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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통신3사, 사옥 디자인에서도 진검승부

잇달아 새 사옥 오픈…개방·소통 최고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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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3호 이진우 기자⁄ 2015.08.13 09:08:46

▲LG유플러스 용산 신사옥 옥상 정원. 사진 = LG유플러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사옥은 그 기업의 철학과 조직 문화를 담아낸다. 외관에서는 물론 복지시설과 테마공간까지 각 사옥마다 특징이 있다. 업종에 따라 사옥의 특징도 다양하지만 오늘날 정보기술(IT) 기업의 사옥은 소통과 연결을 강조하며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환경으로 진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IT 기업의 사옥 역시 세계적 트렌드에 따라 독특한 외관을 비롯해 인텔리전트 빌딩으로서 창의-개방의 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 통신 3사가 수천억 원을 들여 경쟁적으로 새 구조의 사옥을 문열어 주목을 받고 있다.

10년 전 을지로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폴더형 이동전화 모양의 신사옥으로 이전한 SK텔레콤에 이어, 올해는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광화문과 용산에서 신사옥 시대를 개막했다. 치열한 통신시장 환경만큼이나 이들 통신 3사의 최첨단 사옥 경쟁도 뜨겁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29일 구본무 회장 등 그룹 최고 경영진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용산 신사옥에서 입주식을 가졌다. 용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신사옥은 용산역이 인접해 있으며, 올림픽대로 및 강변북로와 연결되는 등 교통의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다.

또 용산 신사옥은 2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더블덱 엘리베이터, 출입구에서 신분증을 태그하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엘리베이터가 자신의 사무실 층에 알아서 정지하는 지능형 ‘스피드 게이트’, 벽면과 창호가 톱니바퀴처럼 굴곡진 건물 외관을 통해 계절에 맞게 태양광을 흡수 또는 차단하는 친환경 에너지절약 시스템 등을 갖췄다.

KT도 지난 1월 26일 ‘KT광화문빌딩East’로 명명된 신사옥에 입주했다. 신사옥 맞은 편 구 광화문 사옥과 더불어 KT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130년 전 한성전보총국이 개국하면서 대한민국의 통신 역사가 시작된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해 화제를 모은 KT광화문빌딩East는 여백의 미를 살린 1층에 산책로와 구릉을 조화시켰다. 개방성이 강조된 도심 속 녹색공간이다. 또한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건물은 사무실 내부를 보여주며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을지로에 자리 잡은 SK텔레콤 본사 사옥은 지은 지 10년이 지났어도 국내 ICT 산업을 대표하는 사옥으로서 여전히 유명한 건물이다. 당시 휴대폰 업계를 주름잡던 폴더폰 형태의 디자인을 차용한 건물 외관 뿐 아니라, 내부의 ICT 박물관 ‘티움’은 외국 귀빈들의 단골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 용산 신사옥
용산 시대 열며 “제2의 도약”

“용산 신사옥으로 이전하고 직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한편, 홈IoT(사물인터넷)와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객에게 새로운 생활 방식을 만들어주는 ‘뉴라이프 크리에이터’로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LG유플러스는 올해 4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32부지에 연면적 5만 5000여㎡, 지하 7층, 지상 21층 규모로 신사옥을 건축하고 현재 20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LTE기반 최첨단 IT솔루션 체험 가능한 초대형 모델하우스

용산 신사옥 내부 곳곳에는 최첨단 IT 솔루션이 접목돼 있다. 이에 따라 기업 고객들은 언제든지 방문해 IT 솔루션 환경을 체험해볼 수 있다.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첨단 IT 솔루션을 보고 만질 수 있는 모델 공간이 구현된 것이다.

▲LG유플러스 용산 신사옥 전경. 사진 = LG유플러스

신사옥에는 사무실 층을 알아서 찾아주는 지능형 엘리베이터 안내시스템 ‘스피드 게이트’가 구현돼 있다. 출입구에서 사원증을 태그하면 굳이 층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엘리베이터가 최단 시간 안에 자신의 사무실 층에 알아서 내려주는 방식이다.

