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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공연문화 넘보는 힙합] PART 3. “한국식 락킹 댄스에 세계 들썩”

힙합 올림픽 우승한 댄스 크루 ‘락앤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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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4호 김금영 기자⁄ 2015.10.29 08:47:41

▲올 8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힙합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락앤롤 크루. 총 24명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락앤롤 멤버인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지혜, 송유리, 최정은, 김승현, 홍옥현, 정상현.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인터뷰를 위해 서울 합정동 레벨식스 스트리트 댄스 학원을 찾았을 때 스낵뱁을 쓰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성별도 연령도 다양한 그들은 몸의 움직임 자체에 리듬감이 배어 있었다. 발산하는 에너지가 자유롭고 밝아 절로 눈길이 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들은 락앤롤(Lock’n’lol) 크루다.

락앤롤은 힙합 댄스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힙합 인터내셔널’ 메가 크루(mega crew) 부문에서 우승했다. ‘힙합 인터내셔널’은 2002년 12개국이 참가해 처음 열린 뒤 매해 열려왔다. 빅뱅과 투애니원의 안무를 맡은 뉴질랜드 출신 안무가 패리스 고블이 속한 댄스팀 로열패밀리도 이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올 8월 미국 샌디에이고 대회엔 50개국 3000명이 참가하며 역대 최고 참가율을 보였다. 가봉, 파나마, 한국 등이 새로 참여했다. 락앤롤은 한국 팀으로서 첫 출전이었지만 우승 후보로 꼽혔던 뉴질랜드 로열패밀리와 필리핀 A-팀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며 세계 힙합 신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얼떨떨했던 모양. 락앤롤의 중심을 이루는 김승현, 송유리, 정상현, 최정은, 한지혜, 홍옥현 씨를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업 댄서, 안무가이자 국민대 콘서바토리 주임교수, 락앤롤의 리더까지 맡고 있는 최정은 교수가 락앤롤을 모은 장본인이다. 본래 불문학을 전공한 최 교수는 남자 친구에게 ‘락킹(locking)’이라는 힙합 댄스를 배웠다. 근육을 수축하듯 멈췄다가 리듬을 타는 락킹은 “내가 원래는 몸치”라고 고백하는 최 교수에게 춤에 대한 열정의 불을 당겼다. 락킹을 가르쳐주며 새 인생을 열어준 남자친구 엄성웅(로킹 댄스 그룹 오리지날리티 소속) 씨와 현재 결혼에 골인한 상태. 낮엔 일하고 밤에 춤을 배우러 다니는 생활을 병행하면서 2006년 영국에서 열린 힙합 댄스 대회에 출전해 1위를 했다. 그 과정에서 송유리, 한지혜 씨와 미녀 삼총사 크루, 일명 락앤롤을 구성했다.

“뭔가 계획적으로 조직했다기보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 스트리트 댄스(street dance: 대중문화 기반의 춤으로, 비보잉, 팝핀, 락킹, 프리스타일 힙합,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를 즐겁게 추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든 크루였어요. 이름 자체도 그랬어요. 락킹(locking)의 어두인 락(lock)과 마치 두 손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듯한 모양의 lol(롤)을 합친 이름이에요. 춤을 진심으로 즐기는 크루죠. 힙합 인터내셔널 대회도 애초에 알고 출전을 준비했던 게 아니라 2014년 미국 LA의 댄스 쇼를 보러 가는 일정을 짜다가 우연히 소식을 접했어요.”

2014년 대회 소식을 알았던 당시엔 멤버 숫자도, 시기도 맞지 않아 2015년 대회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 멤버들이 모집됐다. 또 다른 크루 ‘락키 스테이션(Locky Station)’, ‘립스티컬 펑크(Lipstickal Funk)’, ‘킥키 밤즈(Kicky Bombs)’, ‘롤스키즈(Lolskiz)’가 모여 총 24명 멤버가 구성됐다.

첫 출전 힙합 올림픽서 장난감 큐브 모티브로 우승

의상이나 현장 숙박비용 및 준비에 드는 모든 비용을 사비로 마련했다. 1년 여 준비 과정을 거쳐 출전했다. 락킹 한 장르만 갖고 나가기엔 구성이 심심할 수 있겠다 싶어 팝핀(poppin: 스트리트 댄스의 한 종류로 튕기는 듯한 안무가 특징) 등 안무 선생님을 따로 초빙해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송유리 씨는 “춤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장난감 큐브에서 영감을 받았다. 파랑, 빨강, 초록, 노랑 셔츠를 입어 색깔 배치도 신경 썼다. 락킹을 조금 더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예선에서 큐브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고, 결선에서 이 큐브를 깨뜨리는 모양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힙합 올림픽이라 불리는 ‘힙합 인터내셔널’ 메가 크루 부문에 첫 출전한 한국 팀 락앤롤은 우승 후보로 꼽힌 뉴질랜드, 필리핀 팀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진 = 락앤롤

