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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 마크 로스코 첫 한국전]“내 그림 보고 울면 나랑 같은 체험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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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2호 왕진오 기자⁄ 2015.03.19 08:50:46

▲마크 로스코(1903-197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내 그림은 돈 많고 배부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들은 세상을 모른다. 화가가 그림에 담은 의미를 관객도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완성될 수 있다.”

화가의 작품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림의 해석은 관람객의 자유의지에 맡겨야 한다는 최근의 미술 사조와 달리, 능동적으로 관람객과 교감하는 데 사회 속에서 화가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말한 거장 마크 로스코의 말이다.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과 함께 현대 추상 표현의 거장으로 불리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시대별 대표작품 50점이 한국 나들이를 갖는다. 3월 23∼6월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전에는 평가액 2조 5천억 원에 달하는 미국 워싱턴국립미술관 소장품이 대거 공수된다.

▲마크 로스코, Antigone(안티고네) 1939-1940, 캔버스에 목탄과 오일, 86.4 x 116cm.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단, 2011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사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신성한 장소’로 선정한 미국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과 그곳에 걸린 작품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빠졌다. 현장을 본떠 만든 구조물과 모조 작품이 한국 전시에 내걸리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로스코 채플은 일반적인 갤러리 형태가 아니라 로스코의 작품을 보면서 영혼의 안식을 느끼고 자기공명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채플’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모든 종파를 초월해 자신을 위한 마음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 정신적 리더 등 다양한 유명인들이 한 개인으로서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며 소통과 화해의 뜻을 이야기한다.

회화의 혁명가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그림이 주는 깊은 울림을 통해 관람객의 감정과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다. 생전에 로스코는 “젊은 시절 예술은 즐거운 대상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이후 나에게 예술은, 인간을 위해 그리는 그림이 인간적인 측면에서 그대로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나는 비극· 아이러니· 관능성· 운명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동일한 신성한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눈물 흘리게 하는 그림으로 유명한 로스코의 작품은, 감정과 색채의 휴먼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깊은 슬픔을 해소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공명과 공감의 기능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화해시키는 작품 세계다.


거장의 미술 세계를 여섯 주제 공간으로 펼쳐내

전시는 로스코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신화의 시대’ ‘색감의 시대’ ‘황금기’ ‘벽화 시대’ ‘부활의 시대’ 등 다섯 개 섹션과 ‘로스코 채플 재현’ 등으로 꾸렸다.

‘신화의 시대’에는 거장이 작품 세계를 일궈 가는 시기의 그림들로, 그리스 신화, 전설,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걸린다. ‘색감의 시대’에는 로스코 그림의 전성기로 가는 교차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6점을 만날 수 있다.

‘황금기’ 로 명명된 벽면에는 그의 상징이 된 대형 유화 작품들이 걸린다. 색들이 마치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며, 색 구름들의 만남으로 만들어지는 관계는 거대한 휴먼 드라마의 느낌을 제공한다.

▲마크 로스코, Untitled 1949, 캔버스에 오일, 206.7 x 168.6cm.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벽화의 시대’에는 거대 화랑의 제안을 거부한 로스코의 예술가적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시그램 빌딩의 벽화 시리즈가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시그램 빌딩, 하버드대학교, 로스코 채플, 세 장소의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때는 그의 작품 가격이 치솟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시기였다.

전시장 말미 ‘부활의 시대’ 공간에는 벽화의 시대와 로스코 채플 이후 사망 직전까지의 작품을 보여준다. 자본과 지성, 그리고 종교로부터 작품 고유의 순수성을 지키려 한 로스코의 마음을 읽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현대회화에 혁명을 일으킨 로스코는 러시아의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고, 열 살 무렵 미국으로 이주했다. 깊은 사색과 고뇌, 우울의 극한을 캔버스에 그대로 표현한 그는 ‘피카소나 반 고흐처럼 사물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의 그림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미술가의 격정적 감정이 드러난 추상화 세계의 문을 연 위대한 작가로 떠오른다. 그의 등장 이후 화가들은 그의 영향 아래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도구이자 방편으로서 추상표현주의의 다양한 개성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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