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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문화 칼럼]아티스트, 언제까지 ‘빛 좋은 개살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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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2호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2014.10.30 08:38:57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요즘 젊은 세대에게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일 것이다. 보통 중고등학교 생활은 ‘오로지 대학 입학만을 위한 인고의 시간’이라 여겨도 좋을 정도다. 대학만 들어가면 무한한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리라 믿었지만, 대학생활의 핑크빛 희망은 고작 1년 만에 깨진다. 2학년에 들어서면 자의반타의반 취업준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명 ‘취업고시’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대학 입학이 곧 실업자의 길로 접어드는 학과가 있다. 바로 미술대학의 실기 전공들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전성시대이고, 문화산업만이 국가의 경쟁력이란 말은 적어도 현재까진 구호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대학평가에서도 예술계통 졸업자는 ‘백수’로 취급된다. 겉으론 ‘아티스트’라는 그럴 듯한 명칭이 따라 붙지만, ‘빛 좋은 개살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어디서부터 문제인가 탓할 것도 없다. 전방위적으로 막혀 있는 현실이다. 이 젊은 예술학도를 누가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대학 수업의 커리큘럼에서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학을 갓 졸업한 초기 몇 년은 열정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한 두 번의 개인전을 마치고 10여년이 흐른 30대에 접어들면 자신감은 반으로 떨어진다. 오죽하면 ‘결혼이 재테크’라는 말이 나올까. 우리나라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보란 듯이 살아간다는 것은, 럭비공이 바람에 굴러 꼿꼿이 설 수 있는 확률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예술 전공자가 하나같이 ‘성공한 아티스트’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런 삶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이 곧 예술의 순기능일 것이다.

문화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생활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특정한 계층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대적 감성을 아우르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런 면에선 예술분야, 특히 미술 장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돌이켜보면 미술만큼 일상과 밀접한 예술장르도 드물다. 우리 전통적인 미감을 대표하는 달항아리를 비롯한 온갖 도자기는 그 옛날 이름 모를 장인들의 작품이다.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품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보다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서울의 한 미술대학에서 실기작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 왕진오 기자


이렇듯 미술품은 태생 자체부터 ‘공공재’이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미술품은 예외 없이 문화재에 준하는 대접을 받게 된다. 비록 한 작가의 개인 감성으로 태어났지만, 하나 둘 모여 시대적 감성을 대표하고, 후대에 갈수록 그 숨겨진 가치는 ‘공공의 자산’으로써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미술가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그리 넉넉지 못하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예술가를 부모로 둔 2세들은 더욱 큰 경제적 빈곤을 감수해야만 한다. 아마도 예술가의 삶을 택한 이들의 공통점 중에 ‘돈보다 앞서는 그 어떤 가치’에 대한 믿음이 대표적일 것이다.

돈보다 앞선 가치에 대한 믿음, 그것은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지피는 에너지원이다. 수많은 젊은 예술학도들은 자신의 선택이 ‘백수의 지름길’임을 알면서도 용기를 낸 것이다. 자신의 소중한 열정의 불꽃을 아낌없이 태워 일궈낸 귀한 예술품들, 우리는 그것을 너무 저렴하게 즐기고 있진 않나 되돌아 봐야 한다. 적어도 자신들의 예술창작 행위가 어떤 누군가의 메마른 감성을 어루만져 주는 값진 삶이란 보람 정도는 갖게 해야겠다. 가을이면 전시장도 풍년이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가족나들이를 겸해 가까운 전시장에 들러 꿈으로 사는 예술가를 격려해 보면 어떨까.

(CNB저널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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