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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가 났다고 자동차를 없앤다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듯 골프장에서 캐디에 대한 성희롱 같은 일이 더러 일어난다 해서 캐디를 없애는 것도 현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다른 이유로 한국의 골프장에서 일반 골퍼들이 경기를 하는데 굳이 캐디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본다.
경기보조원인 캐디의 임무가 중요하고, 그만큼 소중한 동반자임은 맞다. 그(여)들의 역할은 골퍼들이 경기에 임하는 4~5시간 동안 부상방지를 위한 사전운동을 시켜주고, 코스 안내를 하면서 안전을 책임지고, 전동카트를 운전하며 4명의 골퍼들에게 각각 맞는 골프채 선택을 도와주고, 그린에서 경사도를 봐주는 등 하는 일이 꽤 많다. 1팀 4인의 경기스타일과 기량에 맞게 조언을 하면서 때때로 골퍼들의 짓궂은 농담에도 짜증내지 않고 응해줘야 하니, 다양한 면에서 센스와 기술을 지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캐디제도는 순전히 골프장의 편의와 이익 때문에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골프장은 전동카트와 캐디 이용을 강제화해 팀 수의 회전율을 절대적으로 높이고 있다. 즉 골프장 캐디는 이용자들의 편의와 기술필요를 충족시키기보다는, 골프장 측의 매출 증대와 편의 그리고 젊고 상냥한 여성이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 제고에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450여 개소에 육박하는 골프장이 치열하게 영업 중인 실정이어서 골프장들도 그 어느 때보다 고객만족경영에 신경을 잔뜩 쓰고 있다. 그렇다면 골퍼들이 이용료가 12만 원(일부 지방 골프장의 경우엔 10만 원)이나 되는 캐디이용료 대신, 캐디 동반을 원하지 않을 경우, 셀프 플레이(self play)를 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국 450여개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 수는 약 3만5000명으로 추산되는데, 고액의 팁을 지불하면서 전체 골프장 이용료에서 차지하는 캐디피 비중은 2013년 기준으로 이미 20%가 넘는다. 3~4인이 나눠서 내고 있지만 배(그린피)보다 배꼽(캐디피)이 큰 경우도 많다. 이처럼 골퍼들은 캐디에게 캐디피를 엄청나게 지불하고 있는데, 이는 캐디들보다는 골프장들의 영업이익을 높여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골퍼들 중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캐디 동반 진행을 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골프장 측은 캐디피가 골프장의 수입이 아니라 캐디들의 수입이기 때문에 골프장 측과의 연관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직이 잦은 캐디들의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캐디등급제’를 시행하면서 캐디피를 올린 주체가 바로 골프장이다. 그리고 캐디의 수입원 형식에 따라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관계로 캐디들에게 어떠한 신분보장이나 복지혜택도 주지 않는다. 안전사고나 성희롱 사고 등이 나도 골프장은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호가 필요한 노약자나 룰 지도를 해줘야 할 초보자 등 선별적으로 캐디의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골프의 기량 향상을 위해서나 운동효과를 바란다면 노캐디제가 절대적으로 우선한다.
골프의 즐거움 자체가 스스로 선택한 클럽으로 삿을 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라인을 읽어 퍼팅을 성공시키는 성취감에 있다. 한국의 골프장은 강제로 캐디를 사용케 해 골프의 묘미를 빼앗아 가고 있다. 또한 전직 유력 정치인 같은 이의 캐디 성희롱 사건 등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CNB저널 =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언론학박사))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