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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골프하기, 참 쉽다. 싸진 않지만 그린피, 캐디피 여유가 있으면 인격이나 실력에 상관없이 골프장에서 환영을 받는다. 설령 지독하게 왕따를 당하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그린피 다 낼 테니 가자’고 하면, 글쎄! 안 따라올 사람 없을 것이다.
흔히 영국을 ‘신사의 나라’라 해서 격식을 무척 따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독일에 비하면 그야말로 양반이다. 독일에서 골프를 즐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돈, 다른 하나는 시험을 통해 얻게 되는 공식 핸디캡이다. 독일골프협회에서 주관하는 골퍼자격 테스트인 ‘Platzer laubins’라는 것을 거쳐서 합격을 해야 비로소 54의 핸디캡을 부여받는다.
또한 골퍼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바로 코스에 나갈 수 없다. 운전면허 땄다고 바로 도로주행 할 수 없는 것처럼. 초급자들끼리 치르는 대회에서 백돌이들과 치열하게 연습한 뒤에 핸디캡 36이 되면 그때 일반 골프장 코스에 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간혹 “9홀에 60타 이상 치는 사람들은 퇴장을 명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인 골프장들이 있다. 그러나 말뿐이지 그러지도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다.
앞서 독일이 골퍼들의 실력만을 따져 골프장 ‘출입자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룰 숙지와 매너 지키기는 기본이다. 이건 웬만큼 갖추고 있다는 전제를 하고 다음 점수를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신입회원 입회규정에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 수준’을 두는 골프장이 있다. 예전에 골프장도 흔치 않고 회원권도 귀하게 대접 받을 때는 새로 어느 골프장에 회원가입을 하려면 ‘형식적이지만’ 그쪽 경기과장 쯤 되는 직원하고 라운드를 시켜 결정하는 골프장이 있었다. 매너, 룰 숙지 상태를 미리 테스트하는 과정인데, 뭔가가 부족해서 입회가 안 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골프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 같은 것을 발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실력에 앞서 골프를 하는 자세를 철저히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골퍼 중 골퍼라이센스 발급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사람들은.
1. 골프백 중량 초과 골퍼 - 골프채가 14개 이상인 것은 물론이고 웨지 개수가 웬만한 프로골퍼보다 많다. 하지만 정작 사용하는 웨지는 하나뿐. 거기에 헌 공은 한 20여개 넣고 다닌다.
2. 막무가내 형 - 폭풍, 폭우는 물론 폭설에도 끝까지 라운드를 하겠다는 골퍼.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데도 하얀 볼을 쓰겠다고 고집하는 사람.
3. 골프장을 지나치게 따지는 골퍼 - ‘그 골프장은 캐디 미모가 떨어져서’(웃기지도 않는다), ‘음식이 영 아니야’(골프장이 식당?) 등은 운동하러 골프장에 가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4. 연습 스윙을 할 때마다 잔디 파는 골퍼 - 대략 3번 정도 잔디를 파는 빈 스윙을 하다가 막상 칠 때는 머리를 치는 사람. 자기 것 아니라고?!
5. 자기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골프가방 진열해 놓은 골퍼 - 골프가 무슨 신분 과시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
6. 아무에게나 골프 이야기만 하는 골퍼 - 골프실력은 계백장군이면서 앉기만 하면 골프얘기로 밤새우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상대가 골프 칠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인데도.
7. 아무 곳에서나 스윙 연습하는 골퍼 - 동네 공원에서 강아지 끌고 다니면서, 공중목욕탕, 지하철 안에서 차창 보면서, 동네공원 잔디밭에서 사정없이 잔디 파는 사람.
8. 해외골프 너무 자주 나가는 골퍼 - 동남아에 가서 골프 치면 비행기 값 빠진다면서 자꾸 가는데 골프는 뒷전이고 그 지역 밤문화나 탐닉하는 사람.
9. 가족보다 골프를 우선시 하는 골퍼 - 한참 자라나는 딸 아이 키는 163인지 153인지도 모르면서 무슨 골프장 몇 번 파3홀은 화이트 티 기준 163미터라는 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
10. 개인 경제 1순위로 골프를 지정한 사람 - 집안 생활비보다 골프장에 갖다 주는 돈이 더 많은 사람.
-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언론학박사)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