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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種)은 생명의 유지와 종족 보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찮은 미물(微物)들도 생명을 유지하고 종족보존을 위해서 동종(同種)끼리 의지하고 집단을 이루며 살아간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다른 종보다도 모범적으로 가정을 꾸려왔다. 적어도 20세기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21세기 포스트모던 사회에 들어 가정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가 특히 심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국의 가정 붕괴는 심각하며, 부부가 18세 이하 자녀와 함께 사는 정상적인 가정은 4가구당 한 가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의 가정도 그 본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가정의 기능을 안식처와 성 역할 분담(경제적 기능), 종족번식 그리고 교육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있어 이들 기능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혼율 증가는 안식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방증이다. 남녀의 성 역할 역시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전업주부는 현격히 줄고 직장여성 비율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종족번식의 기능은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다산국(多産國)이었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빠르게 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생산인구는 점점 줄어 2039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보다 3배가 된다니 종족번식 기능 또한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교육열에서 세계 1위(?)다. 당연히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의심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교육학자나 전문가들 시각은 다르다. 높은 교육열이 반드시 좋은 교육을 가져오지 않는다. 직장여성이 많아 엄마의 따스한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혜택을 보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 가정의 교육기능을 대신해 교육을 대행하는 학원도 많다.
사랑이 깃들지 않은 단순한 지식전달만으로 가정의 교육기능을 대신할 수는 없다. 바쁜 직장 일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이든지 보상하려 한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심각하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 교육 관련 산업은 불황을 모른다. 모두가 가정 교육기능 부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옛 성현들은 항상 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보다 더 우선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준다.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가정이 평탄하지 못하면 불행하다. 예전에는 사회적 환경과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금보다 훨씬 가정의 교육기능이 강했고 도덕적인 사회였기 때문이다. 한가위를 맞아 우리 모두 가정의 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자.
- 구병두 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