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무인자동차 시대 ③ 한국은 무풍지대?] 교통경찰 필요없는 시대 온다?
충돌사고의 93%는 인간 실수…무인운전이 훨씬 안전
▲한국 정부는 2020년까지 무인자동차를 비롯, 지능형로봇과 5세대 이동통신, 무인항공기 등 19개 미래 산업에 5조6000억 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수출 1천억 달러 규모의 신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안창현 기자) 전문가들은 무인자동차가 가져올 효과로 크게 인명사고 감소, 에너지 절감, 통근시간의 효과적인 활용, 노약자 및 장애인의 이동성 제고 등을 들고 있다.
첫째로 인명사고와 관련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10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3만 2788명에 달하며, 충돌사고의 93%는 사람의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집계한 바 있다. ‘기계만 못한 사람’이 93%의 충돌사고를 일으키니 기계가 운전을 맡으면, 즉 사람에게서 운전대를 뺏을 수 있다면, 충돌사고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둘째로 무인차는 꽉 막힌 도로에서 멍청히 앞차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는 시간낭비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통신망 같은 시스템을 통해 최적 주행 경로를 컴퓨터가 선택함으로써 절약되는 연료비까지 포함하면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이 절약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셋째로 운전을 할 수 없는 노약자와 장애인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무인차가 대중화되면 운전은 기계가 하는 것이므로, 교통법규 위반자를 잡아내는 교통경찰이 원천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무인차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무인차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동향 보고서는 “무인차의 긍정적 효과가 예상됨에 따라 각국 정부가 차세대 기술로 정책적 지원을 본격화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미시건주립대학교의 ‘엠시티(Mcity)’ 포스터. (사진=미시간주립대학교 홈페이지)
미국에서는 2014년 기준으로 △네바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시간 등 4개 주 정부가 무인자동차의 운행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관련 R&D 활동을 지원 중에 있다. 이중 네바다 주는 이미 2011년 6월 무인자동차의 일반도로 운행 허용 법안을 통과시키며 세계 최초로 무인차를 합법화한 바 있다.
무인자동차 문제는 기술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체계를 비롯해 제도적인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로 해결해야 할 부분을 갖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유럽은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인 비엔나협약을 통해 ‘운전자가 차량을 지속적으로 조종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사항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미국 주정부들의 무인차 운행 허용이 무인차 R&D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구글의 적극적 로비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무인자동차 상용화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치인들이 법적, 제도적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 또한 가능하다.
최근 미시건주립대가 민관협력 연구기관인 이동전환센터(Mobility Transformation Center)의 주도로 무인차 주행시험을 위한 모형 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시건 주는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이곳의 미시건대학 앤아버 캠퍼스 내 약 13만㎡의 부지 안에 무인차 시험을 위한 모형 도시가 건설된다. ‘엠시티(Mcity)’로 불리는 이 도시에는 5차선 도로와 신호등은 물론, 인도와 버스 정류장, 빌딩, 주차장, 건설현장 등 장애물까지 여러 시설들이 실제 도시 모습처럼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미시건대학은 현재 여러 회사가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를 실제 주행환경과 동일한 모형 도시에서 테스트한 후 오는 2021년까지 완전한 무인자동차를 개발해 미시건 주의 실제 거리에서 운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은? 무인차 환경에서도 시대에 뒤처지나
자동차 수출 세계 3위, 생산대수 5위의 자동차 강국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만 하다. 무인자동차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드론(무인항공기)이나 스마트의료 등 ICT 융복합 기술의 새 응용 시장이 부각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법제도 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2013년 서울모터쇼 전시 전경. (사진=서울모터쇼)
이런 기술들은 그 특성상 안전위협, 개인정보나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으며, 기존 산업을 기준으로 한 현행 법제도로는 이런 문제들을 규율하기 어렵다. 산업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의 접점을 찾는 논의가 시급한 것이다.
현행 한국의 법체계에서 무인자동차는 일반도로 주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무인자동차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 미국만의 얘기처럼 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4월 3일부터 12일까지 총 열흘간 열리는 ‘서울모터쇼 2015’는 국내 유일의 국제 모터쇼로 1995년 개최한 이래 올해 10회째를 맞는다. 최근 세계적인 가전전시회와 모터쇼에서는 자동차와 최첨단 IT기술의 융합이 대세로, 자동차회사와 IT기업들이 본격적인 협업을 통해 첨단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모터쇼에서는 이런 세계적인 추세는 거의 전혀 반영되지 못할 듯하다.
서울모터쇼 주최 측은 올해 주제를 ‘기술을 만나다, 예술을 느끼다’로 잡았다. 처음 모터쇼의 주제로 고려했던 ‘자동차와 IT의 융합’이 삼성, LG 등 주요 기업들의 불참에 따라 사실상 힘들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BMW와 함께 스마트워치 ‘기어S’를 이용해 BMW i3의 무인주차 기술을 개발해 올해 ‘CES 2015’에서 첫 선을 보였다. LG 역시 해외 유명자동차 메이커들과의 기술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성과를 내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국내 기업들의 첨단 기술조차 이번 ‘서울모터쇼 2015’에서 국내 관객들은 볼 수 없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기엔 한국의 시장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지만, 세계 IT-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무인자동차 관련 내용이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서울모터쇼에서 ‘남의 얘기’에 머문 것은, 시대에 잘 뒤처진다는 한국의 특징을 한 번 더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