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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석 교수의 ‘문화가 힘이다’]미래 디지털경제 적응력, 동서양 어디가 잘 적응할까?

기술적 분야는 동양인이, 과학적 분야는 서양인이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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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9-390호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2014.08.04 14:42:1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진화의 결과로 동양인과 서양인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거의 상반된 재능을 가지게 되었고, 최근까지 과학과 기술을 기반으로 서양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에는 어느 쪽이 잘 적응할까?

미래사회가 급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 척박한 지역에서의 사냥과 유사한 동적인 환경이 되면 동양인이 잘 적응할 것이다. 이와 다르게 열매따기, 조개잡이와 같이 정적인 환경이 되면 서양인이 잘 적응할 것으로 생각된다. 분야별로 세분해 보면,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에 대처하면서 공간감각이 요구되는 동적인 분야는 동양인이, 관찰력, 분석력, 치밀함 등이 요구되는 정적인 분야는 서양인이 잘 적응할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제3의 물결(1980)’과 ‘부의 미래(2007)’에서 예측하는 미래사회를 통해 미리 예측해보자.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은 수렵채집사회를 농경사회로 대체했다. 노동의 역할을 분담해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은 판매와 구매의 형태로 교환이 이루어져, 인류의 초기문명을 탄생시켰다.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도시산업사회를 이루어 농업사회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부를 창출해 대량생산과 대량분배, 대량소비, 대량교육, 대중문화를 가능하게 했다. 제3의 물결은 정보혁명이다. 급변하는 고도의 정보화사회를 이뤄 고부가가치를 지닌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며 탈 대량화, 다양화, 지식과 두뇌기반의 생산과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사회에서 정보는 산업생산의 전통적 요소인 토지와 노동, 자본을 대신하는 가장 주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물건제조는 저부가가치 활동이 되어 간다. 반면에 기획과 리서치, 광고, 재무, 디자인 같은 기능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이 등장하는데 유동적 조직들이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유동적 조직에서는 필요에 따라 조직원을 부문 간에 이동시킨다. 예를 들면, 신제품 발매초기는 기술자와 소수의 판매원을 배치하지만 신제품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안정되면 점차 기술자를 연구소에 돌려보내고 판매원을 증가시킨다.

급변하는 정보화사회에는 대체로 동양인이 잘 적응할 것 같다. 사냥으로 진화된 동양인이 더 동적이기 때문이다. 분야별로 보면,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 탈대량화, 다양화, 가속화 등이다. 사냥에서 획득된 동양인의 빠른 판단력, 임기응변, 기지, 순발력, 돌발변수의 대처능력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보화 사회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는 국가별 초고속인터넷 가입 가구도 세계에서 한국이 1위, 홍콩이 2위, 싱가포르가 4위 등으로 동양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 유동적 조직도 동양인이 잘 운영할 것이다. 사냥에서는 동물의 종류와 수, 지형, 계절에 따라 유동적으로 팀을 구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섬세하고 정적인 분야에는 서양인이 잘 적응할 것 같다. 예를 들면 기획, 리서치, 광고, 재무, 디자인과 같은 분야이다. 열매따기와 조개잡이에서 형성된 서양인의 치밀성, 창의력, 관찰력, 색채감각, 모양구별능력 등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도 서양인이 잘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식과 두뇌기반의 생산과 변화에서는 기술적 지식의 사용에는 동양인이, 과학적 지식의 사용에는 서양인이 잘 적응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술에는 동양인의 종합적인 사고가, 과학에서는 서양인의 분석적인 사고가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는 이런 정보화 사회에서 시간, 공간,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심층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속도의 충돌을 해소하는 동시화이다. 오늘날 비즈니스는 실시간으로 활동하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는 반면에, 개인의 시간사용은 점점 더 변칙적 혹은 불규칙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주변환경도 수시로 변하여 돌발변수가 자주 발생한다. 이 모든 것들이 개인들 간에, 개인과 그룹 간에 또 그룹들 간에 충돌을 야기하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부 창출시스템의 다양한 구성요소 또는 하부 조직들이 계속해서 속도, 단계, 주기를 서로에게 맞추기 때문에 무질서한 혼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을 생물학적으로는 동조화(Entrainment)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여러 뉴런(신경세포)들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간에 보조를 맞추며, 같은 곡을 연주하는 앙상블 효과를 발휘한다.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보화시대는 시간과 공간, 지식이 부를 창출

