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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백원선]절실함은 해결책, 한지는 나의 운명

붓으로 글 쓰며 한지 재발견, 한지는 안팎을 소통하는 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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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9호 왕진오 기자⁄ 2014.12.15 15:03:07

▲백원선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오랜 시간 비바람을 맞으며 버텨온 고택이 원형 그대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다양한 학설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안과 밖이 소통이 되는 숨길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가옥에 사람이 들고나며, 바람의 소리를 포근하게 전달하는 연결통로가 바로 한지를 발라 외부 거친 환경을 걸러내는 다양한 문(門)들이다. 여러 형태와 쓰임새로 사용되는 이 가림막 종이에 주목해 우리 전통의 자연스러움을 화면으로 옮기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해외 화단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상하이 컨템포러리(SH), 아트 타이페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등에 한지의 선(禪)을 주제로 10여 년 전부터 먹을 유화물감처럼 사용해 조형의 미를 추구하는 백원선(1946년생)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지선-1, 53x45,5cm, oil korean paper, 2012


작가는 초기 오일페인팅으로 구상 작업을 펼치며 작업 활동을 전개해 왔다. 어느 날 대학원에서 한지에 붓으로 글을 써내려가며 진행하는 수업을 마친 후 붓으로 그려지는 다양한 이미지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후 어떻게 하면 먹을 잘 사용할지 고민을 하게 됐다.

인사동 한지 재료 상을 다 뒤져가며 좋은 먹을 찾았고,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먹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절실함이 있으니 해결책이 생기더라고요, 이때부터 한지는 나와 떨어질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가 되었죠“

백원선 작가는 한지는 자연이라고 힘을 주어 말한다. 우리 고유의 한지는 안과 밖을 소통 시키며,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지의 선, 57x46cm, India ink Korean paper, 2011


고된 노동과 거친 손맛 속에서 명주보다 부드러운 순지를 희로애락의 흐린 추억만 조금씩 남기며, 감추어야할 일들을 흔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겹겹이 바른 종이를 마음이 가는대로 찢어낸다.

작가는 찢겨진 상처를 어루만지며 화면 위를 또 중첩해서 가리면서 인물, 동물, 자연의 이미지를 음각으로 표현하고 다른 부재들은 암각으로 표현한다. 겹쳐진 한지 흔적들은 옛 여인들의 속옷과 속살이 다 비치는 모시께끼 적삼 같은 느낌을 표현한다.

백 작가의 작품은 마치 옛 여인들의 자수와 복식, 규방 문화에서 모티브를 찾았고, 인위적이지 않는 소박함과 단아함을 드러내기 위해 순수한 조형의 묘미를 현대회화에 접목한다.

▲한지선, 163x130cm, india ink korean paper, 2012


가림과 노출, 채움과 비움의 대비를 통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미세한 ‘떨림’을 어울림으로 이끌어 느껴보며 절제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다.

우리의 전통 복식은 민족의 신체의 장단점을 가림과 노출의 미학으로 절묘하게 조화시킨다. 뛰어난 의복이며, 옷은 사람의 신분, 품위 더 나아가 과학에 이르기까지, 극치를 보여주는 미학이었다.

백원선 작가의 작품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성호는 “그녀의 가림은 서구의 대립적 이원론을 탈피하고 ‘음양오행’의 동양적 사유를 조형화한다. 음과 양을 기(氣)의 오행으로 상생케 하는 그것은 선(禪)의 세계와 조응한다”고 평했다.

▲한지의 선, 72x53.cm, Hanji, ink, stick, the paper mulberry, 2009


“둥근 것은 땅에 떨어져도 땅을 다치게 안 하더라”

이어 “인도의 선(dhyāna)이 종국에 자신의 몸을 괴롭힘으로써 명상의 극락계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갑갑한 갑옷’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면, 그가 추구하는 ‘선’은 한국 선종(禪宗)의 사유처럼 ‘반투명한 종이옷’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백 작가의 작품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젊은이들의 작업에 잘 드러나지 않는 국적과 성별 그리고 나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한지선, 53x45,5cm, india ink korean paper, 2012


이런 표현은 한지와 닥나무를 다듬질로 수도 없이 두드려서 손질해야 나오는 방법이다. 화면에 깊이를 주기 위해 캔버스 밑에 아크릴 판을 붙여서 작업을 하고 나면 3D로 표현한 것 보다 더욱 입체감이 드러나게 된다. 

“제 작업은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선비정신에서 출발했죠. 도도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 때문에 살면서 많은 굴곡을 겪고 난 후 작업을 통해서 반성하고 있죠. 어느 날 방송에서 한 스님이 둥근 것은 땅에 떨어져도 땅을 다치게 안 하더라, 뾰족한 것은 땅도 다치고 자신도 다치게 한다는 말에 감명을 받은 후 부터는 먹으로 드로잉 하듯 아련하게 보이는 것 같은 작업을 펼치게 됐습니다”

▲한지의 선, 73x63cm, oil korean paper, 2012


한 사람의 사주를 작업의 주요 요소로 활용하는 작가는 오행을 공부하고 난 후부터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길이 없는 길을 계속 가겠다는 백원선 작가는 변화를 꿈꾸며 과거 미완의 작품들인 ‘상자’, ‘구’ 시리즈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선’시리즈와 함께 작업으로 펼쳐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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