아울러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ILS(Intelligent Lighting Solution) 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lLS는 각 전등 전압을 미세 조정해 디밍(dimming; 백라이트의 광원으로 사용되는 LED를 동시에 동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영상 특성에 따라 점멸시키는 방식)함으로써 에너지를 절감하고 사용자에게 최적 밝기를 보장한다. 환경에 따라 그룹 또는 개별 조명을 자동 조절해 연간 조명 에너지의 50%~80%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층별 분전반에 조명 전력 제어기를 설치하고 기존의 전력선을 활용해 개별 LED 조명을 제어할 수 있다. 별도의 통신선이나 통신모듈, 스위치 배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경제적인 것이 특징이다.

또 신사옥 3층에 위치한 어린이집에는 ‘U+Biz CCTV’가 설치돼 자녀를 맡긴 임직원들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맘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녀들의 활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신사옥 내부 및 외부에는 LTE 내장형 지능형 CCTV가 구축돼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움직임이 기록된 영상만 선별적으로 전송하는 지능형 CCTV의 HD급 고화질 영상은 LTE 네트워크를 통해 관제실 PC와 고객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또한 주차 공간에는 자동 번호인식 주차 관제 설비를 구현했다. 통신 단말기와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RFID 등 차량에 탑재된 기기들이 차량 관리의 효율과 안전성을 높인다. 차량 관제 솔루션(FMS)과 차량 설치 통신모뎀은 위치관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탄소 친환경 녹색 건물…에너지 효율 최소화

LG유플러스 백용대 홍보팀장은 “전에는 창가를 등지고 일을 했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업무를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항상 창가에는 블라인드를 펴 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용산 신사옥에서는 이러한 눈부심을 겪을 필요가 없어졌다. 건물 외곽을 톱니바퀴 형태로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톱니바퀴 디자인은 직사광선을 받지 않도록 일사각을 감안해 간접 광선으로 실내를 밝게 한다. 블라인드가 없어도 눈부심이 발생하지 않는다. 흔치 않은 건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절감과 자연친화적으로 디자인된 성과다.

▲LG유플러스 용산 신사옥에서 건강 계단이 직원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 LG유플러스

또 용산 신사옥은 자연 에너지인 태양광과 지열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절감하는 첨단 기술을 갖췄다.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광 시스템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지열 히트 펌프 시스템은 탄소 배출량을 줄여준다. 18~20℃의 지열을 냉난방에 활용해 1만 1000kWh의 전력을 절감하고,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연간 7만 6000kWh의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동·서 방향 일사량의 유입을 방지하는 외피와, 실내로 들어오는 일사량에 따라 자동제어되는 블라인드는 에너지성능지표(EPI) 90점 이상을 취득했다. 건물 외부에는 이중과 삼중으로 된 로이유리 및 테라코타 외장재가 적용돼 단열성이 높다.

또 변풍량 제어 기술을 활용해 디퓨저(diffuser)마다 부착된 온도 센서로 건물 내 부하 변동에 정확히 대응하고, 건물 안의 냉·난방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공실제어 시스템으로 에너지 소비를 낮춘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에 얼음을 얼려 낮 시간에 냉방을 하는 빙축열 시스템과, 동절기 프리쿨링 냉방 역시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한다.

건강 계단 오르며 점층적 힐링 효과

용산 사옥 21층 모든 구간에는 건강 계단이 있다. 계단의 시작과 끝 지점에 대형 비주얼이 연출돼 새 공간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입출(入出) 느낌과 함께 구간별 스토리가 펼쳐진다. 소모 칼로리를 알려주는 칼로리 정보가 실크 프린팅으로 부착돼 있기도 하다.

건강 계단은 층별로 다른 내용을 보여준다. 저층의 건강 계단은 음식 습관, 중층은 운동 습관, 고층은 마음 습관 등 3가지 주제를 택해, 계단을 오를수록 점점 더 힐링의 상승효과를 얻도록 했다.

‘음식 습관’의 저층(~5층)은 제철 음식과 건강하게 먹는 법, 함유 성분 안내, 음식물에 대한 효과와 효능 정보, 그리고 음식별 식사법 등을 소개한다.

