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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제나 할러웨이 수중사진전]“물속 제주해녀 사진 찍어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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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0호 김금영 기자⁄ 2015.07.23 08:45:25

▲제나 할러웨이, ‘돌핀, 더 워터 베이비(Dolphin, The Water Babies)’. 2005~2007. 사진 = 프레인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한국에서 첫 전시를 갖는 수중사진 전문작가 제나 할러웨이는 들뜨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현재 열리는 전시부터 추후 전시 계획, 그리고 사진과 함께한 그녀의 삶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여는 소감은?

“이번이 한국에서의 첫 전시이자 첫 방문이다. 그래서 더 기쁘고 특별하다. 일단 전시회가 잘 구성돼 기쁘다. 아시아에서 첫 전시이기도 한데 내가 한국을 선택한 게 아니라 한국이 나를 골랐다. 전시 담당 큐레이터에게 1년 전 전시 제의를 받았고,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승낙했다. 좋은 전시 공간이 주어진다면 난 어디서든 전시를 열 것이다.”

- 한국 전시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구성했는가?

“담당 큐레이터와 함께 사진을 골랐다. 시각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을 고르려 노력했고, 광고 이미지 등 상업적으로 쓰인 사진은 되도록 지양하려 했다. 한 시리즈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초창기부터 최근작까지 두루 나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나체인 여성을 담은 작품도 있어 노골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남자 포토그래퍼와 다르게 여자 포토그래퍼가 여자를 찍을 땐 관능적인 느낌보다 좀 더 로맨틱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기에 보여주고 싶었다.”

▲제나 할러웨이, ‘엘르, 엘르 매거진 포 스타일 어워즈(Elle, Elle Magazine for Style awards)’. 2011. 사진 = 프레인

- 수중 사진촬영이 흔하지 않던 시대에 수중 사진작가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고생길이 훤하게 열렸다는데….

“육지에서 사진을 찍는 작가는 많았지만,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물속에서 사진을 찍는 작가가 있긴 했지만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도 없었고, 관련 장비들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독학했다.

부모님에게 살면서 큰 충격 3가지를 드렸는데, 첫 번째는 이집트에 2주 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갔다가, 대학에 안 가고 이집트에 남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나이 많은 남자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수중 사진작가의 길이었는데 그때쯤엔 부모님도 마음을 많이 놓은 상태였다(웃음).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긴 했다. 특히 처음엔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점점 해가면서 더 익숙해졌고,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고 나서는 수중 촬영을 즐겼다.”

- 그런 역경에도 수중 사진작가의 길을 고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7~8살 때는 공예사가 꿈이었다. 그러다 조금 더 나이가 들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우연한 계기로 스쿠버 다이버를 경험하게 됐는데 물속 고요한 세계에서 마법 같은 일을 경험했다. 육지와 빛도 다르게 작용하고, 무중력 상태라서 지상과는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물 밑의 놀라운 세상에서 느낀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제나 할러웨이, ‘퓨리티 - 센스 오브 원더(Purity - Sense of Wonder)’. 사진 = 프레인

- 물속에서의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모델들은 촬영 내내 계속 숨을 참고 있는 건가?

“세트에서 촬영할 때가 있고, 직접 바다라던가 자연에 나가서 찍을 때도 있는데, 요새는 세트에서 촬영을 많이 한다. 물이 담긴 큰 수조에 수중 사진 촬영용 장비를 갖고 들어간다. 모델 중 90% 정도는 숨을 참고 촬영한다. 10%는 정말 깊은 곳에서 촬영하거나 의상이 무거워서 숨쉬기 힘든 경우인데, 숨을 쉴 수 있는 장비를 같이 갖고 들어간다. 촬영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7~8시간 작업이 진행되고, 800~900장을 찍는다. 그런데 그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면 5~6장 정도 남는다. 그 사진에 필요할 경우 보정 작업을 한다. 특히 패션 화보의 경우 피부, 옷, 머리 등 모든 게 완벽하게 나와야 해 보정 작업이 들어간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가 더 중요한 사진은 사진 자체 그대로 둔다.”

