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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사랑과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또 상처를 주는가’라는 운명철학적 질문에 대해 마음속으로부터 용솟음치는 강한 의구심을 괴담이라는 소재로 증폭시켜 단숨에 문장으로 완성시킨 ‘미시마야 시리즈’ 대망의 3탄.
에도의 미시마야에서 한 아가씨가 기이한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그곳에 한 사람씩 자신이 겪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짐을 부려놓은 듯 모종의 평온을 얻는 것 같다. 그 평온의 온기가 이야기를 듣는 이의 마음에도 등불을 밝혀 준다.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비극적인 일을 겪은 이에게 어지간한 위로나 격려는 별 소용이 없으며, 그보다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들에서 실을 자아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꿰매어 수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를 고찰해 보고자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가까이 다가오면 반드시 사랑하는 남녀를 헤어지게 만든다는 연못, 앞일을 예고하는 능력을 가진 산장, 사람이 감추고 있는 악행을 꿰뚫어 보는 아이, ‘마구루’라는 짐승의 퇴치해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여인의 이야기를 비롯한 여섯 편의 연작 단편이 실려 있다.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