‘운동 습관’으로 구성된 중층(6~13층)은 계단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계단을 활용한 근력, 마무리 운동 방법 등 다양한 운동법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고층의 ‘마음 습관’(14층~)은 호흡법, 스트레스 비우기와 감성 채우기 등 마음의 평안을 주는 명상의 장소다. 복식, 뇌, 스마일 호흡 등 다양한 호흡법과 스트레스 해소 7가지 방법, 그리고 힐링이 되는 명언과 격언들을 볼 수 있다.

건강 계단을 기획한 황영태 총무팀 과장은 “건강 계단은 계단별 테마 구성을 통해 아름다운 디자인과 스토리가 있는 걷고 싶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에서 시작했다”며 “바쁘다는 이유로 계단 이용을 멀리하는 임직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신사옥 옥상은 직원들이 업무 중에 과열된 정신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자연과 닮은’ 정원으로 꾸며졌다. 앞으로는 한강, 뒤로는 남산의 경치가 펼쳐지는 전망이 돋보인다. 특히 오는 10월 서울의 대축제인 여의도 불꽃놀이를 관람할 최적의 장소로 자사 사옥이 임직원들에게 꼽히는 이유다.

KT 광화문 신사옥
시민과 문화 나누고 세종로 역사 보전

KT 황창규 회장은 지난 1월 26일 아침 8시 KT광화문빌딩East(이하 신사옥) 1층에서 주요 임원들과 함께 새로운 사옥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화분을 나눠주며 새 광화문 시대가 열린 것을 축하했다. 국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 줄 것 역시 당부했다. 신사옥 입주와 함께 취임 1주년을 맞은 황 회장은 “지난해 KT는 기가아일랜드, 기가스쿨 등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 기술이 어떻게 기가토피아로 실현되는지 제시했다”면서 “올해는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통신 시장 환경 구축에 앞장서는 한편, 국가 경제와 국민의 이익에 기여하는 혁신적 국민 기업으로서 더욱 다양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사옥은 대한민국 중심인 세종로에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과거 문화 공간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청진동에 새로운 미래가치를 부여한다는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을 넘어 새로운 공간 가치를 창출

신사옥으로 기존의 서초 올레캠퍼스에 위치했던 마케팅 부문 등 대다수의 사업부서가 이전해 왔다. 지난 1999년 분당으로 본사를 옮기기 이전까지는 신사옥 맞은 편 광화문 사옥이 오랜 기간 KT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2010년에 서초에 위치한 올레캠퍼스로 마케팅 등 사업 부서들이 이전했다. 이후 서초 올레캠퍼스가 본사인 분당, 연구소가 위치한 우면사옥, 일부 본사 기능을 담당하는 광화문 사옥과 함께 KT의 4대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서초 올레캠퍼스에 위치했던 사업 부서들이 올해 초 신사옥으로 대거 이전해 오면서, 16년 만에 광화문이 다시 KT의 핵심 터전으로 자리잡는 결과가 됐다.

▲KT 광화문 신사옥 전경. 사진 = KT

신사옥은 태양광 시스템 도입 및 루프가든·어반가든 설치 등 친환경을 추구한다. 오피스 빌딩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역사와 함께 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창의적 디자인을 채용해 무형의 가치를 높였다.

25층 옥상 테라스에 태양광 발전 모듈을 설치했다. 낮 시간 동안 모듈로 태양광을 축적해 전력을 자가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또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대에 전기로 얼음을 얼려 낮 시간에 냉방을 한다.

또한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화 공간 나눔을 실현하는 등 새로운 공간 가치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사옥을 건립하면서 세종로가 상징하는 전통 문화와 역사성의 보전을 위해 발굴된 문화재를 전시하고, 전통 요소를 반영한 역사성 있는 가로망을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중학천과 연계해 친수 공간과 문화 휴식 공간을 조성하며, 기존 광화문 사옥의 올레스퀘어와 연계되는 IT 문화 체험 공간도 갖출 계획이다.

한편, 신사옥은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를 건축한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한국 내 첫 작품이다. 그가 설계한 여러 건축이 세계적 명소가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새 사옥이 앞으로 세종로의 랜드마크가 됨은 물론, 국제적인 명소가 될 것으로 KT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하 1층에 역사관…광화문 잇는 도심공원

신사옥 1층과 지하 1층 바닥에는 투명한 유리가 깔려 있다. 유리 아래로 모래와 흙 속에 돌들이 반쯤 묻혀 있다. 조선시대 집터를 보여주는 유구(遺構)다. 유구는 옛날 토목 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려주는 자취다. 신사옥을 짓기 위해 땅을 파다 발견한 유구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지하 1층엔 아예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했다.

