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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일우사진상 박종근 사진전]“내 사진이 나를 기억한다”

20년 사진기자 인생을 3명의 편집자와 함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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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기자⁄ 2015.03.16 11:56:32

▲제5회 일우사진상 수상자 박종근. 사진 = 일우스페이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매일 아침 세상 소식을 접하기 위해 펼쳐보는 뉴스 속 사진들은 다양한 현장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기록한다. 감동과 분노 그리고 기쁨을 전달하는 한 컷의 사진은 사진기자가 포착한 찰나의 순간들을 통해 역사를 대리체험하게 만든다.

사진기자의 현장은 항상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아야 뉴스 사진이 되기 때문이다. 한겨울 칼바람 부는 산꼭대기, 홍수에 쓸려 나간 공동묘지의 진흙탕, 무너져 내린 백화점 지하, 천안함과 세월호를 삼킨 바다 위 흔들리는 배…. 현장은 그렇게 끝이 없다.

뉴스 사진은 셔터로 포착된 수많은 이미지들 가운데 에디터가 점지한, 즉 텍스트 또는 사건과 가장 잘 맞는 이미지만이 선택된다. 사진 작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기사 또는 사건과의 관계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동일한 현장의 나머지 사진들은 사라지거나, 촬영자의 개인 사진 저장소에 보관된다.

▲마오, The Statue of Mao, Beijing, CHINA.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100 x 150cm, 2009.


21년간 현장을 뛰고 있는 베테랑 사진기자가, 뉴스로 내보내지 못한 ‘순간의 저편’을 기록한 사진들로 사회적 의미를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우스페이스 제5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특별한 작가’ 사진기자 부문을 수상한 박종근(45)의 전시회다.

그가 현장에서 포착한 사진들 가운데 일본 게이오대학 이홍천 교수, 싱가포르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테이 케이 친, 영국 포토그래퍼스 갤러리의 큐레이터 캐런 맥퀘이드가 고른 237점이 추려졌고, 다시 이 중 47점이 ‘거울과 세 가지 기억’이란 제목으로 3월 5일∼4월 22일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 1층 일우스페이스에서 공개한다.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뒷모습들’이 담긴 사진들, 군중 속의 외로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해 작품을 재해석한 사진들이 특히 눈에 띈다.

전시 작품들은 사진기자로서 수많은 공공장소에서 마주친 역사적 순간들을 ‘인간 역학’을 중심으로 예리하게 기록한 작업들이다.

▲폴 스미스, 패션 디자이너,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 x 150cm, 2011.


“사진은 나를 비추는 거울”

박종근 기자는 “내 사진은 나를 비추는 거울일 거다. 객관과 기록을 숙명으로 여기는 사진기자지만 내가 찍은 모든 사진은 나의 눈을 도구로 삼아, 나의 생각을 담아, 또 다른 나를 이루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 기자만큼 많은 사진을 찍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사진에는 찍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며 “지난 20년 동안 내가 촬영한 현장을 내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사진은 기억하고 있다. 흩어져 있던 내 조각들을 맞춰 새 기억으로 만들어내게 됐다”고 전시 의의를 설명했다.

일우재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교수는 “박종근에게 사진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지니는 특권이나 의무의 산물만은 아니다.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만한 순간에도 셔터를 눌렀다”며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지 않고도 누군가에 의해서 선택 받지 않을 사진들을 무수히 찍어왔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평범함과 유명함의 경계를 넘나들고, 그가 보여주는 장면은 극적인 사건과 지루한 일상의 면모를 모두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배철수-이혜영,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 x 150cm, 2010.


전시는 3명의 편집자들이 고른 237점의 사진들 중 47점이 걸리고, 사진집에 실린 237점의 작품들은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슬라이드 쇼가 상영된다. 이런 형태를 통해 박종근의 20년 사진기자 생활의 안팎은 물론, 3명 편집자의 다른 시선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 역사로 기억되는 사진의 힘이다.

1994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 기자는 뉴욕 9.11 테러와 한일 월드컵 축구, 한국인 최초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등 대형 사건과 이벤트들을 취재해왔다.

‘난곡,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2002)’, ‘루게릭, 눈으로 쓰다(2006)’로 한국기자상을, ‘잘 가, 챔프삼촌(2009)’과 ‘작은거인 김수철(2012)’로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원 경기문화재단에서 ‘사진, 영감’전(2004), 영월 동강사진축제에서 ‘신문사진에 반하다’전(2008),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사진과 미디어; 새벽4시’전(2014)에 참가하며 작가로서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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