한지혜 씨는 “한국 팀이 처음 참가했는데 메가 크루 부문뿐 아니라 어덜트(adult), 주니어(junior)까지 포함해서 마치 국가 대항전 같은 느낌을 받았다. 24명 멤버가 많을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 팀은 평균 30~40명으로 우리가 가장 적었다. 솔직히 위축되기도 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연습 장소 선점 경쟁도 치열한데 사전 정보가 없어 스피커도 제대로 준비 못해 현장에서 연습 상황이 열악했다”며 “하지만 처음엔 서로 데면데면했던 팀원들이 춤으로 열정을 나누며 웃고 즐겼다”고 말했다.

조용해 보였던 한국 팀의 반란은 힙합 인터내셔널 현장에서 핫 이슈가 됐다. 대회에 처음 출전한 한국 팀이 힙합 댄스라는 장르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표현하며 퍼포먼스를 펼쳤다는 평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제 힙합이 대세 콘텐츠로 꼽히고 많은 주목을 받지만 막상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이기도 하다는 것. 김승현, 정상현 씨는 “대회 1위를 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면엔 서러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나 다른 나라의 경험 있는 팀들은 매니저도 오고, 비디오 담당 인력도 있고, 협찬사에서 많은 지원을 받는 모습이었어요. 힙합을 하나의 문화 장르로 인정하고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었지요. 반면 한국 팀은 대회 준비 때부터 아무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의상 및 비디오를 제작했어요. 대회 1위를 해 주목받았지만 좀 더 든든한 지원을 받았으면 더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 교수도 “다른 나라에서는 각 나라의 예선을 거쳐 통과 팀들이 힙합 인터내셔널에 참가했더라. 그만큼 조직화돼 있고 전문적으로 관리를 받는 것”이라며 “우리는 자체적으로 커리어를 보내 참가하고 싶다고 신청했는데, 다행히 대회 측에서 흔쾌히 받아줬다. 우리는 이런 정보 자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에서도 바닥에 옷을 내려놓으면 감점 당하는 것 같은 규정을 잘 몰라 감점을 당하는 실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옥현 씨 또한 “부상 관리에서도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제일 부러웠던 건 해외 팀에 함께 소속된 주치의였다. 춤을 과격하게 추다가 부상당하기 일쑤인데, 우리는 파스 투혼을 펼쳐야 했던 반면, 다른 나라 팀들은 마사지를 받는 등 관리가 철저했다”고 전했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서 스트리트 댄스가 대중화되고 사랑받고 있기는 하다. 춤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고등학교, 대학교 과정이 생겼고, 이곳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반, 학원도 많이 생겼다. 인터뷰를 하던 날도 춤을 배우려는 수강 희망생의 문의 전화가 곧잘 울렸다. 김승현 씨는 “케이팝 댄스는 예전부터 열풍이었지만, 힙합 열풍이 불면서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음을 체감한다. 2~3년 전만 해도 관련 학원이나 학교가 많지 않았는데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힙합 문화에 대한 편중없는 시선이 필요

하지만 이들이 처음 춤을 시작할 때만 해도 “왜?”라는 시선이 많았다. 홍옥현 씨는 “원래 연예인 춤을 따라하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교 수련회 때 채연의 ‘둘이서’를 추는데 친구들의 열광에 소름이 돋았다. 부모님은 내가 뭘 해도 길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춤 학원을 보내줬는데 여태껏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혜 씨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옷을 찢기며 집으로 끌려간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춤을 시작한 과정은 다 달랐지만 통일되는 것은 “춤이 정말 좋아서”라는 말이었다. 정상현 씨는 “활동적이면서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게 춤의 매력이라 느꼈다. 특히 락킹에서 그런 매력을 더 강하게 느꼈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최 교수는 “순수 무용 쪽에서 메시지나 감정 전달이 위주라면, 스트리트 댄스는 음악에 따라 춤이 발전되고 변해왔기 때문에 음악의 표현을 중요시한다. 여기에 각자 가진 능력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스타일이나 캐릭터가 첨가돼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둬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고 스트리트 댄스의 매력을 전했다.

