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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 미래 칼럼]백년대계 짓밟는 조령모개 교육정책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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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3호 구병두 건국대 교수⁄ 2014.11.06 08:50:3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문·이과 통합형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내용은 고등학교 과학 필수이수단위를 12단위로 하고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일부 추가했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교육과정 각론 개발을 마치고 2017년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시행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과정 개정은 1차 교육과정 제정 이후 7차 교육과정 개정까지 단 한 번도 통합되지 않았던 고교 문·이과 과정이 합쳐진다는 데에서 이전 교육과정 개정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방대하다. 이를 두고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교육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조령모개는 본래 한(漢)나라 때 어사대부라는 벼슬자리에 있던 조착이라는 사람이 북방 흉노들이 추수기만 되면 대거 남하해 곡식을 약탈해 가자 ‘논귀속소(論貴粟疏)’, 곡식의 귀함을 논의한 상소문을 올린 데에서 유래됐다.

그 상소문은 “홍수와 가뭄을 당했는데도 갑자기 세금을 징수하고 부역에 동원시키는데, 부역과 세금의 시기가 정해지지 않으면 ‘아침에 영을 내리고 저녁에 고치는 조령모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는 내용이었다. 조착은 법령 제정과 시행에 일관성이 없고 관료 조직의 부패를 통탄했다.

지난달 교육부가 내놓은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통합형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 없이 문과 학생도 과학을, 이과 학생도 사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논리다. 그러나 고교생들의 학습량은 더 많아지며, 사교육비도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얼마 전 정치인 출신이 교육부 수장이 되자, 고교 야간자율학습과 월간 모의고사를 폐지하는 등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핵심 중 하나는 특기 하나만 있어도 대학 진학이 가능한 무시험 대학 전형이다. 당시 고교생들은 느슨한 학습 분위기로 학력저하를 가져왔고, 교육정책의 피해자로 남는 또 하나의 사례를 남겼다.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통합형교육과정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교육정책이었다.

▲박춘란 교육부 대학정책관이 9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처럼 정권이 바뀌면 의례히 교육정책도 바꿔야 한다는 잘못된 관례가 교육대계를 무너뜨려왔다. 심지어 교육부장관이 바뀌면 어김없이 새로운 제도를 단행하지만 그때마다 일선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헷갈리고 고통과 인내를 감내해야 한다. 조령모개 교육정책의 폐해다. 

수십 년 전 미래학자들은 21세기에는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여 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공직자들의 오판이 이 나라의 교육을 멍들게 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는 교육을 통한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 즉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정책이 최우선돼야 한다. 통합교육과정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렇지만 교육과정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청문 절차는 있어야 한다. 

더욱이 교육과정 의사결정을 위한 숙고의 과정도 소홀히 한 채 조령모개 식으로 통합형교육과정을 공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정(교육내용)의 진정한 통합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1981년 제4차 교육과정개정 때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교과를 통합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상급학년과 중등학생들에게 적용되지 않았던 것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교과내용의 통합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통합형교육과정이 만들어졌다 해도 과연 누가 그것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또 다른 문제가 과제로 남는다. 그래서 이 나라 모든 교과담당 교육학자들과 교사들이 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한 통합형교육과정의 개발에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CNB저널 = 구병두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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