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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국내외 5사 “전기차 뜨면? 우리가 1등”

닛산·르노·BMW 등, 축적된 기술 바탕 한국 장악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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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0-431호 안창현 기자⁄ 2015.05.18 18:05:40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5월 4일 열린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FCEV)인 ix35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만년 2등이 1등을 물리치는 방법은? ‘싸움의 판’을 바꾸면 된다. 예컨대 폴더폰 시장에서 만년 2등 업체는 폴더폰 싸움에 매달려봐야 2등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스마트폰이라는 획기적인 새 시장이 열리면 2등이 단숨에 1등에 오르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에서 우리가 목격한 바다.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 어떨까? 현재 자동차의 대종은 휘발유-디젤 엔진차다. 그러나 세계시장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변화기를 맞아 닛산, 르노, BMW 등 앞선 기업들이 한국 시장판도를 확 바꾸려 덤벼들고 있다.

전기차 누적 판매량 세계 1위 기록을 갖고 있는 르노-닛산은 “향후 3년 안에 한국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겠다”며 벼르는가 하면, 인기 최고의 BMW는 i3를 내세워 약진하는 한편,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수소전지차로 시장방어 전략에 분주하다. 국내외 5개사의 전기차 대결 양상을 점검해봤다.

▲LG전자는 EVS28에서 전기 차량용 배터리 기술을 전시했다. 사진 = 연합뉴스

친환경 전기차를 둘러싸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움직임이 발빠르다. 기업별로 친환경차에 대한 접근법도 각양각생이다.

100% 순수 전기차(EV)를 강조하는 기업도 있고, 수소연료전지차(FCEV)에서 친환경차의 미래를 보는 기업도 있다. 현재 충전 인프라나 배터리 성능을 고려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나 하이브리드(HEV)를 밀기도 한다.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순수 전기차를 미는 기업은 단연 르노-닛산 그룹이다. 단일 모델로는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모델 ‘리프’를 가진 르노-닛산 그룹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르노-닛산 전기차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5월 4일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환경부

르노 아시아태평양 총괄 질 노만 부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술 전환기인 현재는 HEV나 PHEV를 출시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제로 이미션) EV가 미래 솔루션”이라고 주장했다.

노만 부회장은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의 보급 속도가 월등해 전기차를 중심으로 이미 자동차산업이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며 미래를 낙관했다.

5월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에서 르노삼성은 SM3의 전기차 모델인 Z.E.와 함께 1~2인용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의 국내 출시를 예고했다.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에 대한 르노의 공격적인 행보를 짐작케 한다.

▲경기도 킨텍스에서 5월 4일 열린 르노삼성자동차 EVS28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르노삼성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왼쪽)과 르노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질 노만 부회장.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트위지는 르노가 개발한 전기차로, 일반 승용차의 1/3 크기에 불과하다. 덩치를 줄인 덕분에 1회 충전으로 80㎞를 달리며, 기존 전기차에 비해 가격도 싸다. 2012년 출시돼 유럽에서만 1만 5000대 이상 판매된 트위지는 개성 강한 디자인과 다양한 쓰임새로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카쉐어링 용도나 세컨드카로서, 또 배달-물류 등 상업용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그간 교통 관련 법규 때문에 트위지의 국내 도입이 어려웠지만, 최근 정부와 관련법 개정 논의가 진척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유관 부처와 법 개정이 만족스럽게 진행 중이고, 시범운행을 거쳐 하반기에 한국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만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지원책과 제주도의 ‘2030 탄소 제로 섬’ 목표에서 보듯, 한국은 아시아의 대표적 전기차 선도국”이라며 “트위지를 도입해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고, 새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르노삼성이 신모델 출시로 국내 전시차 시장에 불을 지폈다면, 닛산은 리프를 앞세웠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리프를 첫선 보인 한국닛산은 현재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모델로 지난 1997년 첫 출시된 토요타의 ‘프리우스’. 사진 = 한국토요타


▲BMW의 순수 전기차 모델 i3. 사진 = BMW코리아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동반경이 넓지 않아 1회 충전 100㎞면 도내 운행이 충분하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연착륙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한 제주도청이 친환경 전기차에 각종 보조금과 혜택을 준다는 장점도 있다. 제주도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전기차 시장이다. 정부가 700억 원의 지원금을 주며 올해 보급하겠다고 밝힌 3000여 대 전기차 물량 중 절반이 제주에 할당됐기 때문이다.

한국닛산은 현재 다른 지역에서의 리프 출시는 보류 중이다. 본사 차원에서 지역별 충전 인프라를 살펴보고 때가 되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닛산, ‘세계 1위 전기차’ 리프 앞세워 바람몰이
르노삼성 “전세계 전기차 절반은 르노 것”
현대는 수소차, 기아는 전기차로 ‘다모델 전략’

국내 시장의 터줏대감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떠오르는 전기차 시장 선점에 고심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차를 구분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2020년까지 수소차와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 차량 22종으로 구성된 라인업을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물량 작전이 아닐 수 없다.

