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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김순이]거친 자연이 인간내면에 주는 감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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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6호 김금영 기자⁄ 2015.02.05 08:59:17

▲김순이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김순이 작가의 그림은 자연을 가득 담고 있다. 화사한 분홍 꽃들이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가 하면 푸른 잎으로 우거진 숲, 단풍이 곱게 든 산, 추운 겨울 흰 눈이 내린 쓸쓸한 바다 풍경 등 사계절의 자연이 등장한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캔버스가 아닌 바깥의 자연을 보도록 통로 역할을 하는 창문을 내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자연을 단순 모사하는 것은 아니다. 풍경에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반영한다. 그렇게 작가의 사상을 담은 자연은 새 생명을 얻게 된다. 김 작가의 작업에 대해 서양화가 이남찬은 “김순이는 생명력이 가득한 자연의 향기를 화면에 담아냄으로써 거역할 수 없는 순리의 소중함을 재현해왔다. 그의 작품은 자연의 무거움과 사색을 깊게 묘사하고 소박하고 친근한 우리 주변의 생명력 있는 터를 발견해 보여준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작은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앞에서 엄숙해지고 깊은 감동까지 받는다”고 말한다.

▲강화의 잔설, 캔버스에 오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본래로 회귀하는 자연의 모습은 김 작가에게 감동을 줬다. 그 감동을 모티브로 삼아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그는 계속 이어간다.

작업을 위해 작가는 늘 바깥으로 나간다. 작업실에 앉아 풍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그림을 그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작가가 가장 피하고 싶은 방법이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야외로 나가 자연을 접한다. 스케치를 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직접 자연을 마주하는 감동은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온전히 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화 마을, 캔버스에 오일



작업실 뛰쳐나가 직접 마주한 자연의 감동 담아
아련한 향수 주는 고향도 중요한 모티브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 속 자연은 정지돼 있지 않다. 잔잔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고, 잔잔한 물결이 이는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 그렇기에 그림을 보는 이들 또한 작가가 직접 자연을 마주하고 느꼈을 감동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섭지코지2, 캔버스에 오일


그에게 과장은 금물이다. 자연을 마주한 감동은 얼마든지 캔버스에 담는 걸 주저하지 않지만, 겉치레식으로 과장하거나 화려하게 치장해 자연을 그리지 않는다. 이에 대해 작가는 “그러면 감동을 반감시키고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작업에 있어 또 하나의 모티브가 되는 것이 고향의 존재다. 자연의 풍광이 가득했던 고향은, 삭막한 도시생활 속에서 작가에게 늘 위로와 힘을 주는 존재다. 작가뿐 아니라 각박하게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고향은 마음 한 구석에 작지만 생명의 숨결로 존재한다.

2010년 3명의 울진 출신 작가들과 고향 울진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던 전시는 이런 점에서 주목 받았다. 울진의 바다와 산을 잔잔하게 그린 작품은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골 풍경, 즉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힘든 순간 내게 많은 위안을 줬던 전시”라고 작가는 당시를 회상했다.

▲제주의 봄, 캔버스에 오일


이런 작업에 대해 전창운 전 서울예술대학 교수는 “김 작가의 그림엔 주로 설경과 해변 풍경이 등장하는데, 얼핏 보면 단지 풍경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결과적으로 그림을 잘 그렸다거나 그렇지 못했다거나 하는 가벼운 잣대에 따른 감상자의 눈길을 받기 쉽다. 그러나 그의 경우에는 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고 싶다. 그림이란 자신의 생활감정의 조형적 표현이라는 것을 전제해 볼 때 그는 우선 강원도 태백 쪽 철양이란 곳에서 여러 해 살았다는 배경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곳은 높은 산으로 첩첩 둘러싸인 곳으로, 진달래 꽃피고 아름다운 새소리와 맑은 계곡의 물소리도 잠시, 어둠과 추위와 견디기 힘든 날을 지새워야만 하는 인내만을 요구했던 갇힌 동네다. 구름도 쉬어 넘고 바람도 시린 손을 움켜쥐어야만 하던 그 시절의 추억을 그녀가 설경에 관심을 갖게 한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이런 점이 작품에서 잘 보이는 듯하다”며 “(작가가) 시간이 나면 가끔 들른다는 울진의 작은 포구,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다 풍경은 생활의 질곡을 밀고 당기는 마음의 조리개였으리란 생각도 해본다. 이처럼 기억과 관심은 한 작가를 형성시키는 데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하얀 모란, 캔버스에 오일


작가가 자연을 담는 작업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는 자아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모든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살고, 또 죽어서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작가는 “자연이 없다면 인간 또한 존재할 수 없고, 그렇기에 자연은 인간의 모습을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을 들여다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을 그리는 것 이외에 작가가 몰두하는 또 다른 작업은 성화다. 이 작업의 경우 시각적인 대상을 보지 않고 성경을 읽은 뒤 떠오르는 형상과 빛, 색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파란 빛이 아닌 검은 빛을 띠고 있는 마리아가 등장하는 등 보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지는 작품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자연 그리고 성화 작업을 앞으로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찬바람을 맞으며 거침없는 붓질을 멈추지 않고 있을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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