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세알 어린이집의 활동 모습. 사진 = 서대문부모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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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서대문부모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콩세알 어린이집은 전국 최초로 세워진 부모협동 어린이집이다. 이전에도 공동육아 형태의 단체들은 있었지만, 콩세알 어린이집은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해서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첫 협동조합 방식의 어린이집이다. 아이를 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조합원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공동 주체로서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함께 생각한다. 최근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아이와 교사 그리고 부모까지 서로 소통하며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서대문협동조합을 만나봤다.
부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마음이 편할까? 아이를 맡은 교사는? 아이는 또 행복할까?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는 쉽사리 대답하기 힘들다. 부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괜찮을지 마음을 졸이고, 교사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아이들과 즐거워야 할 시간이 버거울 것 같다. 하지만, 서대문부모협동조합 콩세알 어린이집은 아이와 부모, 교사까지 모두 행복한 어린이집을 꿈꾼다.
콩세알 어린이집은 현재 13가정이 모여 16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다. 부모는 협동조합에 출자금 200만 원을 내고, 매월 20만 원씩 어린이집 운영비를 지급한다. 사실 협동조합 형태로 어린이집을 운영한다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단지 교사와 아이, 부모가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아이의 보육이나 운영 면에서 열린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물론 이러한 열린 관계에서 비롯하는 차이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 설립사례보고 워크숍. 사진 = 서대문부모협동조합
서대문부모협동조합 양승미 이사장은 “특히 부모와 교사는 아이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조합 안에서 아이를 같이 키우기 위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좀 더 나은 부분을 찾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콩세알 유치원에서 교사는 아이가 흥미있어 하는 것을 찾아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짠다. 그래서 각각의 아이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 교사는 관찰자이고 조력자이지, 교육을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다. 콩세알 어린이집에서 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선생님이 아니라 별, 이슬 같은 별칭을 사용해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로 간에 어떤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관계를 맺는 것이다.
양 이사장은 “교사가 연차를 내거나 쉬는 경우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하루 돌본다. 자기 아이가 없는 반에 가서 일일교사를 하는데, 이는 조합원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부모들은 일일교사를 통해 다른 아이들을 잘 이해하게 되고 교사의 고충도 알게 된다”며 부모가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가진다고 했다.
물론 어린이집에서 주 양육자는 담임교사다. 교사와 아이의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교사가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으면 조합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사들도 자신이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배우고 익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를 공유하는 방식을 취한다. 교사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양 이사장은 “엄마로서 아이가 어릴 때는 육아가 최대 고민이고, 나 역시 그랬다. 아이를 데리고 여러 번 어린이집을 전전하면서 깨달은 건, 좋은 교육프로그램과 우수한 환경보다는 어린이집의 선생님과 엄마와의 유대감, 친밀감이 아이에게도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서울에 이사 와서 어린이집을 알아보던 그녀는 지인을 통해 한 어린이집을 알게 됐고, 그 사람만을 믿고 아이를 그곳에 보냈다. 허름하고 영세한 곳이었지만, 사람 냄새가 나고 어린이집 원장과 부모들의 관계가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공동육아 한마당’ 행사에서 서대문부모협동조합 콩세알 어린이집 부모와 아이들. 사진 = 서대문부모협동조합
그러다가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는 그녀는 마음 맞는 몇몇 원아 학부모들과 “이참에 우리가 협동조합으로 어린이집을 같이 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침 정책적으로도 공동육아 사업이나 협동조합형 마을기업에 정부 지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와 관련해서 전문가로부터 정책자문과 컨설팅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협동조합을 꾸릴 모임이 만들어졌고, 지역 주민과 단체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 준비과정을 거쳐 2013년 2월 협동조합을 만들고, 콩세알 어린이집을 이전에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의 원장과 함께 열었다.
교사와 부모, 아이가 서로 소통하는 어린이집
“처음에는 교사도, 부모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등이 심했다. 기존 어린이집에서 근무를 했던 교사들은 부모의 눈치를 보고, 부모들도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탈퇴하는 부모도 생기고 교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양 이사장은 협동조합에서 월 1회는 꼭 교사와 부모들이 ‘반모임’을 가진다고 말했다. 기존 어린이집에서 교사는 1년에 1, 2회 정도의 부모 면담만 하면 됐기 때문에 월 1회의 모임은 교사에게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반모임에서는 부모들도 자신의 아이 이야기만 듣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내 아이 이야기가 다른 부모에게 이야기되는 것에 힘들어하는 부모도 있었고, 다른 아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부모도 있었다.
