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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 미래 칼럼]권력은 나눠먹지 못한다지만…

국민 슬프게 만드는 ‘궁중 암투’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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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0호 구병두 건국대 교수⁄ 2014.12.24 08:51:0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요즈음 국가 최고 권력기관에서 빚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연일 보도 중이다. 가뜩이나 불황에 고통받는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한다. 조직 내 권력암투로 들린다. 공직자들이 국가를 위해 일하기보다 국가가 자신들의 입신영달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생각돼 씁쓸하다.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지만 많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건 분명하다.

역사 속 간신들은 하나같이 군주를 포악하게 만들어 나라와 권력을 훔쳤고 충신을 모함해 조정의 기강을 문란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백성을 도탄에 빠뜨려 신음케 했다. 송사(宋史)의 유일지전(劉一止傳)에는 ‘천하의 다스림은 군자가 여럿이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고 했다. 이처럼 역사는 후세에 많은 교훈을 준다.

중국 송나라 때 일이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가 송나라 수도 카이펑(開封)을 점령하자, 송나라 왕실과 관료들은 수도를 남송으로 옮겨 항쟁을 계속했다. 이 무렵 위기에 처한 송을 구하려는 악비(岳飛)라는 충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정적(政敵) 진회(秦檜)가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패거리들과 온갖 술수를 꾸며 악비를 모함했다. 서른아홉 나이에 불과한 민족의 영웅 악비는 나라를 팔아먹은 간신들에 의해 끝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역사학자들은 진회를 백비와 조고, 엄승과 함께 중국 역사에서 가장 악랄한 간신으로 꼽는다. 그 후 남송은 북에서 새로 일어난 원나라가 금나라를 멸망시키자, 화북 지방을 회복하려는 계획을 세우다가 끝내 멸망했다.  

지금도 서하령에는 악비의 묘소와 사당인 악묘(岳廟)가 세워져 있다. 악묘 앞에는 벌거벗고  민망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은 진회 부부의 철상(鐵像)이 있다. 이것만 보아도 충신과 간신에 대한 후세들의 평가는 극명하다. 당연히 앞으로도 이러한 평가는 계속될 것이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4일 검찰조사를 마친 뒤 건물을 나서 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내 빈손을 무덤 밖으로 보여주라”고 한 알렉산더의 유언을 안다면…

혹자는 충신과 간신의 차이를 ‘충신은 나라를 위해서 한번 죽음으로써 영원히 살고, 간신은 자신의 영달을 위한 한 번의 삶을 영원한 죽음과 바꾼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숱한 공직자들은 과연 자신의 삶을 어떤 죽음과 바꾸기 위해 살아가는가를 성찰해보면 자신이 충신인지 아니면 간신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제 나라에서 대통령 최측근은 상상을 초월하는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어느 시대나 자신만의 입신양명에만 눈멀어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는 자는 있기 마련이다. 권력의 단맛을 알수록 유력 후보의 편에 서고 그러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온통 그들의 세상이 된다. 논공행상을 따지며 자기네들끼리 더 큰 ‘떡’을 먹겠다고 암투를 벌인다.

권력은 음식과 다르게 나눠 먹을 수 없다.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이기에 목숨 걸고 싸운다. 우리 국민들은 불행하다. 매 정권마다 권력에 눈이 어두워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무리들을 매일 밤 TV뉴스에서 어김없이 지켜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공직자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것이 있다. 약관 20세 나이에 왕위에 올라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이집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쳐 광활한 지역을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 생을 마감하며 남긴 말이다. “나를 묻을 땐 내 손을 무덤 밖으로 빼놓고 묻어주게. 천하를 손에 쥔 나도 죽을 땐 빈손이란 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네.”

한 철학자는 알렉산더 대왕 무덤 앞에 서서 “어제는 온 세상도 부족했으나 오늘은 두 평의 땅으로도 충분하네. 어제는 그가 흙을 밟고 다녔으나 오늘은 흙이 그를 덮고 있네”라고 소회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만큼 큰 것은 없다.

(CNB저널 = 구병두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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