- 모델은 어떻게 선택하는가?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평범한 사람을 찍기도 하지만 최근엔 전문 모델을 많이 촬영한다. 런던의 모델 에이전시에 직접 가서 2명 정도 뽑아서 촬영한다. 물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포즈를 잘 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속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 소리를 듣지 못하고 눈을 떠도 잘 보이지 않아 자신의 행동을 잘 인식할 수 없다. 그 조건들을 잘 소화하는 모델을 원한다. 아기들을 찍기도 하는데, 아기들은 의외로 촬영이 쉽다.”

- 까다로웠던 모델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촬영은?

“까다로웠던 모델은 수달이다. 너무 빨라서 카메라에 잡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계속 수달이 육지로 올라오려 해서 머리가 수면 위에 섬처럼 올라온 사진이 많았다. 또 기억에 남는 건 작업 초창기 때 찍었던 사진이다. 우연히 말이 바다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발견해 찍은 적이 있다. 경마용 말이었는데, 당시 주인이 말을 훈련시키기 위해 함께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 역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라 사진을 찍었는데 물속에서 말의 발에 맞을까봐 조마조마했다.”

▲제나 할러웨이,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2014. 사진 = 프레인

- 새롭게 찍어보고 싶은 대상이 있는가?

“한국에 방문해서 제주 해녀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다. 물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날씬하고 예쁜 모델이 아니더라도 해녀의 삶에 녹아들어간 정직함과 매력이 있기에 그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인 일일 것 같다. 만약 다음에 또 한국에서 전시를 열 기회가 있다면 그땐 해녀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싶다. 꼭 그럴 수 있기를 고대한다.”

- 전시 관람 포인트를 알려 달라.

“사진 속 들어있는 감정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의 영혼을 만드는 듯한 감정이 있는데 그 감정에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했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한국으로 초대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물속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한껏 느낀 감동을 함께 느끼고, 즐기고 싶다.”


물속의 감동을 고스란히 땅위로
국내 첫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현장

깊은 물속에 잠긴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물속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하다. 화려한 옷을 걸치거나 또는 나체인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마치 눈이 마주친 기분이다.

온종일 소음으로 가득한 육지에서 바쁘게 생활하다 마주한 작품의 물속 세계, 그 곳 평화로운 여인의 모습은 고요한 감동을 전해줬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전 ‘더 판타지(The Fantasy)’전 현장이다. 전시 제목과도 같이 아름답고 몽환적인 사진들을 중심으로 제나의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제나는 물속에서 사진을 찍는 이른바 ‘수중 사진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제나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엔젤스(Angels)’는 춤추듯 서서히 회전하는 한 여성의 이미지가 구름, 하얀 꽃잎, 그리고 깊은 바다에 떨어져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의 작품을 대중에게 널리 알려준 사진이다. 이 작품은 이미 영국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개된 바 있다. 2014년에는 찰스 사치 갤러리에 전시됐으며, 영국의 젊은 예술그룹 YBA를 발굴한 갤러리스트 찰스 사치의 컬렉션에 선정됐다. 이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여성 수중 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 사진 = 프레인

‘엔젤스’와 함께 ‘더 워터 베이비(The Water Baby) - 육지 어린이를 위한 옛날이야기’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이 시리즈는 제나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작품으로도 알려졌다. 여기엔 성숙한 성인 여자가 아닌, 천진난만한 표정의 어린 아이들이 등장한다. 영국 소설가 찰스 킹슬리가 1863년 집필한 ‘물의 아이들’ 동화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동화가 가난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미성년자들의 애환을 고발했다면, 제나는 환한 미소를 지닌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 어두움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은 아이들을 부각시켰다.

이밖에 제나의 주요 작품 시리즈 약 200여 점이 전시된다. 수중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90년대 초창기 작업부터, 수중 사진 장르의 자리를 굳힌 2000년대 초반, 그리고 ‘비인스파이어드’ 패션지에 실은 최근까지의 작업이 모두 모였다. 사진 작업과 더불어 촬영 과정을 담은 영상도 함께 전시된다. 영상 속에서 고가의 명품 브랜드 옷을 입은 모델들이 6m 대형 수조에 풍덩 뛰어들어 포즈를 취하는 걸 볼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9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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