▲BMW의 월박스 가정용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BMW코리아 측은 한국 실정에 맞춰 손쉬운 유지 및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진 = BMW코리아


▲르노그룹과 르노삼성자동차는 1∼2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를 국내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EVS28에서 기조연설을 한 이기상 현대기아차 전무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효율을 최대, 최적화하고 PHEV, HEV 등의 차량을 내놓는 가운데 친환경차와 관련, 궁극적으로 수소를 이용한 순수 연료전지 차를 개발하는 것이 현대차의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수소연료차에 강조점을 둔 발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이번 EVS28에서 국내 최초로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쏘나타와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선보였다. 쏘나타 PHEV는 올 하반기 시판에 들어간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까지 플러그인을 비롯한 하이브리드는 현대가, 전기차는 기아가 담당했다. 하지만 친환경차가 미래성장 동력 사업의 하나인 만큼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차종을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수소연료차에 중점을 두면서 다양한 라인업을 꾸려 시장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업계에서는 현대의 전기차가 내년 출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기아가 경차 ‘레이 EV’와 소형 SUV형 ‘쏘울 EV’에 이어 세단 전기차를 내놓을 가능성도 이야기되고 있다.

확고한 브랜드를 가진 BMW는 순수 전기차 i3를 출시하면서 충전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에는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BMW는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이마트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한국지엠은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 ‘쉐보레 볼트(Volt)’의 2세대 모델을 내년 국내 출시한다. 사진 = 한국지엠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 중인 기아차 ‘쏘울 EV’. 사진 = 기아자동차

BMW코리아 측은 “작년 3월 포스코 ICT와 함께 전기차 충전 멤버십 서비스를 구축했고, 올해 안에 전국 이마트 60여 지점에 충전기를 설치 완료할 예정이다. BMW코리아, 이마트, 포스코 ICT의 이번 사업은 유례가 없는 최초”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BMW코리아는 전국 88곳에 140여 대의 전용 충전기를 설치했다. BMW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와 이마트, 포스코의 노하우를 모아 프리미엄 전기차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며 “아울렛, 백화점, 호텔, 영화관 등에 충전기 60대를 추가로 설치해 200여 곳의 충전 인프라로 전기차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BMW의 1억 9900만 원짜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i8 모델은 올해 사전계약 물량 190대를 한 달 만에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i8은 BMW 최초의 PHEV형 스포츠카로, 2011년 영화 ‘미션임파서블 4’에서 주인공 탐 크루즈가 타 주목을 받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4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시속 250km의 최고속도를 낸다. 고성능에 1리터당 47.6㎞의 연비, 1km 주행에 이산화탄소 배출 49g에 불과하다. 더 저렴한 BMW i3가 출시 한 달 동안 20여 대 남짓 판매된 실적에 비하면, 3배 가격에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도 없는 i8이 1년 판매량 190대를 완판한 기록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전기차 보급의 부진 요인으로 충전 인프라의 미확보, 짧은 주행거리, 비싼 가격이 꼽히지만, i8의 사례에서 보듯 모델에 따라서는 폭발적 매출 가능성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지엠은 올해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차세대 ‘쉐보레 볼트(Volt)’를 내놓는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볼트에 대해 한국지엠은 “전기차의 단점을 대폭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5월 6일 경기도 킨텍스에서 세계전기자동차협회(WEVA) 주최로 열린 EVS28 개막식에서 ‘전기차 모범도시상(E-Visionary Award)’을 받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제주도

볼트는 순수 전기차와는 운용 방식이 일부 다르다. 하이브리드 차처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모두 탑재돼 있지만 주행은 대부분 전기로 한다. 원칙적으로 PHEV 차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배터리 성능을 높여 평소에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운행한다는 것이 지엠 측의 설명이다.

내장된 가솔린 엔진은 배터리 충전량이 20% 밑으로 떨어지면 사용된다. 한국지엠은 PHEV 형태의 전기차 볼트를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라고 밝히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전기차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전기차로 분류돼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세제혜택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볼트가 내년 한국에 출시되면 한국지엠은 경차 스파크의 전기차 모델인 ‘스파크 EV’와 함께 두 모델로 한국 소비자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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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환경부는 ‘2015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700억 원을 투자해 3090대의 전기차를 보급할 예정이다. 전국 주요 지자체도 전기차 보급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최근 제주도와 부산시는 공모를 통해 당첨자에게 전기차 구입 지원금을 주는 행사를 마쳤다.

이 공모 결과를 보면 앞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지가 일부 보인다. 제주에서는 기아차가, 부산에서는 르노삼성이 먼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제주도 민간 공모 결과, 기아차의 쏘울 EV가 602대로 1위를 차지했다. 르노삼성 SM3 Z.E.는 517대로 2위였다. 반면 부산에서는 르노삼성이 웃었다. 4월 마감된 부산시 공모 접수 345건 중 151건이 르노삼성 SM3 Z.E.를 원해 점유율이 43.7%나 됐다. 2위 쏘울 EV는 91대로 뚝 떨어지는 2등이었다.

한국 최대 시장인 서울에서는 6월 5일까지 전기차 공모 신청을 받는다. 서울시의 보조금은 150만 원으로, 제주의 700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업체의 할인 정책이 중요한 판촉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모 사업에 참여한 기아, 르노삼성, BMW, 한국GM은 차량 가격 할인은 물론 금융 프로그램, 충전 및 렌트카 비용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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