또한 신사옥 터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조선시대 고위 관료 또는 부유한 상인 계층이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 대거 나왔다. 기와 113점, 자기 820점, 도기 26점 등 총 1089점의 유물이 출토된 것.

유물 발굴 작업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유구와 유물이 나온 뒤부터 삽이 아닌 붓으로 땅을 팠다”며 웃었다.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과 전시관 설치 비용을 모두 부담했음은 물론이다.

지하 1층 전시관은 유구와 유물의 발굴 과정과 서울 도심의 역사 등 정보를 제공한다. 터치 스크린으로 관람객은 정보를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지하 보행로를 만들어 이 전시관을 세종 이야기, 충무공 이야기 등 세종로의 기존 주요 문화시설, 그리고 광화문역과 연결시킬 계획이다.

신사옥 디자인의 특징은 개방성과 투명성이다. 지상 1층을 필로티 구조(벽면 없이 기둥으로 지탱하는 공간)로 설계하고 조경에 심혈을 기울였다. 산책로와 구릉 등 개방 녹지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건물 외관은 마치 장난감 큐빅 퍼즐을 닮았다. 대형 건물의 육중함에서 벗어나고 가벼움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전면엔 전체 유리를 써 투명성을 살렸는데 모두 광화문 광장과의 연결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KT 관계자는 “가벼운 큐빅 구조와 투명한 유리로 시각적으로 편안하게 투과되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며 “미국 대사관 이전 시 신사옥이 광화문 광장과 바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광장 확장이란 콘셉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사옥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건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근처에는 여러 고층빌딩들이 밀집돼 있다. 그 중에서도 독특한 외관으로 ‘건물이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SK T-Tower’로 명명된 SK텔레콤의 본사 사옥이다. 건축된 지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울 도심부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SK T-Tower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 외관의 독특한 디자인이다. 건물의 27층을 기점으로 정면으로 기울어진 형태는 ‘폴더형 이동전화’의 외형을 차용했다. 이는 통신 서비스 회사로서 고객에 대한 SK의 자세를 표현하는 것이다. 건물을 바라보는 각도와 빛의 반사각에 의해 여러 가지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파란빛의 건물 외부 유리 패널은 역동적이고 변화가 많은 IT산업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사옥은 지상 33층(지하6층), 높이 148m, 연면적 2만 7000여 평 규모로, 2500여 명의 SK텔레콤 본사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과거 SK네트웍스 본사(舊 ㈜선경)가 위치했던 서울시 중구 을지로 2가에 소재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파격 빌딩

홍콩 건축가 아론 탄이 설계한 본사 사옥은 도로의 사선제한, 건물의 최고 높이, 건폐율 등의 법적인 제한을 건물 외관의 중요한 부분으로 활용했다. 대각선을 역동적인 모퉁이로 변화시켜 남측의 사선제한 각도를 역으로 이용해 약한 형태를 강한 외관으로 바꿔 놓았다.

외벽 창호 각각의 유닛은 매 층마다 경사가 상하부로 기울어져 있어 입체적으로 물결치는 듯한 효과를 준다. 또 외부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각도와 태양광선의 밝기에 따라 다양한 질감을 제공하는 생동감 있는 외부 형태를 만들어냈다.

▲SK텔레콤 을지로 본사 사옥 전경. 사진 = SK텔레콤

본사 사옥은 외벽면의 요철이 많기 때문에 조명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특히 외부 조명 계획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남측 면은 컬러 투광등으로 조명하고, 다양한 컬러로 통해 건물 외벽의 색을 연출한다. 또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더욱 화려한 색채로 건물을 장식한다.

건축 초기엔 공사와 계획 설계를 병행해 어려움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오피스 빌딩의 기본 구성인 코어와 스팬, 외부의 기본 매스가 결정되고 구조 도면이 완성된 후에야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홍콩과 서울을 빈번히 오가며 홍콩 설계팀과 많은 협의를 했고, 그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는 하나의 건축으로 완성돼 갔다.