잠깐 동안 같이 활동하다가도 어떤 뉴런은 협력관계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앙상블에 합류한다. 신경계 시스템의 이런 순간적인 앙상블은 기업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 덩어리가 된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분해되어 단기간의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거나 제휴관계 또는 파트너십을 맺거나, 합작회사로 융합하기도 한다. 즉, 오늘날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유동적 조직을 많이 쓴다.

이런 그룹 간 속도의 동시화와 기업의 동조화 활동에는 동양인이 잘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사냥으로 진화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냥에서는 어디로 도망갈지 모르는 동물들을 빠른 속도로 쫓는다. 성공적인 사냥을 위해 여러 조직 간에 보조를 맞추었을 것이다. 사냥조직 간에 속도의 동시화이다. 기업의 동조화 활동을 하는 유동적 조직도 동양인이 잘 운영할 것이라고 바로 위에서 서술했다. 

다음의 심층기반은 부의 공간적 이동이다. 아시아, 특히 중국이 세계의 부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5세기 전에는 중국의 기술이 유럽보다 앞섰다. 이런 주도권이 산업혁명으로 유럽으로 넘어갔고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으로 옮겨갔으며 다시 지식혁명이라는 제3물결과 함께 아시아로 되돌아오고 있다.

2003년에는 싱가포르, 한국, 대만, 중국의 4개국 총 GDP가 유럽의 5개 경제대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총계와 거의 맞먹었다. 이들 아시아 국가에 일본과 인도까지 합친 GDP는 EU의 25개국보다 3조 달러가 많았다. 미국보다 더 많은 액수였다. 장차 2050년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이상, 세계경제의 약 40%, 세계정보산업의 절반이상, 세계수준의 첨단군사력이 아시아에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부의 이동은 가장 저렴한 임금으로 풍부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기업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미래의 경제는 자원을 바탕으로 한 굴뚝산업 및 조립산업에서 지식기반 산업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지식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똑똑하고 창의적인 노동력을 제공하고 세계각지의 비즈니스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장소가 미래의 고부가가치 지역이다.

예를 들면, PDA나 카메라폰 하나를 제조하는데 미국의 프로세서, 중국의 회로기판, 대만, 오스트리아, 아일랜드나 일본에서 디자인한 칩, 한국의 컬러 디스플레이와 독일의 렌즈가 들어간다. 이렇게 제조된 상품이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팔려나간다.


아시아, 2050년에 세계경제의 약 40% 차지

한·중·일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IQ가 높고 고학력이며 기술개발에 적합한 뇌를 지니고 있고, 근면한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또, 사냥하면서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행동반경이 넓고 공간감각도 뛰어나다. 실은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지식은 가장 핵심적인 심층기반이며, 무한히 공급할 수 있는 비소모성 자원이다. 사실은 원시시대부터 지식은 이미 사용되어 왔다. 수렵채집인은 사냥을 하기 위해 동물의 이동패턴에 대한 지식을, 농부는 흙과 작물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했다. 오늘날에는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해졌다. 공장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빠르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기계의 작동법을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 이런 노동자는 20% 미만에 불과한 반면, 경영, 재무, 영업, 법률 등 지식기반의 사무직 또는 전문직은 56%이다. 미래사회에서는 이들 중에서 가장 지식집약적인 분야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지식은 대체로 한 번 배우게 되면 일생동안 유용하게 남는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식은 상호 작용하면서 더 거대해지고 힘 있게 재편되고 있다. 무한대의 속도로 변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더 많이 배워야 한다.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학습을 통해 지식을 두뇌 안에 저장할 수도 있지만, 두뇌 바깥에도 저장할 수 있다. 문자, 인쇄술, 도서관, 하드 디스크, DVD 등이 잇따라 발명되면서, 두뇌 바깥에도 엄청난 지식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이런 지식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접근ㆍ배포하는 방식도 개발되어 상세하고 정교한 검색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식을 이용하여 혁명적인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영리하고 민첩한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들 지식에는 불필요한 무용지식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무용지식을 여과한 진실을 사용해서 의사를 결정해야 한다. 진실여과장치로는 많은 사람이 믿고 있는 합의, 다른 사실과 부합하는 일관성, 지도자의 권위, 절대자의 계시, 오랜 세월에 걸쳐 믿어온 내구성, 과학의 6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과학은 가장 믿을만하고 강력한 도구로서, 인간의 수명연장과 건강증진, 기술과 경제의 발전에 많이 기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는 가장 적게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이어 세계 휴대폰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프로슈머(Prosumer)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이다. 미래사회에는 개인 또는 집단들이 소비는 물론 제품개발, 유통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하는‘생산적 소비자’로 변해간다. 이제까지의 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일방적으로 기획ㆍ생산해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는 단계로부터 최근에는 고객 만족을 강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프로슈머는 이런 단계를 뛰어넘어 소비자가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한 상품의 개발을 기업에게 요구하여 스스로의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즉, 시장에 나온 물건을 선택하여 소비하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능동적 소비자이다.

