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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골퍼라면 누구든지 어떡하면 골프를 좀 더 잘 할 수 있는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할 것이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이라고 한다. 필자가 친구보다 훨씬 더 많이 땀을 흘린 것 같은데, 지지부진한 필자에 비해 옆 친구는 어떻게 그토록 일취월장하는지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다며 한탄을 한다. 과연 골프건, 다른 운동이건, 어떤 학문이든 남보다 쉽게 빨리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 있기나 한 것일까?
필자는 골프 전문가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봤다. 프로 선수들이 경쟁 선수만큼 연습을 덜해서, 혹은 체력이 달려서, 혹은 승부근성이 부족해서 밀리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1%는 타고 난 영감을 자신은 0.5%밖에 타고나지 못해서 인지.
골프란 어느 홀에서 어제는 버디를, 오늘은 더블보기를 할 수도 있고, 어제 홀인원을 했던 홀에서 오늘은 죽어도 홀인원을 할 수는 없으며, 설령 일주일에 간신히 한 번이나 골프라운드를 하는 골퍼라고 해도, 한 라운드 18홀 중 어느 한 개의 홀에서는 타이거우즈보다 좋은 기록을 낼 수도 있는 스포츠다.
160명이 참석하는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최소퍼트 상’을 받은 사람과 한 조에서 라운드를 했다. “어떡하면 퍼트를 잘하죠?”라고 동반자 모두가 그에게 물었더니, 그는 그런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인지 그냥 실실 웃다가 너스레를 떨었다. “울 마누라가요, 절더러 ‘빴따’ 하나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났다며, 연습 없이도 전천후로 잘한다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말랬어요. 골프장에서는 캐디의 말을, 집에서는 마누라 말에 복종해야 집 안팎, 골프장 안팎이 편안해요.”
결국 등짝을 두어 대 손바닥 자국이 나도록 패주고 말았는데, 퍼트를 잘하는 골퍼, 싱글핸디캐퍼들은 자기네들끼리만 은밀히 만나 살짝살짝 정보와 지식을 교환하는 것 같았다. “퍼트만큼은 정도가 없습니다. TV중계를 보면, 투어 프로들도 괴상한 퍼터를 가지고 괴상한 자세로 퍼터를 하지 않습니까? 일단은 죽어라 연습을 해서 자기가 보내고 싶은 방향으로, 보내고 싶은 거리만큼, 공을 보낼 수 있어야 해요. 다음엔 본능적인 감각으로 바람의 방향, 잔디의 결, 풀의 길이, 잔디의 건조도, 그리고 그린의 기울기를 읽을 줄 알아야 해요.”
티칭 프로들은 구름 속의 선문답처럼 누구나 알거나 아무도 못 알아듣는 소리만 한다. 필자도 골프에서는 서당 개 3년이 아니라, 3곱하기 3년의 세월보다 더 징하게 헌신하다보니, 이런 정도의 풍월은 읊는다.
신이 내린 퍼트기술자라는 골퍼에게 물었다. “퍼트를 잘하는 법요? 제가 알려드리죠. 절 따라오세요.” 그가 건물의 욕실을 공사하는 현장으로 필자를 데리고 갔다. 그는 흙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땅속에서 움트는 봄의 소리를 듣듯이 흙바닥에 귀를 댔다. 난이도가 높은 요가자세처럼 쭈그려 앉아 상체를 옆으로 기울여 귀를 땅 속에 묻는 듯이 보이는 자세는 사실은 눈을 수평선까지 낮춰보려는 자세였다. 그는 흙손으로 욕실 네 귀퉁이 가장자리부터 시멘트를 발랐다. 울퉁불퉁한 면이 점점 고르고 평평해졌다. 필자가 보기에도 지면은 비탈이 없는 수평면이 됐다.
그가 물을 한바가지 가져와 이곳저곳에 부었다. 물은 어디 한군데 고이는 곳 없이 수채로만 흘러들었다. “연륜이 깊은 프로 미장공에게는 미세한 비탈도 저절로 보입니다. 낮은 데로 임해서 땅바닥에 눈높이를 맞추세요. 그린의 높낮이만 읽을 줄 알아도 퍼터에서는 동반자보다 한 수 위가 되죠. 10년 만 미장일을 해보시죠. 퍼터는 경지에 오릅니다. 하하하!”
(CNB저널 = 김영두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소설가))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