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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 윈드 하우스] 제주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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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5호 안창현 기자⁄ 2015.11.05 09:08:09

▲제주도 한경면 저지리에 자리잡은 ‘윈드 하우스’. 사진 = 남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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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건축가의 탈을 쓴 아티스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문훈 건축가는 국내 건축계에서 보기 힘든 괴짜로 유명하다. 건축가로서 첫 선을 보인 건물부터 그의 개성은 강하게 드러났다. 데뷔작인 묵동의 다세대주택은 건축계에서 ‘망사 스타킹 집’이라 불린다. 빨간색과 망사 질감의 소재를 좋아한다는 건축가가 건물 외부를 망사 스타킹처럼 덮어 씌웠기 때문이다.

개성이 뚜렷한 만큼 주목도 많이 받았다. SPACE(공간) 지는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12인’에 문훈 건축가를 선정했고,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기발한 집들(In South Korea, With a Sense of Whimsy)’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작품을 소개했다.

드라큘라의 눈처럼 생긴 창문을 단 서울 홍대 앞 상상사진관, 비행기 조종실처럼 생긴 공간이 건물 옥상 위로 툭 튀어나온 모습의 경기도 양평 전원주택 등이 그동안 그가 선보인 기발한 건축물들이다. 그리고 최근 제주도에서 들어선 ‘윈드 하우스(Wind House)’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냈다.

윈드 하우스는 제주시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다. 황금 부리 모양의 구조물이 건물 위로 높게 솟아 있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여행자용 주택이다.

▲건물 두 동은 제주도의 전통 가옥처럼 지붕이 낮은 단층인 반면, 가운데 마지막 동은 2층의 독특한 형태로 솟아올랐다. 사진 = 남궁선

▲겨울 제주의 바람과 풍경에서 받은 영감으로 ‘바람의 집’이 탄생했다. 사진 = 남궁선

강렬한 인상을 주는 황금 부리 형태는 강한 돌풍이 부는 제주도의 기상 조건과, 그곳에서 바람에 날리는 여자의 머리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듯하다. 황금 부리 구조물은 모양만 낸 것이 아니라 실제 그곳으로 올라가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주 바람과 풍경에서 영감 얻어

건축주는 현대미술, 음악, 자동차 등에 관심이 많은 안과 의사라고 한다. 특별하거나 독특한 것에 호기심이 많고 별난 취미를 가진 건축주는 인터넷에서 문훈 건축가의 건축 프로젝트들을 보고 곧 그에게 건물 설계를 의뢰했다.

문훈 건축가는 “건축주는 인터넷을 보고 나를 알았다고 했다. 내 건축에 내재한 이상함과 색다름에 매료됐다는 것이었다. 세 팀의 여행자가 주말 숙박시설로 이용할 수 있는 집을 짓고자 했고, 건물이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독특한 개성도 가졌으면 하고 바랐다”고 소개했다.

▲윈드 하우스의 독특한 형태는 주변 환경과 긴장감을 형성하면서 눈길을 끈다. 사진 = 남궁선

▲윈드 하우스는 제주 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말 숙박시설이다. 사진 = 남궁선

윈드 하우스는 부채꼴 모양의 부지에 자리 잡았다. 각 세대가 강한 바람을 막고,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호젓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현지에서 조달한 돌로 주변에 담을 쌓았다. 황금색 외장재는 숲의 노란색 단풍을 표현한 것이고, 다른 재료들은 겨울 제주의 바람과 풍경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했다. 그래서 이름도 바람의 집, 윈드 하우스가 됐다.

먼저 지은 두 동의 건물은 제주도의 많은 전통 가옥들처럼 지붕이 낮은 단층인 반면, 맨 나중에 지은 가운데 건물은 주변 지형이나 건물들보다 높게 솟아 눈길을 끌었다.

▲라임 빛을 띤 녹색 통 속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간다. 사진 = 남궁선

오리의 부리나 헤어드라이어처럼 생긴 이 건물의 형태는 문훈 건축가가 이미 몇 년 전에 디자인했던 것이다. 이전에 ‘바람 미술관’으로 디자인했다가 실현되지 못한 기획안이었던 것.

“이미 많은 시간을 들여 디자인한 바람 미술관의 아이디어와 모양이 좋았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실제 건물에 적용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축주에게 제안했고, 건축주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흔쾌히 수용했다.”

그는 이전에도 강원도 정선에 비슷한 성격의 ‘락있수다 펜션’을 선보인 바 있다. 펜션은 아무래도 가정집이나 사무용 건물과 달라 건축가의 상상력 발휘가 용이했고, 파격적인 시도가 가능했다.

▲문훈 건축가의 스케치 ‘Tower of Wind’. 사진 = 문훈건축발전소

이 펜션 건물에는 황소처럼 뿔이 달렸고, 꼬리도 있다. 건물마다 강렬한 원색을 콘셉트로 삼아 한 동은 페라리 스포츠카처럼 건물 안팎이 모두 빨갛다. 스텔스 전투기처럼 까맣게 꾸민 동에는 부엉이 눈 모양의 창문을 냈다. 락있수다 펜션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기발한 건물이었고, 곧 명물이 됐다.

제주도의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여자의 머리칼 같기도 하고, 오리의 긴 부리 같기도 한 윈드 하우스의 2층 공간도 락있수다 펜션의 상상력을 잇고 있다.

▲건물은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한편 매우 기능적으로 설계됐다. 사진 = 남궁선

▲얼룩말 줄무늬의 바닥재가 깔린 진홍색 공간이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 = 남궁선

이곳은 라임 빛의 녹색 통 안으로 설치된 나선형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 공간의 독특한 외관만큼이나 내부 인테리어도 개성이 뚜렷하다. 얼룩말 줄무늬 패턴의 바닥재,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타일, 진홍색 페인트 등으로 마감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독특한 상상력을 가감 없이”

섬 풍경을 내다보는 창문이 달린 2층 공간은 거실, 주방, 화장실 등으로 둥글게 둘러싸여 자궁 속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윈드 하우스의 낯설고 묘한 분위기는 문훈 건축가의 건축 설계도와 자유로운 드로잉 작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의 설계도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닌 하나의 드로잉 작품이다. 드로잉을 통해 현실적 제약에서 자유로워지는 그는 상상력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윈드 하우스 (Wind House)

설계: 문훈건축발전소(문훈)  
설계담당: 김숙희, 조정호, 박정욱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3265-4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644.6㎡  
건축면적: 162.83㎡  
연면적: 154.39㎡  
규모: 지상 2층  
높이: 8.3m  
건폐율: 25.26%  
용적률: 23.95%  
구조: 철근 콘크리트, 철골  
외부마감: 노출 콘크리트 , 칼라 강판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도장  
구조설계: 한우리, 드림구조  
기계·전기설계: 청효  
설계기간: 2014.03~2014.06  
공사기간: 2014.07~20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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