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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 미래칼럼]성적 비교해 다 죽이는 한국, 개성 비교해 다 살리는 유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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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4호 구병두 건국대 교수⁄ 2015.04.02 09:12:5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구병두 건국대 교수) 우리나라는 반세기 전만 하여도 다산(多産)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폐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저출산은 생산인구 감소를 가져온다. 이는 결국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와 초고령 사회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결국 GDP 급락 및 연금제도 파탄 등 최악의 경우에는 국가부도로 이어지게 만든다.

정부도 그 심각성을 알고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출산의 당사자인 젊은 부부들은 꿈쩍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증거로는 출산율이 증가는커녕 점점 낮아진다는 보고다. 이러한 저출산의 원인은 미래 소득의 불안정성, 교육비 증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 자녀관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에 있다. 이러한 원인 가운데서도 교육비 증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 즉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오늘날 사교육비는 계층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즉, 고소득층일수록 사교육비는 늘어나는 추세인데 반하여 저소득층에선 오히려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심지어 최근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고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이 저소득층에 비해 무려 8배가 된다고 한다. 또한 얼마 전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초등학생들의 사교육비 현황을 조사하였는데, 영어-수학 교과의 과외비는 줄어든 반면 예체능 과목, 즉 체육활동에 쓰는 돈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특히 봄방학 기간 동안엔 아이들이 학원만큼이나 사설 체육시설에 몰리는데, 이유인즉 학교 체육시간에 대비하여 미리 높은 급수를 따두려는 데에 있다. 줄넘기에도 급수를 매기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사교육비는 날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

성적순 줄세우지 못해 안달난 한국의 이른바 수월성 교육.
유태인 속담은 ‘머리로 비교하면 모두 죽는다’고 했는데…


사교육비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면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도 저출산의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된다. 공교육이 잘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사교육비가 적게 들 수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타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 사교육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독일의 공교육이 다른 국가에 비하여 체계적이고 공신력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독일도 사교육비 증가세를 보인다. 그 이유로 추측해 볼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9개 회원국과 11개 비회원국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독일 학생들이 2003년 읽기, 수학, 과학 능력에서 각각 21위, 19위, 18위에 머무르며 심각한 학력저하를 보였다.

독일 국민들은 이에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독일 국민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사립학교 진학을 부추겼고 사설학원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의 본질을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는 한 사교육비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과연 사교육비 지출을 막을만한 마땅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최근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저서 ‘Zero to One’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은 모방하지 않는 기업이고, 이는 곧 독점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경쟁보다는 독점을 해야 한다는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성공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0(無)에서 1(有)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적인 교육풍토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수입 대비 사교육비 지출은 비정상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000명당 8.6명의 출산으로 유사 이래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였다. “형제간에 머리를 비교하면 둘 다 죽이고 개성을 비교하면 둘 다 살린다”는 유태인의 속담은 경쟁지양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어느새 망국병이 되어버린 사교육비 지출을 막고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출산율 증대를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교육 경쟁풍토 추방 범국민 의식운동’을 전개할 적기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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