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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사람 사이 틈 메우는 ‘틈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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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0호 안창현 기자⁄ 2015.12.10 08:49:19

▲건물의 엇갈린 창과 발코니는 외부와 소통하게 해주면서도 거주자의 프라이버시 역시 보호한다. 사진 = 강우현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요즘 새로운 주거 형태로 각광받는 ‘셰어하우스’는 공유(share)의 집(house)이다. 주거 공간과 삶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공간뿐 아니라 삶 일부까지 나눈다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선 셰어하우스가 외로운 도시 생활을 위로 받는 아늑한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에 지어진 ‘틈틈집(GAP House)’ 또한 셰어하우스다. 4층 건물의 1층은 근린생활시설로, 2~4층에는 각 층당 5~6세대가 셰어하우스로 사용한다. 건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서 틈은 중요하다. 건물 가운데 정원 공간을 큰 ‘틈’으로 조성하고, 셰어하우스 곳곳의 발코니가 작은 ‘틈’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틈들을 통해 거주자가 자연을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도록 배려했다.

틈틈집을 설계한 아키후드(archihood WxY)는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 작은 틈을 만들고, 이 틈을 통해 사람들이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의 여유와 평온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혔다.

▲중정에서 하늘을 본 풍경. 사진 = 강우현

▲‘작은 틈’인 발코니는 중정과 외부로 열려 있다. 사진 = 강우현

셰어하우스는 한 집에서 개인 공간을 따로 가지면서 거실이나 부엌은 함께 쓰는 주거 형태다. 한국에서는 최근 주목받지만, 외국에선 이미 20~30년 전부터 널리 퍼진 주거 형태다.

셰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집 한 채를 빌리는 전세와 달리 ‘방 한 칸’을 빌려 사는 개념이라 보증금이 없고, 원룸보다 월세가 저렴하다. 실제로 대학가 원룸의 월세는 보통 40만~60만 원 선이지만, 셰어하우스에선 20만~40만 원이면 해결된다. 

▲틈틈집의 저녁 풍경. 사진 = 강우현

식비, 공과금을 나눠서 내기 때문에 생활비도 절약된다. 또 혼자 살 때보다 훨씬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10평 내외의 비좁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살다가 넓은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면 체감 생활공간은 한결 넓어진다.

중정·발코니에 틈 만들어 휴식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

셰어하우스에서 입주자들은 함께 밥을 먹거나 휴식을 즐기면서 삶과 공간을 공유하고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런 점들 때문에 어느덧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1인 가구의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으로도 손꼽힌다.

▲중앙 정원은 틈틈집 거주민뿐 아니라 복정동 주민의 만남의 장소도 된다. 사진 = 강우현

▲거실은 셰어하우스의 공용 공간으로서, 좁고 깊게 들어온 발코니와 연결돼 있다. 사진 = 강우현

틈틈집이 위치한 복정동은 인근에 대학교 2개가 있어 학생들의 방 수요가 많다. 또한 서울과 인접해 직장인의 수요도 높은 편이다. 이런 수요 덕분에 이 지역엔 다가구 주택과 원룸, 고시원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수도권의 전형적인 주거 밀집 지역이다.

경제성만을 추구해 지은 집들은 거주자의 세심한 생활 패턴을 고려하지 않는다. 획일적인 구조에 천편일률적 공간을 주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틈틈집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세심히 배려했다.

▲건물 사이의 틈들은 발코니와 창을 통해 햇빛을 끌어 들인다. 사진 = 강우현

틈틈집을 설계하며 아키후드는 “젊은 1인 세대의 새로운 주거 방식인 셰어하우스의 특성을 고려해, 개인의 사적 공간과 더불어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의 설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셰어하우스에는 물론 문제가 따른다. 타인과 한 집에 살면서 겪는 불편함이다. 또 음식물 쓰레기 처리나 욕실 청소 등 사소한 일상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룸메이트와 생활 패턴이나 성격이 달라 애를 먹기도 한다. 틈틈집은 이런 문제를 공간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열린 공간, 즉 틈을 만들어 이런 충돌을 막고자 한 노력이다. 

“1가구에 3명의 거주자가 각각 따로 침실을 소유하고 거실-주방은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지만, 집 안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동거 거주자끼리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인 틈 만들기에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먼저 건물 중앙에는 열린 정원이 있다. 전면을 필로티 구조(1층에는 기둥만 세우고, 2층부터 주거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로 해 접근성을 높이고,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 중정을 배치했다. 모든 세대의 전면과 후면은 이 중정을 통해 외부와 접하게 돼 환기가 잘되고, 북향 세대들도 남향 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중정 정원에는 틈틈집 입주민뿐 아니라 복정동 주민 누구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예전 시골 마을 앞의 느티나무 평상 같은 성격의 공간이다. 

▲계단은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마감과 3T 철판 난간으로 제작됐다. 사진 = 강우현

작은 틈은 발코니 공간이다. 6가구의 발코니는 중정과 외부로 각각 열려 있다. 아키후드는 발코니를 통해 도시 생활 속에서라도 자연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주거 밀집 지역이라 집들 사이가 매우 가까워 일반 주택처럼 전면에 발코니를 만들면 집 안이 들여다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틈틈집의 발코니는 밖에서 봤을 때 좁고 깊게 만들어졌다. “외부로부터 최대한 프라이버스를 보호받을 수 있게 했다. 이 또한 중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또한 각 층의 발코니는 서로 엇갈리게 배치해 층간의 프라이버스 확보에도 신경 썼다”는 설명이다.

틈틈집은 셰어하우스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관계를 배려하는 디자인으로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일반주거 부분), 2015 신진건축사대상 장려상을 받았다.

아키후드는 강우현, 강영진 건축사가 2013년 세운 건축사사무소다. 아키후드(archihood)는 ‘architecture(건축)’과 ‘neighborhood(이웃)’의 조합어로, 이웃처럼 친근한 건축을 지향한다는 뜻을 담았다. 이들은 건축부터 인테리어, 가구, 조명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틈틈집(GAP House)

디자인 설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archihood WxY)  설계 담당: 강우현, 강영진  위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639-14  용도: 다가구 주택(셰어하우스), 제2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367.8㎡  건축면적: 181.31㎡  연면적: 596.64㎡  규모: 지상 4층  사진: 강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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