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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이강은]다층구조 회화의 창의적 실험

꽃의 형상을 빌어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성적 틀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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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0호 김윤섭 미술평론,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2014.10.16 08:49:48

▲이강은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이강은의 판화전공 경력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페인팅 작품들과 달리 두 화면이 결합된 그의 작품은 언뜻 뚫린 구멍에 잉크를 밀어 넣어 찍어낸 공판화(空版畵)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대개 1차적인 표면의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테두리가 하나같이 깔끔하고 매끄럽게 정리되어 있고, 그 이미지 면적만큼 공간의 색이 비친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형상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우선 작품의 제작방법을 살펴보자.

▲청산, 100F, Acrylic on canvas


첫 순서로는 보통의 회화작품처럼 캔버스 바탕에 아크릴 물감으로 이미지를 그린다. 이때 특정한 형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무의미한 색면 추상화면으로 일단락 지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유리판 혹은 아크릴판 전체에 밑칠을 하고, 이어서 그 칠해진 면의 물감을 드로잉 하듯 원하는 형상에 따라 지워낸다. 마치 공판화 과정에서 스케치 한 형상을 칼로 오려내어 구멍을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다.

▲감성기상도-들꽃, 20P


그리고 군데군데 화면의 조화와 구성을 감안해 리터치 하면 일단 바탕 화면작업을 끝난다. 이렇게 두 화면을 맞붙이면 비로소 작품은 온전하게 완성되는 것이다.

흔히 두 화면을 맞붙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한국화와 사진장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령 한국화에 배접기법이 있다면, 사진 분야에선 인화된 사진을 아크릴과 알루미늄 패널 사이에 넣고 압축해 코팅하는 방식인 디아섹(Diasec)을 예로 들 수 있다.

▲감성기상도-룰루랄라2, 20P, Mixed media


그런데 이강은의 다층 화면구조는 분명 이들과 다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공간의 간격이다. 두 화면을 서로 완전히 맞붙이는 게 아니라, 대개 2∼3cm 내외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 놓는다. 이 간격 때문에 바로 그의 작품이 평면 회화임에도 공판화처럼 보이게 된다.

▲감성기상도, 20P, Mixed media


이강은 그림에서 앞면과 바닥면을 잇는 그 ‘형성의 창’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단지 밑을 들여다보는 구멍 이상의 의미이다. 어쩌면 겉으로 드러난 윗면은 실재이자 현실이고 , 창으로 투영되어 보이는 이미지들은 허구이자 이상으로 해석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형상은 착시에 의한 시각적인 이미지일 뿐,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투명한 공간 너머 또 다른 이미지의 조각난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스스로를 부른 ‘감성기상도’

결국 이강은이 제시한 형상과 색은 인식의 경계를 보여주는 한편, 감성과 이상을 오가는 매개역할인 셈이다.

2000년 초반 이강은의 첫 개인전부터 작품의 주제나 소재는 줄곧 자연의 일상이었다. 자연만큼 인간의 감성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소재가 또 있을까. 살아 움직이는 모든 자연의 생명체는 사람의 감성을 일깨운다.

▲감성기상도-산, 100P, Mixed media


때로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때로는 붉게 물든 석양, 무심히 스쳐 지나는 한 줌의 바람결까지…. 예외 없이 편안한 휴식과 경쾌한 생동감을 선사한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 행복의 감성온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이강은은 그 자연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작품들은 자연현상을 통해 보이진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인간 내면의 감성을 이야기한다. 차가운 이성의 빛을 데워, 더욱 맑고 평온하며 따뜻해진 ‘감성의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감성기상도-꽃 바람, 20P


이를 두고 이강은 작가는 ‘감성기상도’라 부른다. 도종환 시인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고 읊었다면, 이강은은 그 꽃의 형상을 빌어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성적 틀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CNB저널 = 김윤섭 미술평론,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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