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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세계은행 교육혁신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교육이 지나친 경쟁으로 과중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정답찾기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학교생활은 행복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심포지엄에 참석해 우리나라 교육 패러다임이 행복교육과 창의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은 개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예술교육에 대한 몰이해로 음악 미술교육계의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통합교과라고 설정했지만 진정으로 예술교육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행복하고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예술교육은 초중고에 기초과정을 개설해왔다. 주지교과위주의 고교 교과과정은 학생들이 예술을 배우지 못하더라도 음악 혹은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게 교육과정이 편성되어 왔다. 또한 예술교육의 국민의 접근성 강화라는 목표 아래 양적인 증대를 가져왔다. 문화예술 전문인력을 통해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학교안팎의 교육프로그램에 예술강사와 교사가 협력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와 학교가 연계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양성됐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전문인력 양성제도가 부재하고 질적 관리에 있어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예술교육의 본질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문화융성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예술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새 교육과정안을 보면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포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간다. 음악 미술교과는 ‘예술’ 교과군으로 묶이면서 예술교육을 학교교육에서 실천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초중고에서 예술교육의 기본으로 담당해야 할 그 기본적 요건조차도 교육과정 내에서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예술 교과군에 백화점식으로 교과를 나열해 선택적으로 예술교육을 받게 한다는 것은 예술교육에 대한 몰이해다. 필자 주위에는 한 평생 미술을 하고도 아직 완성의 단계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학교에서 기초예술교육으로 음악과 미술을 배우지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미래를 어둡게만 할 것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융합’도 있고 교과 간 ‘협력’도 있다. 예술교육의 기초를 배우지 않고 얼렁뚱땅 애매하게 하는 것을 융합이니, 통합이라 하지 말자. 학생들은 기초부터 착실히 배운 후에나 이를 창의적으로 융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새 교육과정 개정안을 보면 섣부른 통합 및 융합으로 예술교육의 기초를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있다. 예술교육은 기본이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융합을 통해서 예술의 세계를 확장하고 확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미술에는 순수하게 기초를 연마하는 드로잉이나 회화가 있는가 하면, 연극적인 요소와 상황제시가 요구되는 실험예술, 퍼포먼스, 그리고 과학과 융합된 미디어 아트 등 유형이 무궁무진하다. 지금 교육부에서 통합교육으로 제시하고 있는 예술교육은 학교 예술교육(음악/미술)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서 나온 공론일 뿐이다.
지금 교육부가 하고자 하는 통합은 하나의 실험일 뿐이다. 이 실험에 내 아이들을 마냥 맡겨둘 수만은 없다. 섣부른 통합에 대한 열망, 우리가 주의해야 할 일이다.
(CNB저널 = 김형숙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