▲락앤롤이 ‘2015 힙합 인터내셔널’에서 선보인 춤의 일부. 사진 = 락앤롤

힙합 열풍이 불며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고무적이지만, 아직은 과도기 같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우려되는 점은 ‘편중’이다. 송유리 씨는 “우리나라의 스트리트 댄스가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건 이미 옛날이야기다. 다만 관심을 못 받았을 뿐”이라며 “락킹, 팝핀 등의 대회에서 한국인이 1위를 한 적도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 주로 이슈화 된 건 비보이 쪽”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씨는 “내가 처음 춤을 시작했을 2006년 당시 스트리트 댄서가 설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힙합 열풍으로 힙합 댄스 팀을 섭외하려는 행사나 이벤트가 넘쳐난다. 오히려 수요가 너무 많아 공급이 못 따라가는 정도”라며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진정으로 스트리트 댄스 문화를 즐기는 관객이 분산되거나, 공연의 질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보다 체계화·전문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스트리트 댄스라는 장르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이 전공으로 학위를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학문적으로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그냥 춤만 추면 끝이라는 개념이었지만 이젠 스트리트 댄서로서 당당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댄스 경연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났는데, 스트리트 댄스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스트리트 댄스의 매력을 100% 발휘하는 프로그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은 타 장르에 편중된 경향이 있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춤을 전파하는 한국인이 많아요.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환경이 열악할 뿐이죠. 그래서 스트리트 댄스를 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락앤롤 크루도 후배들 양성에 힘쓰고 있어요.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재능 많은 후배들이 많이 성장하길 바라요. 그러려면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수입니다.”

락앤롤은 2016 ‘힙합 인터내셔널’에도 참가 예정이다. 전년도 챔피언은 본선에 자동 진출한다. “2연패를 노리냐”는 질문에 “당연히 바란다”고 이들은 응수했다. 2016년엔 또 어떤 춤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락앤롤을 구성하는 크루

락앤롤은 원년 멤버 3인(최정은, 한지혜, 송유리)을 중심으로 다양한 크루가 모여 구성됐다. 그 구성원은 다음과 같다.

락앤롤(Lock’n’lol): 최정은(국민대 콘서바토리 주임교수, 레벨식스 스트리트 댄스학원 원장), 한지혜(서울예술종합실용학교, 명지대 평생교육원 실용무용과 교수), 송유리(한국예술원 교수)로 구성. 아시아 최초 ‘힙합 인터내셔널’ 메가 크루 부문 우승을 이끈 여성 3인조 로킹 댄스 팀이다. 2008년 영국의 UK B-Boy 챔피언십에서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여성 락킹팀의 우승을 비롯해, 국내외에서의 많은 우승 경력, 게스트 쇼케이스, 스트리트 댄스 관련 대회 기획 및 진행 그리고 교육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락키 스테이션(Locky Station): 김승현(성균관대 문화예술경영학 석사과정, 스트리트 댄스 정보 어플리케이션 플루어 가이드 운영), 김지환, 이인우, 정찬영으로 구성. 2013년 결성된 남성 4인조 팀. 팀 결성과 동시에 대만의 퍼포먼스 대회에서 2위를 하는 쾌거를 올렸다. 국내 스트리트 댄스 행사 관련 촬영 및 행사 기획 등을 담당하며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락앤롤, 립스티컬 펑크, 킥키 밤즈, 롤스키즈, 락키 스테이션.

립스티컬 펑크(Lipstickal Funk): 홍옥현(국민대학교 종합예술대학원 실용무용 석사과정), 정다혜(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교사), 이선화, 정근지, 김현정, 김지수로 구성. 한국의 락킹 2세대를 책임지는 여성 6인조 락킹 팀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6명의 멤버 모두 춤을 배우는 수강생으로 시작해, 지금은 선생님으로서 한층 더 성숙한 자세로 스트리트 댄스 신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킥키 밤즈(Kicky Bombs): 유영현, 임정현으로 구성. 초등학교 때부터 오래된 친구 사이로, 팀이 만들어지기 전에 각자 활동하다가 2014년 4월 락앤롤 멤버들이 팀을 만들어줘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 킥키밤즈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학교도 같이 진학해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롤스키즈(Lolskiz): 락앤롤의 제자인 서소연, 최한울, 이지연, 안효주, 육민성, 이소연으로 구성. 2013년도에 결성됐으며, 2014년 ‘쇼 미 더 패션’ 참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퍼포먼스 대회 ‘아임 어 댄서(I’m a Dancer)’에서 스페셜 엔트리(special entry), 자라섬 불꽃 축제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게스트 쇼케이스, 스트리트 댄스 관련 대회에 참가하며 활동해왔다.

이밖에 락킹 댄서 정상현(서울예술전문학교 교수)과 현재 국민대학교 콘서바토리에 재학 중인 임성묵, 이해성, 이용욱까지 총 24명이 락앤롤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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