특이한 구조 때문에 공사 중에 “건물이 넘어질 것 같다”는 민원을 받기도 했고, 심의 때는 잘 다듬어진 입면을 왜 굴곡지게 변경하느냐는 질타를 받는 등 우여곡절도 많은 건물이었다. 그런만큼 SK T-Tower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심 속의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다.

티움: SK텔레콤의 체험형 ICT 전시관

본사 사옥 2층에 자리한 티움은 ‘새로운 것을 싹 틔운다’는 의미를 지닌 SK텔레콤의 체험형 정보통신기술(ICT) 전시관이다. 티움은 현재관과 미래관으로 나뉘며, 미래관에는 ▲U.home(스마트홈) ▲U.Driving(스마트카) 등 미래기술이, 현재관에는 ▲LTE 기술 ▲스마트 헬스 ▲스마트 러닝 등 SK텔레콤의 현행 서비스가 구현돼 있다.

2008년 개관한 이래 티움은 우리나라 첨단 ICT 현황을 한 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는 홍보관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 정상을 비롯해 177개국 6만 5000여 명이 티움을 찾았다(2015년 4월 현재). CNN, Channel5 등 세계 각국의 방송들이 티움을 ICT 기술의 명소로 소개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나은 10가지’ 중 티움이 첫 번째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방송은 한국의 높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을 언급하며, “미래의 생활상을 미리 보고 싶다면 SK텔레콤의 티움을 방문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2012년 12월 CNN은 ‘서울에서 꼭 해야 할 13가지’에 광화문, 인사동 방문과 함께 티움을 선정했다. 티움이 무인자동차, 아바타 쇼핑 등 10년 후 미래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예약 방법과 방문 가능 시간을 자세히 소개한 것.

SK텔레콤은 향후에도 티움을 통해 ICT 기술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첨단 기술의 생활화를 앞당기려는 노력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BEMS: 건물 내 에너지 사용 최적화 시스템

Cloud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는 건물에 분산돼 있는 조명, 냉·난방기, 공조기 등을 센서 및 네트워크 기반으로 중앙관리센터에 연결한다. 빌딩의 전력·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사무실의 근무 인원과 쾌적도 등에 따라 에너지 사용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사원증을 찍고 출근한 직원이 자리에 앉으면 해당 직원 위의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는 방식이다.

또한 Cloud BEMS는 조명·공조기·냉난방기 등의 설비 이상 시 에너지 낭비 원인을 즉각 중앙관리센터에 보고해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빌딩에 설치된 설비의 효율을 비교 분석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우선 가동시킨다. 빌딩 관리자가 수동으로 설비를 조정하는 방식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에너지 관리를 가능케 하는 이유다.

전력이나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할 때도 Cloud BEMS는 유용하다. 이 시스템은 비상 시 중앙관리센터에서 빌딩 전체의 전력 및 에너지 사용 정도를 일시적으로 최소 운영체계로 바꿔 전력이 끊기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더 빠르게 복구할 수 있게 한다.

SK 사옥은 Cloud BEMS를 통한 체계적인 에너지 관리를 통해 평균 5~15% 수준의 에너지를 절감한다. 이 시스템 적용 전과 비교하면 연간 7.2%의 전력 소비를 줄여 1억 1600만 원의 절감 효과를 거뒀다.

사옥 디자인 변천사
공간이 즐거워야 성과 좋아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사옥은? 기업의 철학, 조직 문화, 아이덴티티 등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우리나라는 직원과 공간을 엄격하게 감시하는 데 급급해 사옥의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

세계적인 IT 기업인 구글은 독특한 사옥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또 직원들은 회사를 ‘캠퍼스’라 부른다. 마치 놀이터에 온 듯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구글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가 즐겁지 않다면, 그곳은 끔찍한 감옥 같은 공간이 된다. 잘 지은 사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창의적이며 업무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올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1950년대까지 사옥 디자인은 고전적인 건축 양식을 활용해 그저 높게 짓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때 뉴욕의 명물이었던 크라이슬러(Chrysler) 빌딩이 대표적이다. 대개의 건축물이 그렇지만 사옥에서 건축주의 욕망이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당시 크라이슬러의 오너 월터 크라이슬러(Walter Chrysler)는 건축가 윌리엄 밴 앨런(William Van Alen)에게 “에펠탑보다 더 높은 건축물을 지어달라”고 주문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을 신축했다.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려고 건물 외벽에 녹슬지 않는 강철을 입혔다.

