비되는 현재 주민의 생활상을 추적·기록하여 초기 청호동과 도시화된 현재의 모습간의 변화상이 관찰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살림살이조사는 조사 대상 지역의 보편적 표본이 되는 한 집안을 선정하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생활재를 기록·정리하여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생활에 사용되는 모든 물건들을 기반으로 최소 사회단위인 가족의 생활문화를 가늠하며 이를 기반으로 지역문화의 특수성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
청호동에서는 피난 정착 1세대 최숙정(여, 84) 가옥을 대상으로 하여 전체 살림살이 2457점에 대한 사진촬영과 정보 수집을 진행했다. 수집된 정보는 목록으로 정리하고 이것은 최숙정과 가족의 생활문화를 유추하는 자료가 됐다.
살림살이에는 구성원들의 생활형태, 신분과 직업, 성별, 사회적 혹은 경제적 역할, 종교 등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영위해 온, 그리고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삶이 그대로 반영된다. 때문에 살림살이를 보는 것은 단순이 가옥 내 한 공간을 점유한 물건을 보는 것이 아닌 그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보는 것이다.
조사팀은 살림살이의 기능을 통해 생업 혹은 생활 형태를 가늠하고, 기능은 상실했지만 버리지 못한 물건들을 통해 소장자와 물건 간에 얽힌 이야기를 끌어내었다.
물건의 구입처를 통해 생활반경을 정리하고 증여관계를 통해 인간 관계망을 구성해 보는 등 살림살이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검증과정을 통해 청호동 주민 최숙정의 생애사와 생활사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