그러나 반모임을 계속하면서 부모들의 관심은 내 아이에게서 다른 아이에게로 옮겨가면서 더 넓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아이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양 이사장은 “반모임은 부모와 교사 모두를 성장시켰고, 교사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쌓아줬다. 협동조합에 회의적이던 어떤 아이 아빠가 콩세알 은 마을에 도움이 되는 마을의 어린이집이어야 한다고 말할 만큼 부모들을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함께 하는 캠프 현장. 사진 = 서대문부모협동조합
서대문부모협종조합이 부모들의 욕심을 앞세워 아이들에게 특별한 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이집에 대해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들은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다른 시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들기 마련이다. 양 이사장은 부모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이 교육은 요원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녀는 “아이들은 부모, 어른들의 욕심과는 다르게 자기들 나름대로 잘 큰다. 어른들이 자기 강박에서 놓여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고 반문했다.
부모협동조합의 어린이집이 다른 어린이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오히려 아이의 엄마, 아빠들이 많이 모여서 서로 회의하고, 갈등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소통한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은 한때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된 ‘대안학교’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협동조합의 부모들이 아이들보다 더 열심인 셈이다. 양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조합 전체의 행사 참여율이 높다. 조합의 운영위원회는 조합 각종 일정과 행사를 주관하고, 시설위원회는 대청소와 어린이집 시설관리를, 교육위원회는 조합원 교육을, 홍보위원회는 신입가족모집과 대외홍보를 담당한다. 또 재정위원회는 조합과 어린이집의 예결산과 전체 재정운영을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조합에 가입하면 반드시 5개 위원회 중 한 곳에 소속되어 조합의 일을 나누고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자신이 관심 있는 곳에서 품을 나누다 보면 협동의 힘이 크다는 것을 자연히 체득하는 것이다. “각자가 다른 영역에서 다른 색깔, 또 다른 힘들을 가지고 참여하다 보면 갈등은 잠시고, 어느새 한 마음으로 울고 웃고 서로를 걱정하고, 함께 놀 궁리를 한다”고 양 이사장은 웃었다.
어린이집을 연 지 1년이 되는 사이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앞으로 협동조합이 헤쳐가야 할 문제들도 적지 않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도 빼놓을 수 없다.
양 이사장은 국내에 부모협동 어린이집이 많지 않아 부모협동 어린이집의 운영이나 시스템에 맞는 정책지원과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대문구에는 우리가 부모협동의 첫 출발이라 당시 자치구 보육지원팀도 관례가 없고 내용을 몰라서 서로 좌충우돌, 오해와 시시비비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물적, 인적 낭비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향후 서대문부모협동조합은 그동안 쌓아왔던 조합 설립과 운영의 노하우를 컨설팅하는 역할도 구상 중에 있다.
▲콩세알 어린이집 미술 활동. 사진 = 서대문부모협동조합
국내 첫 부모협동 어린이집 콩세알
문광애 원장 “내 아이 아닌 우리 아이”
- 어떻게 서대문부모협동조합과 함께 하게 됐나?
“가정 어린이집을 하다가 여의치 않아서 문을 닫게 됐다. 그런데 오랫동안 아이들을 맡긴 몇몇 부모님들이 협동조합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서울시에서 마을기업 지원사업으로 공간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래서 세 가족 정도하고 서대문 지역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 지원을 받아 서민들도 이렇게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 일반 어린이집과 협동조합 어린이집의 차이점이 있다면?
“민간이 어린이집을 하려면 자치구에서 인가를 받는데, 3가지 형태가 있다. 가정형(20인 이하), 민간(20인 이상), 부모협동이다. 그 외에는 국공립 형태다. 우리들은 부모들이 모여 사업체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부모협동을 선택한 것이다.
어린이집 운영에서 가장 큰 차이는 아이들이 아침에 ‘등원’하는 때부터 저녁 ‘하원’하는 시간까지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교사뿐 아니라 조합원인 부모도 운영을 함께 한다. 특히 우리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다. 나들이나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교육’이 아닌 ‘활동’이라고 얘기한다. 서로 배려하고 상호작용하면서 교사는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자 노력한다. 교사가 연차 등으로 쉬는 날이면 아이의 부모님들이 일일교사를 해주시면서 어린이집에 참여하기도 한다.”
- 콩세알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부모들의 역할이나 관계는?
“무척 친밀한 편이다. 그날그날 있었던 사소한 일까지 서로 소통한다. 협동조합 카페에서 아이들의 활동, 특이사항 등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협동조합의 형태가 낯설어 교사는 교사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힘든 점들도 있었다. 부모들의 적극적인 요구와 참여를 교사들이 참견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초반에는 매일 소통하고, 싸우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러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