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픈된 소스를 토대로 한 ‘공정한 두뇌 게임’에 익숙했던 당시 대중독자들에게는 독자의 선입견을 활용해 범인 추측을 헷갈리게 하는 ‘트릭소설’이 일종의 기만이자 미완성 작품이라는 평가가 더 일반적이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것일까. 지난 30여 년간 이 작품은 몇몇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찬사를 얻었고, 이는 자연스레 복간 요청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2012년 겨울, 일본의 대형서점 분쿄도에서 ‘모방살의’가 ‘다시 만나고 싶은 복간 희망도서’로 꼽히고, 실제 출간으로 이어진 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천계살의’를 비롯한 ‘살의 시리즈’ 전체가 베스트셀러 차트를 점령했다.
작가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2009년 이후 3년 만의 일이었다. 나카마치 신의 데뷔작 ‘모방살의’가 본격 추리의 원칙에 충실하게 쓰인 작품이라면, 그보다 10년 후에 집필된 ‘천계살의’는 20년차 베테랑 추리작가의 노련미가 빛나는 작품이다.
△지은이 나카마치 신 △옮긴이 현정수 △펴낸곳 비채 △328쪽 △정가 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