▲건설 중인 애플 신사옥 캠퍼스2 조감도. 사진 = 포브스

이 같은 고전 건축의 전통은 1950년대 말까지 계속됐다. 그러다가 1958년 위스키 업체 시그램(Seagram)이 창사 100주년을 맞아 뉴욕에 선보인 시그램 빌딩은 흐름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와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이 설계한 이 빌딩은 최초로 외벽 전체를 유리로 덮는 ‘커튼 월’을 구현했다. 로에는 “적을수록 아름답다(Less is more)”는 말로 유명한데, 시그램 빌딩이 그의 이런 철학을 대표하는 건물이었다.

로에는 건물 표면에 세로줄 금속 띠가 튀어나오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건물 전체를 날렵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대형 건물을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경쾌하게 보이게 하는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 청계천 삼일빌딩이 그 중 하나다. 서초동 삼성 사옥도 본질적으론 이러한 시그램 빌딩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의 이미지와 문화를 드러내는 사옥

이어 사옥은 기업의 제품이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거나 아예 새로운 장식으로 존재감을 강화하는 형태가 된다. 필립 존슨은 뉴욕 AT&T 빌딩을 통해 건물 꼭대기를 고전 가구 형태로 형상화해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바람을 일으켰다. 자동차 실린더 형태로 표현한 BMW 사옥이 있으며, 최근 사옥의 고정관념을 깨고 저층형이 완전한 원 형태로 건축되고 있는 애플의 신사옥이 이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특별한 형태의 사옥을 짓는 것이 기업 철학을 표현하거나 브랜딩 효과를 내는 방법이기 때문에 사옥 건축의 개성화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사옥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건물 내부를 주목한다. 즉 유행을 따르는 건물 껍데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하는 내부를 훨씬 더 중요시하는 인식이다. 오늘날 기업 문화와 창의성 제고가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재미있고 즐거워하는 사무실을 만들어 작업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주로 IT 업종처럼 인재가 기업 경영의 핵심인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사무실 분위기와 사옥 디자인이 단순한 환경 미화가 아니라,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마케팅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사무실 안에 미끄럼틀과 디제이 박스 등을 설치한 페이스북 사옥, 직원들 스스로 공간 디자인에 참여해 다양한 틈새 공간을 내부에 집어넣은 네이버의 분당 사옥 ‘그린팩토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사옥 실내 디자인이 직원을 배려하면 분명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지만, 인테리어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래서 좀 더 본질적인 공간 내부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옥 디자인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공간 전체를 구현하는 것으로, 디자인과 경영을 좀 더 본질적으로 접목하려는 시도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기업과 제품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선전하며 이제 세계적인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사옥 디자인은 아쉽게도 이런 성장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벌 사옥일수록 대체로 귄위적이고 과시적이며 기업의 브랜드 철학이나 디자인 콘셉트 없이 그저 건축주 개인의 취향과 욕망이 비문화적으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사옥 바라보는 시각 달라진 국내 기업들

또 이름만 보고 외국계 거대 건축 설계 사무소나 스타 건축가에 의존해 설계를 맡겨 참신한 시도보다 진부한 디자인을 선택해 오히려 차별화에 실패하는 사옥을 양산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사옥 디자인은 차별화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최근 용산에 신사옥을 짓기로 확정한 아모레퍼시픽은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건축주가 새 사옥에 대한 콘셉트를 명확히 정하고, 건축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먼저 기업의 철학을 구현할 최적의 건축가를 복수 후보로 선정했다. 이후 직접 후보 대상의 작품과 성향을 현지 답사 등을 통해 파악한 뒤, 지명 현상 공모를 실시하고 새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세계적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선택됐다. 막대한 돈을 들이는 사옥은 최소 100년 이상은 기업의 얼굴이자 심장으로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이처럼 사전 설계와 디자인 과정에 아낌없이 투자해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최고의 결과를 뽑아낼 줄 아는 문화 경영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기업의 특성을 분석해서 이를 내부 공간 디자인으로 구현하려는 사옥 디자인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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