이제 기업에서는 제품 생산에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는 기업과 고객의 소통을 바탕으로 고객의 생각들을 실현해주는 브랜드를 지향한 결과, ‘되고송(~~하면 ~~되고)’이 선풍을 일으켰다. 전략ㆍ전투게임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난이도를 설정하고, 캐릭터 또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툴이 내장되어 있다.

프로슈머에 대처하는 기업의 운영에도 동양인이 유리해 보인다. 빠른 판단력, 임기응변, 기지, 순발력, 돌발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급변하는 정보화사회에는 대체로 동양인의 적응력이 뛰어날 것 같다. 분야별로는 동양인은 공간감각적, 동적, 기술적 분야에서 앞설 것으로 보인다. 서양은 섬세한, 정적, 과학적 분야에 잘 적응할 것으로 생각된다. 동양인은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 유동조직의 운영, 그룹간 속도의 동시화, 저렴하면서도 똑똑하고 창의적인 노동력의 제공, 지식의 학습, 프로슈머에 대응 등에서 유리해 보인다. 반면, 서양은 기획, 리서치, 광고, 재무, 디자인 등의 정적인 업무, 두뇌 밖의 지식의 저장과 활용, 과학의 활용에서 유리해 보인다.


부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옮겨지는 이유

이렇게 동서양이 각각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분야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생하는 구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서양이 과학을 이용하여 개발한 원천기술을 동양이 상용화해 온 것이 그 예이다. 그런 예로는 핸드폰, 반도체,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들 수 있다. 핸드폰을 보면, 미국 퀄컴(Qualcomm)사가 개발한 실험실 수준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기술을 우리나라의 ETRI(전자통신연구원)가 상용화에 성공해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서양은 로열티를 받고, 동양은 상품을 팔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 가전제품, 자동차 역시도 서양에서 원천기술이 개발되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이 생산강국이 되었다.

또 어떤 분야에서는 경쟁을 하면서도 상생하는 구도도 있을 수 있다. 2011년 10월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등 모바일 업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손을 잡고 인텔과 협력을 강화했다. 즉, 삼성전자는 MS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양사 제품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크로스 라이선싱(특허권 상호부여)에도 합의하는 등 사실상 제휴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해온 리눅스 소프트웨어 단체들은 공동으로 휴대전화 등에 적용할 새로운 OS를 개발키로 했다. 결국 삼성은 이러한 동맹으로 스마트폰 플랫폼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세계 IT모바일 시장에서 하드웨어 중심 업체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는 평가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동양인이 속도를 요구하는 미래사회에 전반적으로 잘 적응할 것 같다. 분야별로도 서양인보다는 많다. 또 동양의 인구구조는 남방형과 북방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북부에서는 북방형이 53.8% ~ 67.3%로 다수를 차지하고, 중국남부에서는 25.2% ~ 30.1%정도이다. 나머지는 남방형이다. 남방형은 서양인의 성향과 유사하기 때문에 동양은 어느 분야에도 적응할 수 있는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부의 주도권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정리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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